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서양 철학사] 제9장 의심과 믿음2021-02-24 1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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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사] 9장 의심과 믿음 / 중심에 선 인간

                                                   2021. 02. 24 걷는이

1. 데카르트

데카르트는 새로운 것의 대변자인 동시에 낡은 것의 대표자이기도 하다. 그는 철학을 새롭고 확실한 토대 위에 정초하고자 했으나 동시에 그의 사상은 신 존재 증명에서 볼 수 있듯이 스콜라적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었다. 데카르트는 연역 체계를 과학적 이상으로 삼았다. 이 연역적인 철학 체계를 위한 절대적으로 확실하고 참인 전제들(공리들)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가 들어오는 지점이다. 의문을 제기하는 사유 주체는 혼자 생각하는 개인이다. 논리적으로 모든 감각 인상은 의심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감각은 연역적 철학 체계를 위한 확실한 전제를 제공할 수 없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한다고 해도 자신이 의심한다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자신이 존재하며, 스스로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연역 체계를 위한 출발점이다. 이제 데카르트는 완전한 것의 개념으로부터 완전한 존재인 신의 존재로 나아간다. 완전한 것에 대한 완전한 개념은 오직 완전한 존재만을 원인으로 가질 수 있다. 그리하여 완전한 존재, 즉 신은 존재한다. 완전한 신은 인간을 속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자명한 것은 모두 확실한 통찰이라는 판단 기준에 대한 신뢰를 제공한다. 타당한 통찰의 판단 기준은 경험적 증거가 아니라, 관념들이 명석하고 판명하게 우리의 이성 앞에 나타난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영혼(레스 코기탄스)은 의식만 가지며 자유롭고 이성적인 반면, 물질(레스 엑스텐사)은 연장만 가지고 오로지 역학을 통해서만 이해된다. 그는 이 두 영역을 논리적 대립물로 정의하면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주장했다. 데카르트의 논증은 철학적 논제들, 감각을 통한 지각, , 논리적 추론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한가를 묻고 나서(방법적 회의), 나 자신의 의심을 의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성찰적 통찰(코기토 에르고 숨)에 이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불완전한 존재인 자기 자신이 그 원천일 수 없는 완전함에 대한 개념을 토대로 신 존재 증명으로 이어진다. 데카르트의 진리 기준은 합리주의적이다. 이성이 체계적이고 신중한 추론을 통해 명석하고 판명한 것이라고 결론지은 것은 참이라 받아들일 수 있다. 감각 경험은 이성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2. 파스칼

프랑스의 문화 전통에서 파스칼과 데카르트는 두 가지 상반되는 전통의 대표자로서 양극단을 형성한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가슴의 이성을 옹호했다. 가슴은 이성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체의 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종교적 신념에 관해서 찬성 증거도, 반대 증거도 찾을 수 없고, 신을 믿는다면 얻을 것만 있고 잃을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파스칼은 인식이 형이상학적, 종교적 물음에 대한 확실한 답을 가능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이상적인 인식관을 가졌다.그 러나 종국에는 인식능력에 대한 합리주의적 신뢰와는 정반대되는 입장인 실존적 체념에 빠져들었다.

 

 

3. 비코

비코에 따르면 우리는 오직 스스로가 창조한 것에 대해서만 명확하고 확실한 지식을 가질 수 있다. 이때 사람이 창출한 것은 신이 창출한 것, 즉 자연과 근본적으로 구분된다. 자연은 신에 의해 창조되었기 때문에 신만이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고, 인간은 관찰자의 시각에서만 자연에 대해 알 수 있다. 비코에게 있어서 구성된 것과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의 구분은 중요한 인식론적 함의를 갖는다. 데카르트는 인문적 연구는 우리에게 확실한 지식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비코는 인간이 스스로 탐구 대상을 창출한 학문(과학)에서만 확실한 지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비코는 사회, 문화, 역사를 인간 정신의 산물로 본다. 그는 역사가들과 철학자들이 과거에 관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할 때 역사의식이 없다고 말한다. 인간의 정신적, 지적 능력은 시대마다 다르다. 우리는 어떻게 낯선 문화와 시대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가? 비코는 신화를 과거의 사람들이 그 이후의 사람들과 다른 개념 틀을 가지고 자신들의 경험을 조직해낸 증거라고 보았다. 그들의 세계는 오직 우리의 상상력이나 감정이입을 통해서 재구성될 수 있다. 판타지아는 세계를 범주화하는 상이한 방식들을 상상하는 능력이다. 비코의 새로운 과학은 문헌학, 사회학, 역사 연구의 종합이다. 비코가 강조한 시대적 이해의 시각에서 보면 역사는 신들의 시대, 영웅들의 시대, 인간들의 시대를 포함한다. 비코에게 이것은 모든 민족이 거쳐 가는 영원한 이상적인 역사를 가리킨다. 초창기의 인간들은 자연의 힘 앞에서 공포를 느꼈고 자연은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세계관은 유비적이고 연상적인 사유방식에 기초하고 있었다. 올바름과 진리는 신탁에 의해 매개되었고, 최초의 자연권은 신들이 부여한 것이라고 여겼다. 비코의 도식에 따르면 이것이 신들의 시대이다. 두 번째 단계인 영웅들의 시대에는 강력한 가부장들이 가족과 종족의 지도자가 되었다. 이 시대의 지혜는 시적이었다. ‘산문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인간은 추상과 보편적 개념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다. 철학적 지혜가 시적 지혜를 대치한다. 비코가 인간들의 시대라고 부른 세 번째 역사적 시대에 개인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모든 민족은 이러한 주기적 패턴을 거친다. 이 역사적 과정을 추진하는 동력은 인간 자신이다. 모든 문화와 시대는 특별하고 유일하다. 새로운 생활방식은 이전의 생활방식보다 더 낫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다. 이 개별성의 원칙에 따라서 비코는 절대적인 미학적 기준의 존재를 부인했다. 그리고 한 시대의 지배적 국가형태는 그 시대의 자연권의 성격에 따라 규정된다고 주장한다. 자연권 개념도 한 시대의 현실관과 생활방식을 반영하는 도덕과 관습에 뿌리박고 있다. 따라서 한 사회의 제도들 안에서 일정한 통일성을 발견할 수 있고, 이 통일성은 인간의 능력과 사고방식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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