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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리딩R&D] 완벽하지 않은 세계에서 위대하지 않게 살아가기 2022-01-26 13: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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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코스믹 홀로그램 3부 우주의 홀로그램 속에서 공동창조하기 발제.hwp (97KB)

코스믹 홀로그램3부 우주의 홀로그램 속에서 공동창조하기

 

이 책의 저자 쥬드 커리반은 우주를 이야기하며 누가, 혹은 무엇이 이 우주를 창조했는지를 묻는다. 완벽한 우주에 대해 느낀 경이로움을 바탕으로 한 질문이다. 이 책의 독자인 나로서는 이런 질문이나 태도가 몹시 곤혹스럽다. 일단 나는 우주가 완벽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전혀 판단할 수 없다. 아무리 물리학 공부를 한다고 하여도 이런 판단은 변하지 않으리라 본다. 우주나 세계를 조금 더 알게 되는 일과 완벽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일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나와 달리 쥬드 커리반은 몇 가지 사실 혹은 가정들을 예로 들며 우주가 완벽하다는 결론에 아주 쉽게 도달한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우주가 완벽하다는 자신의 주장을 그런 예들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주에 대한 지식은 사실 혹은 거짓으로 나뉠 수 있지만, 아무리 해도 그런 사실 혹은 거짓에서 완벽하다는 판단이 나올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해 판단이 아니라 신념이기 때문이다. 쥬드 커리반의 말대로 우리는 보는 대로 믿지 않고, 믿는 대로 본다.

 

쥬드 커리반 역시 마찬가지로 믿는 대로 본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믿는 것을 본다. 쥬드 커리반이 우리에게 자신이 믿는 것을 믿게 하려고 했다면, 나는 그 시도가 실패하리라고 예상한다. 그는 자신의 믿음이 비과학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에 과학의 방식으로 풀어낸다면 사람들이 더 많이 믿게되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모두 각자의 믿음대로 세계를 보는 우리에게 자신의 믿음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과학이건, 비과학이건 믿으면 그만이다.

 

따분한 물리학 수업보다 쥬드 커리반이 초정상적 능력이라고 부르는 현상들을 더 흥미롭게 보는 이들이 많다. 쥬드 커리반은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이 믿는 대로 남들도 믿기를 원한다. 남들이 몰랐던, 혹은 믿지 않았던 완벽한 우주에 대한 통찰을 자신이 제공한다고 확신한다. 음모론을 믿는 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남들보다 지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겼다는 점이 떠오른다. 쥬드 커리반이 음모론자는 아니지만, 그의 확신에서는 지적 우월감이 느껴진다.

 

우주와 하나가 되고 세계의 진짜 모습을 본 자의 우주관은 어떠할까?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쥬드 커리반이 결론으로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여줄지가 궁금했다. 쥬드 커리반은 육체에 대한 정신의 우위를 전제로 정보로 이루어진 우주 안에서 지성체들이 연결되어있다고 말한다. 이 지성체들은 정보로 이루어진 우주를 공동으로 창조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동으로 진화하며, 우주에 대해서도 자비로운 관리자로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쥬드 커리반은 의식(정신)과 물질(신체)의 이원론을 거부한다고 하면서도, 이원론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신체에 갇힌 정신에서 벗어나자고 말한다. 거추장스러운 신체를 벗어나야 자유롭게 우주와 일체가 된다는 말이다. 우리의 의식은 정말로 신체와 무관한가? 우리는 사고가 의식에서 이루어지는지, 아니면 뇌라는 신체 부위에서 이루어지는지도 알지 못한다. 입자인 동시에 파동인 빛처럼, 나는 우리가 가진 양자적 힘(에너지)도 물질성과 의식의 결합이라고 믿는다.

 

나는 쥬드 커리반이 말하는 텔레파시와 사후세계, 영혼과 윤회가 없다고 부정하지 않는다. 내 핏줄 속에 면면히 흘러온 동아시아적 세계관 안에서 이런 개념들은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과학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없을 만큼. 그렇지만 나는 세계가 진보(혹은 진화)한다고 믿지 않으며, 다만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믿을 뿐이다. ‘조화로운 공명역시 세계 안에서 끊임없이 누군가의 목소리를 지워가는 폭력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나는 위대한 존재로 나를 합체시킬 마음이 없다. 위대함 속에 내 목소리를 의탁하고 싶지 않다. 위대하지 않더라도 이 세계의 모든 비천한 존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나는 이들이 한목소리로 합창하는 노래보다 각자의 이야기로 만드는 불협화음을 듣고 싶다. 인류 안에 속한 내가 위대하지 않듯이 인류도 위대하지 않다. 나는 위대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들이 전혀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세계를 계속 변화시킨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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