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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3] 고은의 시 읽기 :: 0428(금) +3
희음 / 2017-04-24 / 조회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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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3] 고은의 시 읽기 :: 0428(금)

일 시 : 2017-0428(금) pm2:00~5:00

일 정 : 고은의 시 (당번_세로토닌 : 소개-후기-간식​)

           시 첨부파일을 다운받아 프린트 해주세요. ^_^

           (첨부파일이 아닌 공지글에서는 연갈이가 뒤엉켜 버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이 공지 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꼭요!^^

회 원 : 마도요, 성혜, 세로토닌, 소소, 자연, 최원, 토라진, 희음

반 장 : 희 음 (문희정) 

 

이번 세미나의 주인공은 고은 시인입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었던 시인인데,

왠지 모르게 심리적 거리감이 있는 시인. 하지만 고은 시인이 쓰는 언어는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고은 시인의 시편들은 세로토닌 님께서 직접 고르고 타이핑해 주셨습니다.

시즌3 도중에 합류하여 좋은 에너지를 나누어주고 계신 세로토닌 님께 뜨거운 감사를 전합니다.​ 

 

[詩의 공백 속으로] 시즌3 :: 세미나일정  

02-10(금) ::  1주 요즘시 :: 김행숙 ...... 당번_희음    

02-17(금) ​::  2주 요즘시​ :: 김경주 ...... 당번_정아은    

02-24(금) ​::  3주 외국시 :: 릴케   ...... 당번_희음   

03-03(금) ​::  4주  요즘시 :: 최승자 ......​ 당번_오라클    

03-10(금) ​::  5주  이전시 :: 김영랑 ......​​ 당번_마도요    

03-17(금) ​:: 휴셈 쉬어가기                                     

03-24(금)​ ::  6주  외국시 :: 실비아 플라스 ...... 당번_​​토라진

03-31(금) ​::  7주 요즘시 :: 신동엽 ......​​ 당번_성혜

04-07(금) ​::  8주 이전시 :: 파블로 네루다 ......​​ 당번_자연

04-14(금) ​::  9주 우리실험자들 봄소풍 합류 ​          

04-21(금) ​:: 10주 요즘시 :: 김혜순 ......​​ 당번_희음

04-28(금) :: 11주 이전시 :: 고은 ......​​ 당번_세로토닌     

05-05(금) ​:: 휴셈 공휴일_어린이 날  ​​   

05-12(금) ​:: 12주 외국시 :: T. S. 엘리엇 ...... 당번_소소, 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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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귀울여 들리나니 대지의 고백.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를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피안감성, 1960)

 

 

 

머슴 대길이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상머슴으로
누룩 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
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말로 도야지 멱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
밥때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이른 아침 동네 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르마 났지요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빛나는 먹눈이었지요
머슴방 등잔불 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 오듯 읽었지요
어린아이 세상에 눈떴지요.
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대길이 아저씨한테는
주인도 동네 어른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지요
살구꽃 핀 마을 뒷산 올라가서
홑적삼 처녀 따위에는 눈요기도 안하고
지게 작대기 뉘어 놓고 먼 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
우르르르 달려가는 바다 울음소리 들리는 듯하였지요
찬 겨울 눈 더미 가운데서도
덜렁 겨드랑이에 바람 잘도 드나들었지요
그가 말하였지요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저밖에 모른단다
남하고 사는 세상이란다

대길이 아저씨
그는 나에게 불빛이었지요
자다 깨어도 그대로 켜져서 밤새우는 긴 불빛이었지요

(만인보 1권, 1986)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벋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꽉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문의 마을에 가서, 1974)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광혜원 이월마을에서 칠현산 기슭에 이르기 전에
그만 나는 영문 모를 드넓은 자작나무 분지로 접어들었다
누군가가 가라고 내 등을 떠밀었는지 나는 뒤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다만 눈발에 익숙한 먼 산에 대해서
아무런 상관도 없게 자작나무 숲의 벗은 몸들이
이 세상을 정직하게 한다 그렇구나 겨울나무들만이 타락을 모른다
 
슬픔에는 거짓이 없다 어찌 삶으로 울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
오래오래 우리나라 여자야말로 울음이었다 스스로 달래어 온 울음이었다
자작나무는 저희들끼리건만 찾아든 나까지 하나가 된다
누구나 다 여기 오지 못해도 여기에 온 것이나 다름없이
자작나무는 오지 못한 사람 하나하나와도 함께인 양 아름답다
 
