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공백3] 신동엽의 시 읽기 :: 0331(금) +2
희음
/ 2017-03-27
/ 조회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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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3] 신동엽의 시 읽기 :: 0331(금)
일 시 : 2017-0331(금) pm2:00~5:00
일 정 : 신동엽의 시 (당번_성혜 : 詩소개-후기-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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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원 : 성혜, 세로토닌, 자연, 토라진, 마도요, 희음
반 장 : 희 음 (문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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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이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52인시집·1967년]
살덩이
우리들의 이야기는
걸레
살아 있는 것은
마음뿐이다.
마음은
누더기
살아 있는 것은
뼈뿐이다.
오, 비본질적인 것들의
괴로움이여
뼈는
겉치레
살아 있는 것은
바람과
산뿐이다.
그렇게 많은
비단을 감았지만
너를 움직이는 건
흔들리고 있는 것은
고깃덩어리 알몸
물건 없는 산
소나무 곁을
혼자서 너는 걸어가고 있고야
오, 작별한 냄새여
살덩이가
지금 저 산을 내려가고 있고야
[창작과비평·1970년 봄호]
보리밭
건, 보리밭서
강의 물결 타고
거슬러 올라가던 꿈이었지.
아무도 모를 무섬이었지
우리네 숨가쁜 몸짓은.
사랑하던 사람들은
기(旗)를 꽂고 달아나버리었나,
버스 속선 검정구두 빛났고
우리 둘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
그건, 보리밭서
강의 물결을 타고 거슬러
올라가던 꿈이었지.
너의 눈동자엔
북부여 달빛
젖어 떨어지고,
조상 적 사냥 다니던
태백 줄기 옹달샘 물맛,
너의 입술 안에 담기어 있었지.
네 몸양은 내 안에
보리밭과 함께
살아 움직이고,
맨몸 채, 뙤약볕 아래
서해바다고 들어가던
넌 칡순 같은 짐승이었지.
[창작과비평·1968년 여름호]
봄의 소실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레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 지내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레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몸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창작과비평·1970년 봄호]
산문시 1
스칸디나비아라던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데거 러셀 헤밍웨이 장자(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갯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트럭을 두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 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 내는 미사일기지도 탱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 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 소리 춤 사색(思索)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월간문학·1968년 11월 창간호]
강
나는 나를 죽였다.
비 오는 날 새벽 솜바지 저고리를 입힌 채 나는
나의 학대받는 육신을 강가에로 내몰았다.
솜옷이 궂은비에 배어
가랑이 사이로 물이 흐르도록 육신은
비겁하게 항복을 하지 않았다.
물팡개치는 홍수 속으로 물귀신 같은
몸뚱어리를 몰아쳐 넣었다.
한발짝 한발짝 거대한 산맥 같은
휩쓸려 그제사 그대로 물너울처럼 물결에
쓰러져버리더라 둥둥 떠내려가는 시체 물속에
주먹 같은 빗발이 학살처럼
등허리를 까뭉갠다. 이제 통쾌하게 뉘우침은 사람을 죽였다.
가느다란 모가지를 심줄만 남은 두 손으로
꽉 졸라맸더니 개구리처럼 삐걱! 소리를 내며
혀를 물어 내놓더라.
강물은 통쾌하게 사람을 죽였다.
[창작과비평·1970년 봄호]
댓글목록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몸이 아프네요 ㅠㅠ 신동엽을 못만나는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요...
담주에 뵈요~~~미안.
희음님의 댓글
희음아고, 토라진 님. 그동안 너무 강행군이긴 했어요. 잘 쉬고 잘 먹고, 몸조리 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