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리딩R&D] 0205_우리는 우연히 드러난 양자 세상을 산다2021-02-05 13: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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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R&D]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1. 시간파헤치기 0205 발제_아라차



우리는 우연히 드러난 양자 세상을 산다



“시간은 변화의 척도일 뿐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아무 변화가 없을 때도 흐르는 시간이 있다.” - 뉴턴


누구의 말이 맞을까? 인류의 역사상 다시 없으리만치 예리하고 심오한 두 연구자가 시간에 대해 정반대의 사고 방법을 제시했다. 두 거장이 우리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뉴턴의 시대가 오기 전까지 시간은 사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헤아리는 방식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후 몇 세기 동안 뉴턴 쪽이 줄곧 우세한 듯했다. 사물과 상관없는 시간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한 뉴턴의 모델은 현대 물리학을 수립했고 매우 잘 맞아떨어졌다. 뉴턴은 문자 t로 표현된 이 ‘시간 속에서’ 사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하는 방정식을 썼다. t는 ‘무엇이 변화하거나 움직이는 것과 상관없이’ 흐르는 ‘참된 수학적 절대 시간’이다. 뉴턴의 시간은 우리 감각의 증거물이 아니라 우아한 지적 산물인 것이다. 


시간에 대한 두 거장의 해석은 공간에도 적용될 수 있다. 뉴턴은 공간을 “그 물체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이 “상대적이고 겉보기이며 통속적”이라고 주장했다. 뉴턴에게 공간은 그 자체, 아무것도 없는 곳에도 존재하는 절대적이고 참되며 수학적이어야 했다. 뉴턴은 사물은 어느 한 ‘공간’에 위치해 있고, 이 공간은 사물을 치워도 빈 상태로 여전히 계속 존재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빈 공간’은 난센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는 있을 수 없다. 두 사람은 각자 통찰력 있고 천재적인 방식으로 주변 세상을 바라보기는 했지만, 공기의 존재는 헤어라지 않고 자신들의 믿음대로 공간을 정의해버렸다. 과연 절대적이고 수학적인 공간과 시간이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이 세상의 사물과 전혀 다른 어떤 것일까? 그래서 사물과 관계가 없는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간과 뉴턴의 시간은 또 다른 거장(아인슈타인)의 연구로 통합되었다. 현재까지 우리가 아는 최선의 지식에 따르면, 이 세상의 물리적 현실의 씨실을 구성하는 물질들을 물리학자들은 ‘장 field’이라고 부른다. 중력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시계는 중력장의 외연 크기를 측정하는 메커니즘이다. 길이 측정에 사용되는 미터는 중력장 외연의 다른 측면을 측정하는 물질의 일부다. 시공간이 중력장이고, 중력장이 시공간이다. 뉴턴이 예상한 것처럼 물질이 없어도 자체적으로 존재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의 여타 사물들과 다른 존재자는 아니고, 다른 장들과 같은 장이다. 중력장 역시 절대적이지도 균일하지도 고정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구부러지기도 펴지기도 하고, 다른 것들과 서로 밀고 당기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시공간의 구조를 흔들리는 ‘광원뿔’로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에 중력장 방정식을 썼는데, 1년이 채 지나지 않는 1916년, 이 방정식이 공간과 시간의 본성에 대한 최종적인 설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양자역학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중력장도 다른 모든 사물들처럼 양자적 특성을 가져야 한다. 미시 세계의 현상은 거시 세계에서도 나타나야 한다. 양자역학은 입자성, 미결정성, 관계적 양상이라는 세 가지 물리적 변수와 만난다. 우리가 만나는 중력장 시공간은 이 세 가지 변수들이 우연히 드러난 세상이다. 


양자역학은 ‘양자’를 기본적인 입자로 보고, 모든 현상의 최소 규모인 플랑크 규모로 현상을 설명한다. ‘양자화’된다는 것은 특정한 값만 취하고 다른 값들은 측정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양자는 캥거루처럼 한 값에서 다른 값으로 껑충 뛰어넘는, 불연속적인 운동을 한다. 최소 시간인 플랑크 시간도 마찬가지로 연속적이지 않고 불연속적인 양상을 보인다. 이것이 양자역학의 가장 특징적인 성질인 입자성이다. 미결정성은 양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고 확률구름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물리학자들은 위치의 ‘중첩’이라고 한다. 시공간도 파동처럼 흔들리며 다양한 형태로 ‘중첩’될 수 있다. 시공간이 중첩되면 한 입자가 공간에서 널리 퍼질 수 있듯이, 과거와 미래의 차이도 흔들릴 수 있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전과 후 모두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중첩 상태가 붕괴되는 것은 다른 입자들과 상호 작용이 일어날 때다. 상호 작용이 일어나면 확률구름은 구체적인 특별한 형태를 띄게 된다. 이것이 양자의 세 번째 특성인 관계적 양상이다. 중력장은 무엇인가와 상호 작용할 때까지는 결정된 값을 가지지 않는 양자적 상태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 양자 세상이다. 


시간의 간격을 결정하는 토대는 세상을 이루는 실체들과 다른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역동적인 장의 한 양상이다. 이 역동적인 장은 도약하고 요동치며 상호작용할 때만 구체화되며, 최소 크기 아래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제 시간이 없는 세상을 관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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