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공백3] 실비아 플라스의 시 읽기 :: 0324(금)
희음
/ 2017-03-20
/ 조회 1,280
첨부파일
- 실비아 플라스 시.hwp 다운 12
관련링크
본문
[詩의 공백3] 실비아 플라스의 시 읽기 :: 0324(금)
일 시 : 2017-0324(금) pm2:00~5:00
일 정 : 김영랑의 시 (당번_토라진 : 詩소개-후기-간식)
시 첨부파일을 다운받아 프린트 해주세요. ^_^
(첨부파일이 아닌 공지글에서는 연갈이가 뒤엉켜 버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이 공지 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꼭요!^^
회 원 : 성혜, 세로토닌, 오라클, 자연, 토라진, 마도요, 희음
반 장 : 희 음 (문희정)
이번 시 발췌와 정리는 토라진 님께서 손수 해 주셨습니다. 오래 기다려온 실비아 플라스를 드디어 만나는 시간입니다! ^^
----------------------------------------------------------------------------------------------------------------------------------------
가을 개구리
여름은 늙은 냉혈한 엄마를 만들어낸다.
벌레는 별로 없고, 바짝 말랐다.
이렇게 졸음이 오는 집에서, 우리는
개골개골 울다가 시들어간다.
아침은 졸음을 쫒아버린다.
태양은 알맹이 없는 갈대 사이에서
늦게 밝아온다. 파리는 우리를 피해 달아난다.
늪지대는 못 쓰게 되었다.
서리가 심지어 거미를 떨어뜨린다. 확실히
풍요로움의 천재는
어딘가 다른 곳에 거처한다. 우리 종족은
통탄할 만큼 수가 줄어든다. (1958)
은유
나는 아홉 음절로 된 수수께끼입니다.
코끼리, 육중한 집.
두 넝쿨손 위에 한가로이 매달린 멜론.
오 붉은 과일, 코끼리 상아, 질 좋은 목재!
발효되느라 크게 부풀어 오른 이 빵 덩어리.
이 두둑한 지갑에 담긴 새로 주조된 돈.
나는 수단이고, 무대며, 새끼를 밴 암소입니다.
내릴 수 없는 기차에 올라탄 채,
나는 풋사과 한 자루를 다 먹어치웠습니다. (1959)
탐정
바람이 일곱 언덕, 붉은 도랑, 푸른 산 위로 불어올 때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컵을 정리하고 있었나? 그건 중요하다.
창가에서, 듣고 있었나?
저 계곡에서 기차는 덫에 걸린 영혼처럼 비명의 메아리를 울린다.
소떼가 잘 자란다고 해도, 저곳은 죽음의 계곡.
그녀의 정원에서 거짓말은 자신들의 눅눅한 비단과
저 이기주의자 같은 손가락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민달팽이처럼 비스듬히 움직이는 살인자의 눈을 혼란스럽게 했다.
손가락은 여인을 벽 안에 넣었다.
파이프 안에 넣어 봉한 시선과 피어오른 연기.
여기 부엌에서, 세월이 타는 냄새가 난다.
가족사진처럼 임시로 고정한 속임수가 있다.
그리고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의 미소를 보라.
죽음의 무기라고? 아무도 죽지 않는다.
집 안에는 시신이 없다.
광택제 냄새가 나고, 호화로운 카펫이 있다.
나이 지긋한 친척의 혼잣말처럼 무선 전화기가 혼자서 울려대는
붉은 방 안에서, 칼날을 만지작거리는
지루한 불량배처럼, 햇살이 비친다.
그것은 화살처럼 왔나, 그것은 칼처럼 왔나?
어떤 독극물인가?
신경을 자극하는 것인가, 진동하는 것인가? 전기 충격을 줬나?
이것은 시신 없는 사건이다.
시신은 결코 여기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은 증발에 관한 사건이다.
