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생활

제목[게릴라세미나_1] 영화 <캡틴마블>과 페미니즘2019-04-24 08: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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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캡틴 마블

 

크리 행성의 여전사로 훈련받고 있던 비어스는, 스크럴족과의 교전 중 C-58(지구)로 떨어진다. 비어스는 자신이 7년 전 크리족에 의해 납치된 캐럴 댄버스라는 사실 그리고 악당인 줄 알았던 스크럴족은 외려 크리족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우주 난민임을 알게 된다. 캐럴은 스크럴들과 연합해 공동의 적 크리족에게 대항을 시작하는데 아직까지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스스로의 힘을 자각하기 전까지 캐럴의 힘은 일개 크리족의 전사의 힘일 뿐이므로.

 

지구를 떠나기 직전 캐럴은, -블 박사가 연구한 광속엔진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하여 가공할 힘을 갖게 되지만 마음대로 쓸 수는 없었다. 자신의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기도 전에, 힘을 제어할 능력부터 갖추기를 요구받았던 것. 상관 욘-로그는 비어스에게 능력이 폭주하지 않도록 조절하길, ‘감정적이 되지 않길수시로 주지시킨다. 시도들 자체를 방해받고, 실패했을 때 조롱당했던 여성이 지구에서의 캐럴이었다면 크리에서의 비어스는 자기통제가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는 도덕률 속에 갇혀 있었다.

 

감정에 대한 이성의 통제, 캐럴이 진정한 히어로가 되는 순간은 자신을 통제하던 슈프림 인텔리전스의 통제기구를 스스로 빼내어 파괴했을 때다. 그 누구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때, 캐럴은 맨몸으로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고, 크리의 우주선을 관통해 파괴하고, 우주를 날아다니는데 비행선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캡틴 마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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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님의 봉골레, 라라님의 느린 막걸리 잘 먹었습니다.



캡틴 마블의 페미니즘

  

캡틴 마블은 개봉되기 전부터 마블 덕후들 사이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던 듯하다. 마블시리즈 최초의 여성 주인공 히어로물이라는 점, 영화의 주요 스태프가 여성들이었다는 점, 배우 브리 라슨의 외모가 이전 여성 히어로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 등. 주 논란의 주제는 여성이었다.

 

영화는 예상 외로 흥행에 성공했는데, 이전 작들에 비해 스토리 전개나 연출력이나 기술면에서 칭찬할 게 없다고 하면서도 마블이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끌어들인 것이 적중했다고들 평하는 듯하다. SNS상의 영화리뷰들 중 눈에 띄는 몇 개를 무작위로 골라 읽어 보았다. 악평 쪽은 역시 이전 작들에 비해 떨어지는 작품성과 영화적인 문제를 하나하나 꼬집었다. 좋은 평은 예상과 다르지 않게 페미니즘을 다루었다는 점을 꼽는 것이다.

솔로 히어로물 최초의 여성 주인공이라는 점 자체에 후한 점수를 준다는 의견은 껄끄러웠는데 단순한 자리바꿈이 여전히 여성들에게 승리의 기쁨이 된다는 사실 때문이랄까.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에 대한 반응적 기쁨으로 보여 그랬다.

 

작품성을 비판하면서 영화가 페미니즘을 다루는 방식도 너무 게으르고 진부했다며 한마디 얹는 리뷰들 중에는 더욱 볼 만한 게 없었다. 마블유니버스의 역사와, 캐릭터들과 관련해서는 더 할 나위 없이 박식함을 자랑하면서, 그 마블의 문법 안에서 여성 히어로가 어떻게 탄생되었어야 했었는지, 캡틴 마블은 얼마나 거기에 미치지 못했는지에 관한 얘기기 때문에. 여기에는 페미니즘을 들먹거릴 이유가 없다.

 

(안 좋은 의미에서)눈길을 끌었던 한 리뷰는 솔로 히어로들의 탄생 서사가 성장배경, 능력각성과정, 히어로로서 결심을 다지는 이유를 촘촘하게 그리고 있다며, 그러나 캡틴 마블은 히어로가 되는 과정의 개연성이 너무 부족하다고 썼다. 즉 캐럴 댄버스가 히어로가 되기 전 겪는 어려움에 대한 묘사도 불충분했고, 초능력은 사고로 주어진 것이며, 히어로로서의 책임감, 결심도 부족했다는 것.

 

그러나 태어나면서부터 여성이라는 것이 핸디캡이 되는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간다는 게, 캡틴 아메리카가 남자임에도 왜소한 몸을 가지고 근성과 용기로 폭력에 맞서던 것보다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고통의 결과로서만 주어지는 능력만이 가치가 있다는 믿음, 따라서 캐럴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만한 그릇으로 설정되지 않았다는 논리는 남성 중심의 발전론적 관점에 의한 것일 뿐이다. 이러한 논리의 결과 욘-로그의 네 힘을 증명하라는 말이 정당화되는데, 그것은 남녀불문하고 그러한 논리를 신체에 각인시키고 살아온 모든 사람들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은 아닌지. 그런 의미에서 내 힘을 너에게 왜 증명해야 되느냐는 캡틴 마블의 멕이는 말 한 방은 모두가 자신에 대해 곱씹어볼 만하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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