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공백3] 김영랑의 시 읽기 :: 0310(금) +2
희음
/ 2017-03-06
/ 조회 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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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3] 김영랑의 시 읽기 :: 0310(금)
일 시 : 2017-0310(금) pm2:00~5:00
일 정 : 김영랑의 시 (당번_마도요 : 詩소개-후기-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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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원 : 성혜, 세로토닌, 오라클, 자연, 토라진, 마도요, 희음
반 장 : 희 음 (문희정)
이번 당번은 마도요 님이 맡아 주셨고, 시 발췌 또한 해 주셨습니다.
김영랑 특유의 언어와 숨을 함께 느낄 시간, 설레이면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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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같이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詩)의 가슴을 살프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얄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사개틀닌 고풍의 툇마루에
사개틀닌 고풍(古風)의 툇마루에 없는 듯이 앉아
아직 떠오를 기척도 없는 달을 기둘린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런 뜻 없이
이제 저 감나무 그림자가
사뿐 한 치씩 옮아오고
이 마루 위에 빛깔의 방석이
보시시 깔리우면
나는 내 하나인 외론 벗
갸날픈 내 그림자와
말없이 몸짓없이 서로 맞대고 있으려니
이 밤 옮기는 발짓이나 들려오리라
*사개: 상자 따위의 모퉁이 끝을 들쭉날쭉하게 파낸 부분 또는 그런 짜임새
뻘은 가슴을 훤히 벗고
뻘은 가슴을 훤히 벗고
개풀 수줍어 고개 숙이네
한낮에 배란 놈이 저 가슴 만졌고나
뻘건 맨발로는 나도 자꾸 간지럽고나
뉘 눈결에 쏘이었소
뉘 눈결에 쏘이었소
온통 수줍어진 저 하늘빛
담 안에 복숭아꽃이 붉고
밖에 봄은 벌써 재앙스럽소
꾀꼬리 단둘이 단둘이로다
빈 골짝도 부끄러워
혼란스런 노래로 흰 구름 피어올리나
그 속에 든 꿈이 더 재앙스럽소
황홀한 달빛
황홀한 달빛
바다는 은(銀)장
천지는 꿈인 양
이리 고요하다
부르면 내려울 듯
정뜬 달은
맑고 은은한 노래
울려날 듯
저 은장 위에
떨어진단들
달이야 설마
깨어질라고
떨어져보라
저 달 어서 떨어져라
그 혼란서럼
아름다운 천동 지동
후젓한 삼경(三更)
산 위에 홀히
꿈꾸는 바다
깨울 수 없다
청명
호르 호르르 호르르르 가을 아침
취여진 청명을 마시고 거닐면
수풀이 호르르 벌레가 호르르르
청명은 내 머릿속 가슴 속을 젖어들어
발끝 손끝으로 새어나가나니
온 살결 터럭끝은 모두 눈이요 입이라
나는 수풀의 정을 알 수 있고
벌레의 예지를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나도 이 아침 청명의
가장 고웁지 못한 노래꾼이 된다
수풀과 벌레는 자고 깨인 어린애
밤새워 빨고도 이슬은 남았다
남았거든 나를 주라
나는 이 청명에도 주리나니
방에 문을 달고 벽을 향해 숨쉬지 않았느뇨
햇발이 처음 쏟아오아
청명은 갑자기 으리으리한 관(冠)을 쓴다
그때에토록 하고 동백 한 알은 빠지나니
오! 그 빛남 그 고요함
간밤에 하늘을 쫓긴 별살의 흐름이 저러했다
온 소리의 앞소리요
온 빛깔의 비롯이라
이 청명에 포근 축여진 내 마음
감각의 낯익은 고향을 찾았노라
평생 못 떠날 내 집을 들었노라
*취여진: 젖은
댓글목록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오늘 오후 약속이 늦어질 거 같아요ㅜㅜ
모두 즐거운 세미나 하세요^^♡
흴옹님의 댓글
흴옹
안녕들하신가요? 잊혀가는 존재일 흴옹입니다. 허허
최근에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이 김영랑 시를 작게 엮은 미니북이었는데 (가지고 다니기 쉽도록) 이럴수가!!
우리 실험자와 제가 설마 그 - 데데데데데스트니인가욧??
여전히 차분하게 그러나 열정적으로 시의 공백을 즐기고 계실 여러분들 -
좋은 봄날 보내시고 무엇보다 건강하세요. 감기조심이요. 다시 뵐 그날(?)까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