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포스트휴먼] 말단으로 이동하는 권력: 정보를 뾰족하게 만들기 (<존재권력> 4장 발제)2022-11-23 13: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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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권력4장 말단으로 이동하는 권력: 정보를 뾰족하게 만들기

 

이 책 4장에서 마수미는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대한 선제성이 사회 구성원들을 얼마나 변형시키는지에 대해 다룬다. 선제성은 존재권력과 함께 작동하며, 선제성에 대항하는 힘도 존재권력이다. 여기서 불확실성은 정보의 부족이나 판단의 미비와는 관련이 없다. 이 불확실성은 우리 세계나 우리 지각의 본질과도 같다. 불확실성에 대항하는 선제공격의 스펙트럼은 전략이나 구조상 불확실성을 피할 수 없다.

 

힘의 위상학을 이해하는 일은 불확실성 혹은 정보의 빈틈을 필연적으로 받아들이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네크워킹 안에서 인간의 지능이나 역량은 완전히 변모한다. 이 변모는 증강보다는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생존을 위한 이 변화가 바로 존재권력이다. 힘의 위상학은 무대를 중심지에서 말단으로 변화시키며, 정보를 말단으로 보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가 말단으로 이동하며 뾰족하게 되는 과정이다.

 

마수미는 이 과정이 13개의 단계로 이루어진다고 소개하며, 각 단계를 매우 장황하게 설명한다. 그 단계는 다음과 같다.

기회를 포착하라.

무력이 아니라 결과를 집대성하라.

적극적으로 선제하라.

절약하라.

차선을 택하라.

먼저 수행하고 나중에 알아라.

비인식을 위해 점화하라.

미래를 샘플링하라.

과거를 능력으로 감싸라.

점화를 지휘하라.

정보를 뾰족하게 하라.

자기 동기화하고 차이 나(게 하).

말단으로 가져가라.

 

이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내키지는 않지만)

 

1. 기회를 포착하라: 불확실성은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인과는 비선형적으로 나타난다. 언제나 상황의 힘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는 연쇄된다. 최적의 조건을 기다릴 수 없으니, 기회를 포착할 뿐이다. 권력은 잠재성의 표현이다.

 

2. 무력이 아니라 결과를 집대성하라: 원인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시행착오에 대한 경험적 실습뿐이다. 통제력을 얻는 일은 선형적 인과관계를 벗어나 자기 전략에 무작위를 주입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불확실성은 제거되지 않으니 계획은 최소화하고, 실시간 수정은 극대화해야 한다. --힘 대신 시간을 장악하는 힘, 결과의 집대성이 필요하다.

 

3. 적극적으로 선제하라: 기회의 포착은 곧 창발 상황의 해제이며, 그 자체로 선제이다.

 

4. 절약하라: --힘은 적뿐 아니라 아군에게도 소모적이다. 가성비를 높이고 시너지 증가를 위해 힘써야 한다. 시너지는 부가가치를 낳는 잉여-가치이다.

 

5. 차선을 택하라: 최적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차선에 집중한다. 어디에도 충분한 정보는 없으며, 최적화하려는 충동이 혁신을 막는 걸림돌이다.

 

6. 먼저 수행하고 나중에 알아라: 아이티 파병군인이 주술적 믿음에 커피가루로 대응한 사례. 이론과 정보보다 수행이 더 큰 효과를 불러온다. 수행은 오직 결과로부터 입증되므로, 수행한 이후에만 적절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7. 비인식을 위해 점화하라: 자전거 통근자의 마음에 등록된 헬멧의 존재. 점화는 지각이 아닌 비의식의 날 활동적 깜빡임 속에서 일어난다. 점화는 지각되지 않으며, 점화로 인한 실행이 다음 지각을 형성한다. 필요한 것은 고정된 기억이 아니라 더 많은 습관이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변화를 인식하는 일은 비인식으로 점화하는 일과 같다. 변화를 인식하지 않고 단순히 행위를 반복한다면,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헬멧을 쓰고 나가게 된다. 점화 자극은 지금-여기의 강렬함으로 일어나는, 그럴듯한 현재이다. 모든 순간의 고유성은 반복에 변화를 강요하며, 그럴듯한 현재는 창발의 특성을 가진다. 이때 반복은 창조적인 차이의 산물이다.

 

8. 미래를 샘플링하라: 비인식으로 점화된 행동-지각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은 시나리오와 독립적으로 일어난다. 대응하는 신체는 일어나는 일을 넘어서야 하며, 결과의 다양성이 현재의 공간적, 물리적 통일성을 깨뜨린다. 미래는 결정과 함께 분기한다. 결정은 현재를 절단하는 삶의 발차기이며, 존재권력이다. 반성이 아닌 미래 자체가 결정 과정을 처리한다.

 

9. 과거를 능력으로 감싸라: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신체의 잠재적 대응력이 곧 역량이다. 잠재력은 미래에 발휘될 기술이다. 의식적이지 않은 수행이 곧 기술의 습득이다. 기술은 습관보다 유연하다. 그러나 기술과 습관은 완전히 구분되지 않으며, 잠재적 실행력 안에 보유된 변이의 정도가 기술과 습관의 차이를 드러낸다. 습관이 존재권력이라면, 기술은 비인식-기술과 결합할 때 더 존재권력이다.

 

10. 점화를 지휘하라: 지휘는 복잡한 환경에서 창발을 조절하는 실천이며,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 자율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정하는 비선형 기술이다.

 

11. 정보를 뾰족하게 하라: ‘창의 뾰족한 끝이 중요한 임무를 의미한다면, 정보는 그 자체로 뾰족해져야 한다. 정보를 뾰족하게 만드는 일은 신체의 창조성이 지닌 유연함을 인식하는 일이다. 지각과 감각의 동기화가 중요한 지점으로 떠오른다.

 

12. 자기 동기화하고 차이 나(게 하): 정보를 뾰족하게 만드는 데 성공하면 군사 기계는 가속화된 진화로 조직의 본질 자체가 변모한다. 이제 기계는 안정 없이 전진 추동한다. 전쟁의 방식은 플랫폼 중심에서 네트워크로, 기반시설의 견고함은 일련의 변형으로 이동한다. 공간이 시간 변수로 취급되면서 복잡성이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낸다. 가기 동기화는 효과-기반 개념이며, 분포된 융합의 프랙털 모집단에서 동시 발생하는 효과이다. 시간과 공간이 통합되어 힘의 강도를 표현하는 벡터로 나타난다. 또한 자기 동기화는 파동 같은 창발적 행동으로 이는 스스로 적응하는 작동적 개념이다. 프랙털은 전투공간의 척도인 분포범위가 된다. 세계의 가변성과 함께 주체는 세계에서 창발된다. 인간과 비인간 모두 동형의 자기 적응 프로세스이지만, 각 개체들은 존재론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차이를 생산해낸다. 이 차이가 공진화 (‘병행진화)를 낳는다.

 

13. 말단으로 가져가라: 군사 기계는 모두 말단에 있고, 프랙털적 지금-여기를 중심으로 뾰족하게 회전한다. 중간은 소멸하고, 전략과 전술의 차이는 붕괴되며, 계획과 실행이 합병된다. 통제는 행위자들을 통제하는 대신 원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달성된다. 비대칭적인 적과 비평행 진화 혹은 우발적 공진화가 통제의 다른 양상이다.

 

권력이 말단으로 이동하는 일에 성공하여 자기 동기화된다고 해도, 현실에서 권력을 실현하기에는 언제나 여러 문제가 따른다. 결국 선제공격에 대응하는 존재권력이 작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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