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문학]템페스트2022-04-20 22: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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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읽기

<템페스트 > 2022.4.21. 손미경

 

폭풍우가 지나간 뒤

 

<템페스트>의 줄거리

밀라노의 대공 푸로스퍼로는 12년 전에 마술연구에만 몰입하여 정사는 소홀히 하다가 나폴리의 왕 알론조의 힘을 빌린 동생 안토니오에게 대공 지위를 찬탈 당했다. 안토니오는 형과 세 살 난 질녀 미랜더를 조각배에 실어 망망대해에 버렸다.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나폴리의 노대신 곤잘로가 식량과 옷, 귀중한 푸로스퍼로의 마술서적들을 휴대시켜주었기 때문이었다. 푸로스퍼로 부녀가 상륙한 무인고도에는 악의 마녀 시코랙스가 낳은 짐슴 같은 괴물 캘리밴과 갈라진 소나무 속에 갇힌 정령 에어리얼이 있었다.

어느날 알론조 왕이 그의 일행과 함께 튀니스에서 거행된 딸과 튀니스 왕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귀국하는 항해 중임을 알게 된다. 자신의 동생 안토니오도 일행 중 한 명. 즉 푸로스퍼로는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

그는 완성에 이른 자신의 마술로 폭풍우를 일으킨 후 에어리얼을 시켜서 이들을 섬으로 유인. 그리고 알론조 왕의 아들 퍼디넌트는 따로 떼어 홀로 상륙시켜서 미랜다와 사랑하는 사이로 만든다.

그는 결국 자신의 자비 하에 들어온 원수들을 용서하고 마술을 버림으로써 비극적인 결말대신에 행복한 결말을 낸다.

<템페스트>는 하루 시간 안에, 한 장소에서, 한 줄거리에 관한 것이야 한다는 삼단일을 준수한 작품 이라고 한다. 그리고 관용과 용서와 화해가 이 극의 주제라고 하는데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 이 작품은 권력의 문제, 혹은 정치적 이상을 은유한 것으로 읽었다.

복수가 중요했다면 폭풍우를 일으켜 퍼디넌트를 제외한 그들 모두를 바다에 수장 시켰을 것이고 무인도에 상륙시켜서도 지독한 고생을 시킨 후 죽일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푸로스퍼로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템페스트>는 특히 사회상과 정치적인 것들을 엿볼 수 있는 대사가 많다. 푸로스퍼로가 이끄는 대사를 제외하고 등장인물들의 말은 서로 소통 불가능한 웅얼거림처럼 들렸으며 상대의 말들을 듣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들만 하고 있는 장면이 많다. (11, 21) 심지어 읽고 있는 독자 (연극을 보고 있는 관객)에게도 짜증을 유발하게 한다. 폭풍에 직면한 등장인물들의 불안한 심리를 나타낸 것일 수도 있지만 이 폭풍이 상징하는 것이 정치적 위기상황이라고 보면 소통불능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푸로스퍼로가 마술로 폭풍우를 일으킨 후 난파된 사람들을 안내하고 명령을 수행하는 것은 에어리얼과 캘리밴 (부정적인 임무 수행자).

이들은 무인도에 도착한 푸로스퍼로가 교육하고 계몽한 캐릭터로 12년 동안 수행한 마술의 일부분일 것이다. 프로스퍼로가 밀라노 대공이었을 때 정사보다 마술연구에만 몰입하였다고 한 것은 그가 새로운 정치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

실각 후 도착한 무인도는 정치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험해 보기 좋은 공간. 그곳에서 주인공은 악의 성품을 지닌 캘리밴과 무지하나 선량함을 지닌 에어리얼을 교육하고 계몽한다. 물론 캘리밴을 문명인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쉽지 않다. 에어리얼 또한 극 중에서 계속 자신을 언제 자유롭게 해 줄지 묻고 있다.

21장에서 나폴리의 노대신이자 12년 전 주인공에게 자비를 베풀었던 곤잘로가 꿈꾸는 이상적 정치 공동체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 있다.

 곤잘로    그 공화국에서는 저는 만사를 보통과는 정반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어떤 종류의 상거래도 저는 허용하지 않고, 관리도 두지 않고, 글을 가르치지 않고, 빈부도 고용도 전혀 용납지 않겠습니다. 중략 ... 직업도 없도록 하겠습니다. 남자들은 모두 무위도식하게 하며, 여자들도 역시 그렇게 하는 동시에 순진하게 만들 고시며. 통치권도 가지 않겠습니다.

 

한마디로 무위도식하는 삶, (자본)에 억매이지 않는 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이것이야 말로 마술로써 가능한 사회로 결국 푸로스퍼로는 마술로서만 가능한 어떤 공화국을 꿈꾸었던 같다. 하지만 마술은 마술일 뿐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면 마술을 버리고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간 뒤 일상으로 돌아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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