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페미니즘] 5장 슐라미스 파이어스톤과 <성의 변증법>2022-02-09 09: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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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뿌리부터 갈아엎어, 혁명의 미래로!!

                         5장 슐라미스 파이어스톤과 <성의 변증법>에 관하여

 

 

<여성은 계급이다.>

 

베티프리단은 어머니로서의 개인의 삶을 파헤치며 가부장제의 신화를 비판했다. 가부장제의 구조 안에서의 여성의 종속적 위치를 인식하고 다양한 여성의 역할을 만들어가자는 그녀의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프리단의 견해는 (중산층) 개인적 삶의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파이어스톤은 근본 모순을 성적 모순으로, 근본적 피억압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가부장제를 비판했다. 고전적 의미의 마르크스주의적 페미니스트들이 해왔던 여성의 재생산 활동의 가치를 인식하는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성 모순을 지적하며 페미니스트 혁명을 위한 포괄적인 성 전쟁 역학을 파헤쳤다.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보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졌다. 마르크스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세계, 즉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오후에는 낚시를 하는 세계라면 여성은 착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파이어스톤은 이 질문에 비관적이었다. 인간의 존재 이후 성의 불평등의 역사는 계속되었으며 성적 모순은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보다 더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성이 종속적인 존재로서 하나의 계급이라는 파이어스톤의 선언은 이러한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여성의 재생산과 착취>

 

여성은 생물학적 특징, 특히 재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아이를 낳을 수 있는 생식 능력, 즉 임신과 출산)으로서 성 계급이 된다. 여자는 이 가능성 안에서 인종, 신분 질서 등이 사라진다. 파이어스톤은 재생산 능력이라는 보편성으로 접근해 모든 역사와 세계 전반에 걸친 여성 억압을 구조적으로 분석해내려 했다.

생산 관계에서 노동자의 노동력이 상품을 만드는 중요한 힘이라면, 노동자를 만들어내는 건 재생산, 즉 출산과 충전을 위한 시스템으로서의 가정 내의 돌봄 노동이다. 재생산의 일은 모두 여성의 몫이며 여기에서 착취가 일어난다. 노동자의 재생산에 자본가뿐 아니라 국가도 개입한다. 따라서 성 혁명은 국가와 자본가를 동시에 부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혁명을 위해 여자가 하나의 계급이라는 점은 중요하다. 부자인 여자든 가난한 여자든 여자라는 하나의 계급으로 단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 간의 연대가 중요한 이유이다.

파이어스톤은 여성 연대를 통한 혁명을 꿈꾸었다. 혁명은 계급이 구분되는 여성의 생물학적 특징, 즉 출산의 거부로부터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혁명론은 가족제도를 없애고 생식수단을 완전히 점유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

 

<섹슈얼리티의 재발견>

 

파이어스톤은 프로이트의 성과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 프로이드가 가족을 통해 계급구조가 재생산되고 있다는 걸 포착했으며 섹슈얼리티(리비도)를 근본적인 생명력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인간이 종을 이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상기시켰다. 이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생물학적 존재로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 계급이 있고 가족이라는 단위 안에서 권력이 재생산되는 방식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안에 담겨있다. 또한 페니스 선망은 성기가 없다고 질투하는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제 권력과 승계에 대한 묘사라는 점에서 귀담을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섹슈얼리티의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서 페미니즘과 프로이트주의는 같은 토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파이어스톤은 아들, 아버지, 어머니의 가족 삼각형을 문명화의 본질로 본 것을 프로이드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권력을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족외혼의 이성애만을 정상으로 수용하고 강제했기 때문이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유착>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앵겔스는 경제적 영역, 가사의 영역을 이오코스라고 불렀다. 이는 이코노미의 어원이다. 이 이코노미의 영역에 여성, 자식, 노예, 가축이 들어간다. 가족관계 내에서 남편은 소유자이자 자본가이고 아내는 아이를 낳는 생산수단이다. 엥겔스는 가부장제가 시작되자 가족 분업, 일부일처제가 진행되었다고 분석했다. 파이어스톤은 엥겔스의 분석을 가져와 여성이 재생산을 통제당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족 안에서 여성에 대한 착취가 일어나며 이는 노동계급에 대한 착취보다 근본적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가족제도는 근대의 산물이다. 자본주의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부권제는 상속을 통해 유지된다는 점에서 사적 소유의 재산권과 밀접하다. 재생산을 담지하는 사회경제적 최소 단위로서의 가족 내에서 수장인 가부장은 여성과 아이들을 통제해 자본주의적 질서에 복무하게 한다. 가족은 권력, 불평등의 문제가 벌어지는 중요한 장이므로 파이어스톤은 이 가족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억압자인 아버지를 처단하는 친부 살해로 이어지며 결국 제도의 문제로 연결된다.