나는 나무와 나뭇가지와 깊은 하늘 속의 우듬지의 떨림을 보며
나 자신에게도 세상에서 우쭐해서 나뭇짐 지게 무겁게 지고 싶었다
아니 이런 추운 곳의 적막으로 태어나는 눈엽(嫩葉)이나
삼거리 술집의 삶은 고기처럼 순하고 싶었다
너무나 교조적인 삶이었으므로 미풍에 대해서도 사나웠으므로
  
얼마만이냐 이런 곳이야말로 우리에게 십여 년 만에 강렬한 곳이다
강렬한 이 경건성! 이것은 나 한 사람에게가 아니라
온 세상을 향해 말하는 것을 내 벅찬 가슴을 벌써 알고 있다
사람들도 자기가 모든 낱낱 중의 하나임을 깨달을 때가 온다
나는 어린 시절에 이미 늙어버렸다. 여기와서 나는 또 태어나야 한다
그래서 이제 나는 자작나무의 천부적인 겨울과 함께
깨물어 먹고 싶은 어여쁨에 들떠 남의 어린 외동으로 자라난다
 
나는 광혜원으로 내려가는 길을 등지고 삭풍의 칠현산 험한길로 서슴없이 지향했다

(조국의 별, 1984)

 

 

 

사랑에 대하여

 

 

칸첸중가 혹은 에베레스트에는
사랑 따위 없소 필요없소
그 천년 빙벽에
그 천년 폭풍만 있어야 하오

팔천 미터 아래
나지막이
거기 어느 골짝에 사랑 있소
거기 오래 묵어
쉰내 나는 사랑 있소

물이 사랑에 주려
아래로만 흘러가고 있소
허나
저 아래 바다
거기에는 사랑 없소 전혀 필요없소

높지 말 것
넓지 말 것

사랑은 첫째 작고 시시할 것 바람벽에 흩적삼 걸릴 것

대자대비 아니오 박애 아니오 그저 사랑은 무명 맹목의 그 사랑이오

(허공, 2008)

 

 


허공

 

 

누구 때려 죽이고 싶거든
때려 죽여 살점 뜯어먹고 싶거든
그 징그러운 미움 다하여
한 자락 구름이다가
자취 없어직
거기
허공 하나 둘
보게
어느 날 죽은 아기로 호젓하거든
또 어느 날
남의 잔치에서 돌아오는 길
괜히 서럽거든
보게
뒤란에 가 소리 죽여 울던 어린 시절의 누나
내내 그립거든
보게
저 지긋지긋한 시대의 거리 지나왔거든
보게
찬 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보게
그대 오늘 막장떨이 장사 엔간히 손해 보았거든
보게
백년 미만 도따위 통하지 말고
그냥 바라보게
거기 그 허공만한 데 어디 있을까보냐

(허공, 2008)​ 

댓글목록

세로토닌님의 댓글

세로토닌

제가 금요일날 급하게 전주에서 올라와요~~~ (그냥 놀러갔다가..) 시간이 여의치 않아, 기차표를 용산역에 1시 37분인가에 도착하는 것으로 구했어요. 택시타고 번개처럼 가도, 혹여 시간이 빠듯할까 미리 양해의 말씀 구합니다. 발제자가 미리 도착하여, 프린트도 챙기고 해야 할 것을..... 제가 가져가야 하는 것은 다 준비할테니, 오시는 회원님들께 미리 '시모음 파일'은 프린트하여 갖고계시길...다시한번 부탁드려요~~~ 2시까지는 늦지 않도록 용산역에서 열심히 가겠습니다~~^^ 그럼 금요일날 뵈어요~~~

희음님의 댓글

희음 댓글의 댓글

알겠습니다, 세로토닌 님. 노는 게 제일 중요한 건데 그 중요한 걸 적당히 자르고 시간 맞춰 올라와 주신다니 오히려 감사한 마음입니다. 헤헤.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서둘러 오느라 넘어지지 마시고 조심히 오세요.^^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죄송한 말씀.....며칠 전 좀 다쳤는데....
빨리 회복해 보겠다고 요가도 하고 몸을 이리저리 굴렸더니 오히려 더 아프다는.....ㅠㅠ
맘과 몸이 멀어지니 비극이 따로 없네요.  다음에 만날 때에는 맘과 몸을 잘 이어붙여 나타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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