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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3] 김경주의 시 읽기 :: 0217(금) +1
희음 / 2017-02-13 / 조회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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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3] 김경주의 시 읽기 :: 0217(금)


일 시 : 2017-0217(금) pm2:00~5:00

일 정 : 김경주의 시 (당번_정아은 : 소개-후기-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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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이 아닌 공지글에서는 연갈이가 뒤엉켜 버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공지 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꼭요!^^

회 원 : 성혜, 오라클, 정아은, 자연, 토라진, 마도요, 희음

반 장 : 희 음 (문희정)

 

지난 시간, 제가 결석한 와중에도 자리 따뜻하게 지켜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대신 진행 맡아주시고 당번까지 배정해 주신 오라클 님께도 따로이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직은 세미나의 정식 회원이 아님에도 당번 순서를 맡아 신속하게 시 발췌 자료 선별해 주신

정아은 님께도 특별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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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幾微)

-리안에게

 

황혼에 대한 안목(眼目)은 내 눈의 무늬로 이야기하겠다 당신이 가진 사이와 당신을 가진 사이의 무늬라고 이야기하겠다

 

죽은 나무 속에 사는 방과 죽은 새 속에 사는 골목 사이에 바람의 인연이 있다 내가 당신을 만나 놓친 고요라고 하겠다 거리를 저녁의 냄새로 물들이는 바람과 사람을 시간의 기면으로 물들이는 서러움. 여기서 바람은 고아(孤兒)라는 말을 쓰겠다

 

내가 버린 자전거들과 내가 잃어버린 자전거들 사이에 우리를 태운 내부가 잘 다스려지고 있다 귀가 없는 새들이 눈처럼 떨어지고 바다 속에 내리는 흰 눈들이 물빛을 버린다 그런 날 눈을 꾹 참고 사랑을 집에 데려간 적이 있다고 하겠다

 

구름이 붉은 위()를 산문(山門)에 걸쳐놓는다 어떤 쓸쓸한 자전 위에 누워 지구와의 인연을 생각한다고 하겠다 눈의 음정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별의 무렵이라고 하겠다

 

내리는 눈 속의 물소리가 어둡다 겨울엔 눈() 안의 물결이 더 어두워지는 무렵이어서 오늘도 당신이 서서 잠든 고요는 제 깊은 불구로 돌아가고 싶겠다 돌의 비늘들과 돌 속의 그늘이 만나서 캄캄하게 젖는 사이라고 하겠다

 

     

 

 

목련(木蓮)

 

마루에 누워 자고 일어난다

12년 동안 자취(自取)했다

 

삶이 영혼의 청중들이라고

생각한 이후

단 한 번만 사랑하고자 했으나

이 세상에 그늘로 자취하다가 간 나무와

인연을 맺는 일 또한 습하다

문득 목련은 그때 핀다

 

저 목련의 발가락들이 내 연인들을 기웃거렸다

이사 때마다 기차의 화물칸에 실어온 자전거처럼

나는 그 바람에 다시 접근한다

얼마나 많은 거미들이

나무의 성대에서 입을 벌리고 말라가고 서야

꽃은 넘어오는 것인가

화상은 외상이 아니라 내상이다

문득 목련은 그때 보인다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이여

목련의 그늘이 너무 뜨거워서 우는가

 

나무에 목을 걸고 죽은 꽃을 본다

인질을 놓아주듯이 목련은

꽃잎의 목을 또 조용히 놓아준다

그늘이 비리다

 

 

 

 

바람의 연대기는 누가 다 기록하나

 

1

이를테면 빙하는 제 속에 바람을 얼리고 수세기를 도도히 흐른다

극점에 도달한 등반가들이 설산의 눈을 주워 먹으며 할 말을 한다 몇백 년 동안 녹지 않았던 눈들을 우리는 지금 먹고 있는 거야 얼음의 세계에 갇힌 수세기 전 바람을 먹는 것이지 이 바람에 도달하려고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 거룩한 인생에 지각을 하기 위해 산을 떠돌았어 그리고 이따금 거기서 메아리를 날렸지

 

삶이

닿지 않는 곳에만

가서

메아리는

젖는다

 

메아리는 바람 앞에서 인간이 하는, 유일한 인간의 방식이 아니랄까

어느 날 거울을 깨자 속에 있던 바람이 푸른 하늘을 향해 만발한다

그리고 누군가 내 얼굴을 더듬으며 물었다 우선 노래부터 시작하자고.