 

<모성과 아동억압의 문제>

 

모성은 아이를 낳는 여자의 생식 능력, 아이를 낳고 나서의 몸의 변화, 즉 젖이 나오거나 아이를 키우기 위한 애착이 형성되는 등, 생리 능력에 수반되는 어떤 현상들이다. 모성애는 근대 핵가족의 산물로 양육을 담당하도록 유지 시킬 수 있는 어떤 이념체계이다. 모성애는 근대 이후에 국가, 가족과 함께 탄생한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

아동 억압 역시 근대에 들어서 새롭게 대두된 문제이다. 영유아 사망률이 낮아지고 아이를 낳은 횟수가 적어지며 근대 인권의 발달로 아동기라는 개념이 시작되었다. 근대의 가부장제는 아동의 순수함과 모성애의 지극함으로 지탱되어 왔다. 결국 아동기에 대한 숭배와 가부장제 핵가족의 발생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아동기가 늘어나면서 부모의 역할과 개입의 시간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점이다. 파이어스톤은 아동기를 없애고 여성과 아이 사이의 유대를 끊어야 여성이 가족의 착취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성애를 넘어선 성의 해방>

 

파이어스톤은 이성애를 정상 섹슈얼리티로 인정하는 것 역시 재생산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파이어스톤에게 유토피아는 완전한 성적 자유였다. 성 계급이 사라진다는 것은 성 구분이 없어진다고 것이다. 즉 섹스혹은 N개의 성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 계급이 사라지면 문화, 즉 지배계층의 문화도 사라져 진정한 자기실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파이어스톤의 혁명론이었다.

 

<혁명적 상상의 미래로! - 혁명을 위한 찬가>

 

1)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하여 여성을 생식의 압제로부터 해방시키고 양육의 역할을 여성뿐 아니라 남성, 즉 사회 전체로 확산시킬 것. -공동육아, 공동탁아. 인공생식

2)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경제적 독립에 기초한 정치적 자율성을 줄 것.

3) 여성과 아이들을 사회에 전면적으로 통합시킬 것. - 학교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이는 푸코가 학교를 규율과 억압의 공간으로 규정하며 근대성을 비판했던 지점과 맞닿아 있다.

4) 모든 여성과 아이들에게 성적 자유를 줄 것.- 범성애, 섹슈얼리티를 자기 실현, 자기 구성, 세계와의 활동.

5) 실제적 해방을 위한 사이버네틱 코뮤니즘(기계가 모든 노동을 대신하고 인공생식을 통해 여성의 임신까지 대체)을 주장. - 출산,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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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스톤의 상상은 위험하고 불온하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 이 세계는 뿌리째 흔들리고 모든 것이 파괴될 위기에 처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불온하고 위험한 마녀가 아닐까? 그녀가 휘두른 마법의 지팡이는 가장 견고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핵심에 닿는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마법에 힘을 보태고 드디어 세계는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모든 역사와 문화의 흔적이 지워져 버린 세계. 그 광야에서 여성들은 씨를 뿌리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그곳은 유토피아일까? 유토피아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파멸이 가져다준 가능성 만큼은 무한하다. 파멸 너머의 연결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파이어스톤의 꿈. 홀로그램처럼 서 있는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그녀의 마법 지팡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있다. “움직여,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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