첫 번째로 입이 사라지고, 그 사라짐이
두 번째 해에 보고되었다. 그것은 만족하지 못한 채
쭈글쭈글하게 주름 잡히고 메마른 상태가 된 갈색 과일처럼,
학대를 받으며 매달려 있었다.
두 번째로 젖가슴이 사라졌다.
더 단단한 두 개의 하얀 돌이었다.
젖이 누르스름하게 나오고, 그러고는 물처럼 푸르고 달콤해졌다.
입술은 사라지지 않았고, 두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뼈가 드러났고, 달은 미소 지었다.
그러고 나서 마른 장작과 현관문,
자애로운 갈색 경작지와 전 재산.
왓슨, 우리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인광체로 시체를 방부 처리한 달이 있을 뿐이다.
나무에는 까마귀 한 마리뿐이다. 기록해두게. (1962.10.1.)
아 빠
당신은 하지 마, 당신은 하지 마
이제는, 검정 구두가 아니야
나는 그걸 삼십 년이나 발처럼
신고 다녔지, 초라하고 창백한 얼굴로,
감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재채기도 못하면서.
아빠, 나는 당신을 죽여야 했지.
당신은 내가 그러기 전에 죽었지.
대리석처럼 무겁고, 신으로 가득 찬 자루,
샌프란시스코의 물개처럼 크고
잿빛 발가락 하나가 달린 무시무시한 조각상
아름다운 노셋 앞바다로
강낭콩 같은 초록빛을 쏟아내는
변덕스러운 대서양의 곶처럼 거대한.
나는 아빠를 되찾으려고 기도를 하곤 했지.
오 아빠.
전쟁, 전쟁, 전쟁의
굴림대로 납작하게 밀린
폴란드 마을에서, 독일어로.
하지만 마을의 이름은 평범하지.
내 폴란드 친구는
비슷한 이름이 열두 개 아니 그보다 많이 있다고 말하지.
그래서 나는 결코 당신이 어디에 발을 대딛는지,
뿌리를 내리는지 말할 수 없고,
당신에게 말을 걸 수도 없지.
혀가 턱 안에 박혀서 꼼짝도 않지.
혀는 가시철조망의 덫 안에 박혀 있지.
나, 나, 나, 나,
나는 말을 할 수 없지.
나는 모든 독일인은 아빠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음란한 언어.
유대인처럼 나를 실어 나르는
기차, 기차.
다하우, 아우슈비츠. 벨젠으로 가는 유대인.
나는 유대인처럼 말하기 시작했지.
나는 내가 유대인일지도 모른다 생각하지
티롤의 눈, 비엔나의 깨끗한 맥주도
아주 순수하거나 진짜라고 할 수 없지.
내 집시 혈통과 기이한 운명과
내 타로 카드 점괘, 내 타로 카드 점괘를 보면
나는 약간은 유대인이지.
나는 항상 당신을 두려워했지.
독인 공군과 난해한 언어를 지닌 당신을.
말끔한 구레나룻과 아리안 족 혈통의 밝고 파란 눈동자를.
장갑차 조종사, 장갑차 조종사. 오 당신.
신이 아니라 나치의 만자가
아주 까맣게 덮고 있어서 하늘이 뚫고 나올 수 없었지.
모든 여성은 파시스트를 숭배하지.
얼굴에 있는 장화 자국과 당신처럼
잔인한 사람의 잔인한 잔인한 심장을.
아빠, 내 사진 속에서,
당신은 칠판 앞에 서 있지.
발이 아니라 턱이 움푹 팬 절개가 있지만
그것 때문에 덜 악마적인 건 아니지, 아니지
덜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
내 예쁜 붉은 심장을 두 개로 찢어놓은 악마.
그들이 아빠를 땅에 묻었을 때 나는 열 살이었지.
스무 살 때 나는 죽으려 했고
당신에게 다시, 다시, 다시 돌아가려 했지.
뼈라도 되돌아 가리라 생각했지.
하지만 그들은 나를 자루에서 끄집어내어
접착제로 붙여놓았지.
그리고 그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지.