 

2

바람은 살아 있는 화석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진 뒤에도 스스로 살아남아서 떠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 속에서 운다 그러나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바람의 세계 속에서 울다 간다

 

바람이 불자

새들이

자신의

꿈속으로 날아간다

 

인가의 눈동자를 가진 새들을 바라보며 자신은 바로 오는 타인의 눈 속을 헤맨다

그것은 바람의 연대기 앞에서 살다 간 사람들의 희미한 웃음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바람에게 함부로 반말하지 말라는 농담 정도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어쩌면 벽에 박혀 있는 저 못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이쪽에서 보면 못은

그냥 벽에 박혀 있는 것이지만

벽 뒤 어둠의 한가운데서 보면

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

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

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것이리라

 

바람이 벽에 스미면 못도 나무의 내연(內緣)을 간직한

빈 가지처럼 허공의 희미함을 흔들고 있는 것인가

 

내가 그것을 알아본 건

주머니 가득한 못을 내려놓고 간

어느 낡은 여관의 일이다

그리고 그 높은 여관방에서 나는 젖은 몸을 벗어두고

빨간 거미 한 마리가

입 밖으로 스르르 기어나올 때까지

몸이 휘었다

 

못은 밤에 몰래 휜다는 것을 안다

 

사람은 울면서 비로소

자기가 기르는 짐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먼 생

-시간은 존재가 신과 갖는 관계인가

 

골목 끝 노란색 헌옷 수거함에

오래 입던 옷이며 이불들을

구겨 넣고 돌아온다

곱게 접거나 개어 넣고 오지 못한 것이

걸린지라 돌아보니

언젠가 간장을 쏟았던 팔 한쪽이

녹은 창문처럼 밖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어둠이 이 골목의 내외에도 쌓이면

어떤 그림자는 저 속을 뒤지며

타인의 온기를 이해하려 들 텐데

내가 타인의 눈에서 잠시 빌렸던 내부나

주머니처럼 자꾸 뒤집어보곤 하였던

시간 따위도 모두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감추고 돌아와야 할 옷 몇 벌, 이불 몇 벌,

이 생을 지나는 동안

잠시 내 몸의 열을 입는 것이다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종일 벽으로 돌아누워 있을 때에도

창문이 나를 한 장의 열로 깊게 덮고

살이 닿았던 자리마다 실밥들이 뜨고 부풀었다

내가 내려놓고 간 미색의 옷가지들,

내가 모르는 공간이 나에게

빌려주었던 시간으로 돌아와

다른 생을 윤리하고 있다

 

저녁의 타자들이 먼 생으로 붐비기 시작한다

 

*시간은 존재가 신과 갖는 관계인가: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중에서 인용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mf

 

당신과 내가 한 번은 같은 곳에 누웠다고 하자 당신의 혀를 만지며 눈을 뜨고 주머니 속에서 나의 아름다운 유리알들을 꺼내 보여주었을 텐데 긴 사슬을 물에 풀고 떠나는 해질녘의 외항선처럼 내항의 흐름을 잃어버리는 시간. 내가 들어가서 객사한 창, 남몰래 당신의 두 눈을 돌려주어야 할 텐데

 

이 내막으로 나는 제법 어두운 모래알들을 가지고 노는 소년이 될 줄 알았다

그 적막한 야만이 당신이었다고 하자 생의 각질들을 조금씩 벗겨내는 언어라는 것이 먼저 인간을 기웃거리는 허공을 보아버렸음을 인정하자

 

새들이 간직한 미로를 가지고 싶었으나 그들이 유기해버린 바람의 지도는 밤에 조용히 부서진다 한 인간을 향한 시간의 내피가 인연이 된다면 한 마음을 향한 나의 인간은 울음인가 그 내피들이 다 대답이 되었다고는 말하지 말자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배가 도착했다고 하자 언어란 시간이 몸에 오는 인간의 물리(物理)에 다름 아니어서 당신과 내가 한 번은 같은 곳에 누었다고, 울고 갔다고 적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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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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