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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동아시아]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늙어가는 여성들2023-02-02 08: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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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동아시아 여성과 가족 변동_6, 7장 발제.hwp (71.5KB)

동아시아 여성과 가족 변동26장 젠더, 계급, 민족: 홍콩 거주 네팔이주여성 사례연구와 쟁점

7장 한국 여성노인의 세대 간 사회적 지원 유형

 

아시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주변성이다. 이 주변성은 세계화의 결과로 나타났다. 즉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아시아가 주변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화는 아시아를 주변화시킨 동시에 발전의 가능성도 안겨주었다. 비록 세계로 편입됨과 동시에 주변으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아시아 여성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 여성들이 가족을 떠나 국경을 넘으면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와 함께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아시아에서 여성만 국경을 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국경을 넘었다. 영국군에 고용되어 홍콩으로 왔던 네팔인 용병들이 그 예이다. 네팔인 용병들을 따라온 아내와 자녀들은 정해진 거주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홍콩에 남기를 원했다. 용병의 아내였던 이민 1세대는 거의 교육받지 못했고 홍콩에서 사회적 기반을 만들지도 못했다. 2세대와 3세대를 거치는 동안에도 이들은 홍콩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하지는 못했다.

 

홍콩은 다양한 문화가 섞인 지역이지만, 홍콩 정부는 다양한 민족을 아우르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다. 홍콩에서 태어난 네팔인 용병의 자녀였던 2세대 여성들은 홍콩 거주가 가능했지만, 취업은 허용되지 않았다. 영어 교육을 받았으며 네팔 전통과 무관하게 자란 이들은 네팔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다. 2세대 여성들 일부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에 결혼이민 형태로 홍콩에 왔다. 이 결혼은 대체로 가족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3세대는 더 많은 교육을 받았지만, 이 교육이 홍콩에서 안정적인 취업을 하는 상황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저임금에 돌봄노동 위주 직종에 일자리를 얻었다. 네팔 여성들은 가족 내에서도 좋은 아내와 어머니 역할을 강요받지만, 홍콩이라는 다른 사회로 옮겨온 후에도 사회적인 돌봄 역할을 떠맡게 된다. 동시에 이 여성들은 네팔에 남은 원가족이나 결혼으로 형성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거나 돌보는 역할까지 해내기도 한다.

 

네팔 여성들은 홍콩에서 이민자 혹은 소수민족으로서 차별을 겪는다. 동시에 여성으로서 차별받으며 가정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족과 단절되어 고립감을 겪지만, 네팔인 공동체는 물론이고 가족도 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전통적인 여성 역할에 대한 강요 속에서 네팔 여성들은 이혼을 요구하지 못했지만, 홍콩 사회와의 만남은 이들에게 자신이 법적인 권리를 쟁취할 수 있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아시아가 세계화와 주변화를 동시에 겪었다면 아시아의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주변화된 존재로 마침내 세계와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세계가 이 여성들을 착취 가능한 존재로 포착하면서 이 관계가 시작되지만, 여성들은 이 관계를 통해 비로소 가시화된다. 전통이나 가족과 단절된 채 홍콩에서 소수민족 결혼이민 여성으로 살아가는 이 여성들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홍콩 사회와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

 

결혼 상대부터 직업까지 여성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다. 여성들이 강요당하는 상황을 체념하며 받아들이는 경향도 크다. 그렇다고 이들의 삶을 수동적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6장의 네팔 이주여성 사례뿐 아니라 7장의 여성 노인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자기 상황에 순응하는 동시에 때로는 자기 삶에 불만을 드러낸다. 자기 역량이 사회적 네트워크를 맺기 위한 자원임을 알며, 그 자원을 교환하는 관계를 맺고자 한다.

 

이 책 6장과 7장은 각각 네팔 이주여성과 한국의 여성 노인이라는 서로 동떨어진 주제를 다루지만, 두 주제를 관통하며 공명하는 두 가지 문제의식이 있다. 첫 번째로 우리가 이주민이나 노인 같은 소수자 문제를 이야기할 때조차 그 대상을 기본적으로 남성으로 상정하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여성들은 소수자 집단 안에서도 더욱 드러나지 않은 존재가 되며, 이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파악하기조차 어려워진다.

 

두 번째 문제는 이 여성들의 소수성을 곧바로 수동성이나 의존성으로 연결하여 시혜적 태도를 보이는 데 있다. 네팔 이주여성이나 한국 여성 노인들은 어떤 면에서 가부장제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다고 해도 결혼이나 취업을 위해 국경을 넘거나 자기 삶에 불만을 품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려는 모습에서 능동성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들이 능동적이며 생산적인 존재임을 확인할 때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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