후기

제목[리딩R&D] 천재가 되고 싶습니까?2021-03-26 19: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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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마음의 미래 5. 6장 발제.hwp (30KB)

《마음의 미래》 5. 주문 제작된 생각과 기억들, 6. 아인슈타인의 뇌: 지능 높이기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뇌를 탓하며 누구나 한 번씩은 천재가 되기를 꿈꿔본다. 물론 천재가 된다고 해서 삶이 꼭 지금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리라는 법은 없다. 영화나 TV에 등장하는 천재들은 어딘가 이상한 데가 있거나, 아니면 그들도 나름의 고충이나 비극적 상황을 겪으며 살아가니까. 그렇게 천재의 삶을 이야기하다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천재는 과연 누구인가? 천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도 천재가 될 수 있을까?

 

미치오 가쿠는 더 많은 지식을 뇌에 저장할 수 있는 방법들과 지능 자체를 높이는 방법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한다. 물론 영화 속 설정이나 우리의 상상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 인간의 기억은 단순하게 뇌의 한 공간에 저장되는 게 아니라 여러 곳에 분할 저장된다. 해마는 기억을 분할하여 피질에 전송하고, 다시 기억을 불러올 때는 전자기파가 공명하면서 분할된 기억을 하나로 합친다. 기억은 경험과 관련되기 때문에 아주 개인적이며, 뇌에서 기억이 분류되는 방식도 개인마다 다르리라 예상된다.

 

현재 뇌과학은 인공해마를 뇌에 삽입하고, 쥐의 기억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여 컴퓨터에 저장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앞으로 인간에게 디지털 데이터화된 인공기억이나 지식을 이식하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 그렇다고 인간이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을 기계장치에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인간이 기억을 떠올리는 목적은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연결된다. 기억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위한 것이며, 어떤 면에서 인간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기억한다. 인간의 지능 역시 이 시뮬레이션 능력과 관련된다.

 

우리는 흔히 지능이 기억력에 좌우된다고 여긴다. 더 많은 기억을 가지는 일은 정말 축복일까? ‘영혼도서관’을 만들어 죽은 이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보존하려는 연구도 있다. 타인의 기억을 유산으로 가지고 시작하는 삶을 상상해본다. 죽은 이가 남긴 모든 이야기가 교훈은 아니다. 교훈은 우리가 삶 속에서 타인의 말이 가진 의미를 이해하고 공명할 때만 교훈이 된다. 어떤 면에서 삶은 교훈 자체를 기억하는 일보다, 그 말이 왜 교훈인지를 직접 깨우치는 일이다. 미치오 가쿠가 강조하듯 기억은 경험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조적인 기억저장장치를 흔하게 사용할 미래는 충분히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기억저장장치의 윤리적 측면과는 별개로 ‘망각은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가장 유익한 과정’이라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기억을 저장하는 기술이 아무리 늘어도 이 기억을 처리하는 능력이 같이 늘어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너무 많은 정보와 데이터는 오히려 판단에 혼란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지적능력’이란 바로 이 기억을 처리하는 능력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의 지적능력, 지능은 얼마나 향상될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천재로 각인되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하고 싶어 했다. 도난당해서 수십 년 간 냉장고에 처박혀 있다가 다시 잘게 썰린 아인슈타인의 뇌는 현재 미국국립의료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아인슈타인의 뇌에서는 다른 이들의 뇌와 비교할 때 오차범위를 넘어설 만한 뚜렷한 특징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이 “저는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입니다… 단지 호기심이 강할 뿐이지요.”라고 말해도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아인슈타인이 되었을까에 대한 미치오 가쿠의 설명은 몹시 명쾌하고 쉽게 공감이 된다. 아인슈타인은 언제나 사고실험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한 문제에 적어도 10년 이상을 골몰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이나 일반상대성이론 등이 모두 10년 이상의 사고실험 끝에 만들어졌다. 아인슈타인의 집중력도 놀랍지만, 그가 수학에 소질이 없었다는 점도 분명히 기억해 두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에 소질이 없었기에 대학원 진학을 하지 못했고, 이미 정립된 물리학 이론에 반기를 드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의 예에서 알 수 있듯 뇌는 타고난 능력보다 꾸준한 활용을 통해 진가를 발휘한다. 성인의 뇌세포는 추가되지 않지만,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마다 뉴런의 연결 상태가 달라진다. 고된 훈련과 거듭된 도전으로 뇌는 뉴런의 연결이 강화되면서 스스로 진화한다. 인간의 지능을 측정하고 향상시키려는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연구 결과는 IQ가 삶의 성공여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히려 사회적 성공 여부는 타인과 협동하고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 쾌락을 미루고 집중하는 능력과 관계가 있었다.

 

서번트증후군이나 과잉기억증후군처럼 다른 인간들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있다. 이들을 천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이들은 자폐증이나 아스퍼거증훈군, 후천성 장애 등으로 왼쪽 측두엽에 손상을 입은 이들로 여겨진다. 이들의 능력은 바로 이 손상에서 비롯된다. 좌뇌의 손상으로 우뇌가 좌뇌의 역할을 떠맡게 되면서 의외의 빠른 계산능력이나 예술적 재능 등을 보인다. 학자들은 이들의 기억력이 잊는 능력의 결핍에서 온다고 말한다. 망각은 뇌의 능동적 활동인데, 도파민 효과로 뇌의 망각 활동이 결핍된 상황이라는 말이다.

 

천재적 능력의 원인이 특정 부위의 손상이나 특정 능력의 결핍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인간의 지능은 유전적 진화로도, 물리적으로도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 지능을 높일 수 있는가, 하는 물음만큼이나 지능을 높이는 일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물음도 많다. 인위적으로 지능을 높이는 일은 인간의 삶과 사회 전체를 바꿀 것이다. 높아진 지능으로 더 많은 미래의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될까? 그 이전에 나는 과연 천재가 되고 싶은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사실 나는 물리적으로 더 많은 정보만을 추구하며 책을 읽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망각의 능동적 활동에서 오는 기쁨을 느낄 때도 많다. 어쩌면 그저 오늘의 책읽기가 나의 뉴런 연결 상태를 조금이라도 바꾸면 좋겠다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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