나는 당신의 모델을 만들었지.
악마의 표정으로 고문 형틀을 좋아하는
검정 옷을 입은 남자.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지.
하지만 아빠, 이제 완전히 끝났지.
검은 전화기는 뿌리째 뽑혀서,
목소리가 기어 나오질 못하지.
내가 한 사람을 죽인다면, 나는 둘을 죽이는 셈이지.
자기가 아빠라고 말하며,
내 피를 일 년 동안 빨아 마시 흡혈귀,
사실을 말하자면, 칠 년 동안.
아빠, 이젠 돌아누워도 돼요.
당신의 살찐 검은 심장에 말뚝이 박혀 있지.
그리고 말을 사람들은 당신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지.
그들은 춤추면서 당신을 짓밟지.
그들은 그것이 당신이라는 걸 언제나 알고 있었지.
아빠, 아빠, 이 개자기, 아는 다 끝났어. (1962.10.12.)
에어리얼*
암흑 속에서의 정지.
그 때 바위산과 노정(路程)의
실체 없는 파란 유출.
신의 암사자,
뒷발굽과 무릎의 회전축!
이렇게 우리는 하나가 된다. 내가 붙잡을 수 없는
목덜미의 갈색 활 모양 같은
밭고랑이
갈라지며 빠르게 지나간다
검정 눈의
열매들이 어두운 갈고리를
내던진다.
입안 가득히 느껴지는 까맣고 달콤한 피,
그림자들,
무언가 다른 것이
나를 공기 속으로 끌고 간다.
넓적다리, 머리카락,
내 뒷발굽에서 떨어지는 얇은 조각들.
하얀
고다이바**처럼, 나는 벗어버린다.
과거의 유물과 과거의 핍박을.
그리고 이제 나는
바다의 광채 같은 밀밭을 휘젓는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벽에서 녹아내린다.
그러면 나는
화살이고,
새빨간 눈,
아침의 큰 솥 안으로
자살하듯 돌진해서 뛰어드는
이슬이다. (1962.10.27.)
*데번셔에 있는 다트무어 승마 학교에서 플라스가 탄 말의 이름
**11세기 잉글랜드 코베트리 영주의 아내였다. 발가벗은 채 백마를 타고 거리를 지나가면 주민에게 과한 무거운 세금을 면해준다는 남편의 약속에 따라 그렇게 실행했다고 한다.
말(言)
토끼들이
발작을 일으킨 뒤 나무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메아리가!
말(馬)처럼 중심에서 멀어지며
이동하는 메아리.
수액은
눈물처럼,
물방울이 떨어지며 색깔이 변해
잡초 같은 이끼에 부식된
하얀 두개골 모양의
바위 위에
그 거울을 다시 만들려고
애쓰는 물처럼 솟아난다.
몇 년 뒤 나는
그들을 길 위에서 마주친다.
무미건조하고 기수가 없는 말(言),
지칠 줄 모르는 말발굽 소리.
물웅덩이의 밑바닥에서,
박 별들이
삶을 지배하는 동안에 (1963.2.1.)
가장자리
여인은 완성되었다.
그녀의 죽은
육체는 성취의 미소를 띤다.
그리스적 필연성의 환상이
그녀가 걸친 토가의 소용돌이무늬 안으로 흐른다.
그녀의 맨발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지만, 이젠 다 끝났다.
흰 뱀처럼, 죽은 아이마다 똬리를 틀었다.
지금은 텅 비어 있는
각자의 작은 우유 주전자에.
장미 꽃잎이 닫히듯이
그녀는 아이들을 다시 자기 몸속으로
접어 넣었다.
정원이 완고해지고
밤에 피는 꽃의 달콤하고 깊은 개구부에서 향기가 흘러나올 때.
뼈로 만든 두건을 바라보며,
달은 슬퍼할 것이 없다.
그녀는 이런 일에 익숙하다.
그녀의 검은 옷은 탁탁 소리를 내며 질질 끌린다. (196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