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공백3] 김행숙의 시 읽기 :: 0210(금) +2
희음
/ 2017-02-07
/ 조회 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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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3] 김행숙의 시 읽기 :: 0210(금)
일 시 : 2017-0210(금) pm2:00~5:00
일 정 : 김행숙의 시 (당번_희음 : 詩소개-후기-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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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이 공지 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꼭요!^^
회 원 : 성혜, 오라클, 자연, 토라진, 마도요, 희음
반 장 : 희 음 (문희정)
시공백 세미나 3기, 본격 출범일이 다가왔습니다.
신청자가 많지 않지만, 우리는 잘 출렁이고 유영하며 이 시간을 잘 채워나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첫 발제는 제가 맡았습니다. 김행숙의 언어가 우리의 언어와 만나 어떤 노래로 태어나게 될지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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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능력
나는 기체의 형상을 하는 것들.
나는 2분간 담배연기. 3분간 수증기. 당시느이 폐로 흘러가는 산소.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태울 거야.
당신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알고 있었니?
당신이 혐오하는 비계가 부드럽게 타고 있는데
내장이 연통이 되는데
피가 끓고
세상의 모든 새들이 모든 안개를 거느리고 이민을 떠나는데
나는 2시간 이상씩 노래를 부르고
3시간 이상씩 빨래를 하고
2시간 이상씩 낮잠을 자고
3시간 이상씩 명상을 하고, 헛것들을 보지. 매우 아름다워.
2시간 이상씩 당신을 사랑해.
당신 머리에서 폭발한 것들을 사랑해.
새들이 큰 소리로 우는 아이들을 물고 갔어. 하염없이 빨래를 하다가 알게 돼.
내 외투가 기체가 되었어.
호주머니에서 내가 꺼낸 건 구름. 당신의 지팡이.
그렇군. 하염없이 노래를 부르다가
하염없이 낮잠을 자다가
눈을 때가 있었어.
눈과 귀가 깨끗해지는데
이별의 능력이 최대치에 이르는데
털이 빠지는데, 나는 2분간 담배연기. 3분간 수증기. 2분간 냄새가 사라지는데
나는 옷을 벗지. 저 멀리 흩어지는 옷에 대해
이웃들에 대해
손을 흔들지.
옆모습
옆모습은 너의 절반일까
똑같은 눈
똑같은 코
냉장고와 프라이팬에 나뉜 고깃덩어리처럼
꽁꽁 어는 것
불 위에서 녹고 타는 것
옆모습은 어디서부터 어디로
어디까지 확장될까
상상은 잘 펼쳐지지 않는다
똑같은 모양으로 구부러진 팔을 상상하는 순간
무서워!
태어나지 않은 동생들처럼
팔은 꿈속에서도 먼지 속에서도 자란다
선반은 언제나 너무 높고
네가 발꿈치를 들 때
손이 손을 떠나 네가 문득 비었을 때
똑같은 손이란 무엇일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란 무엇일까
네가 네게 칼자국을 몇 개 긋고
싱싱한 화초처럼 불꽃을 심을 때
오그라드는 살과
명확해지는 뼈
너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하여
천천히 회전한다
네게 박수를 보낼 수가 없어!
오른손이 왼손을 모르고
오른손이 오른손도 모르고
너는 자꾸 벗어난다
손
마차에서 말들이 분리되는 순간
마차는 스톱! 하지 않았다
마차는
서서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쓴다, 나로부터 멀어지는 말발굽들처럼
극적으로 쓰러지는 대단원의 인물들처럼
다시 일어나 화려하게 웃으며 무대인사를 하는 여배우처럼
다른 사람처럼
허공에 휘어진 채찍처럼
나는 만지고
사랑하였다
나는 쓴다, 쓰고 나서 지우지 않고 쓴다
나는 살인의 현장을 지나, 떨어져 있는 칼, 다시 떨어져 있는 손, 갈퀴, 나의 가난
추적자의 손길처럼
환해지고
집요해진다
왕의 주먹이 만들어지고
쾅, 원탁의 한가운데를 내리치고 솟구치는
나의 날개
세계에 떨어지는 주사위들
한 사람 3
잔디는 어디까지 자라나. 잘 자라서 잘 죽었나. 푸릇푸릇 똑같은 발목으로 일어서는가. 버려진 정원. 한 발자국 더 뒤에 물러서 있는 정원처럼.
밤과 어둠의 차이를 우리는 정원의 어느 구석에서 알아챘는가. 밤의 정원. 저녁의 정원에도 정혜, 은혜, 미혜 같은 명찰이 붙여진 나무들이 잎사귀, 그림자, 잎사귀, 그림자를 드리우나. 정원의 여자들은 어디로 다 흩어졌나.
우리들은 어디에 모여서 한 사람이 되었나. 우리는 이곳까지 달려오면서 많은 이름들을 붙였다, 뗐다, 붙였다, 투명테이프처럼. 안녕. 안녕. 금방 버려진 이름들과 함께하였던 우리의 유머와 블랙. 사랑과 블랙. 우리들은 사랑스럽고 드디어 모호해진다.
정원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우리들의 뒤로 물러섰나. 끝에서 끝을 넘어갔나. 한 발자국의 깊이에 대해서.
얼굴의 탄생
어둠이 몰려서 온다. 녀석들. 녀석들.
검은 비닐봉지 같은 얼굴을 하고 걸어오면서 찢어지는 얼굴을. 툭, 하고 떨어지는 물체. 죽은 건 줄 알았는데 개의 죽음은 또 아주 멀었다는 듯이 발을 모아 높이 뛰어오르고. 착지와 비약으로 이루어지는 선상에서 음표처럼
빵, 하고 택시가 지나가고 빵, 하고 택시가 지나가고 빵, 하고 택시 아닌 바퀴들이 지나가고
오른쪽 어깨 위에 어둠, 왼쪽 어깨 위에 어둠, 나는 어깨인지 어둠인지 녀석들인지 나는 나에 한정 없이 가까워
나는 거의 끝까지 멀어지고. 어둠에는 초점이 없으리. 녀석들의 노래. 잔치를 위해 돼지가 돼지라고 부를 수 없을 때까지 분할되고. 환하게. 남녀노소 고기를 씹는다. 이빨 사이에 고기가 끼고. 그러나 고기라고 부를 수 없을 때까지
나는 코만 남아서 정신없이 냄새를 맡는다. 냄새의 세계에는 비밀이 없으리. 녀석들의 노래. 녀석들의 코. 돌출적인. 뭉툭한. 냄새는 약 기운처럼 퍼져 여기 오래 있으면 냄새를 잃게 돼. 우리들은 장소를 옮겨 코를 지키자. 어둠이 우리를 벗겨내는 곳으로
툭, 다른 곳에 떨어지는 물체처럼 죽은 건 줄 알았는데. 녀석들 어둠 속에서 얼굴을. 얼굴을. 나라고 부를 수 없을 때까지
에코의 초상
입술들의 물결, 어떤 입술은 높고 어떤 입술은 낮아서 안개 속의 도시 같고, 어떤 가슴은 작아서 멍하니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 같고, 끝 모를 장례 행렬, 어떤 눈동자는 진흙처럼 어둡고 어떤 눈동자는 촛불처럼 붉어서 노을에 젖은 회색 구름의 띠 같고, 어떤 손짓은 멀리 떠나보내느라 흔들리고 어떤 손짓은 어서 돌아오라고 흔들려서 검은 새 떼들이 저물녘 허공에 펼치는 어지러운 군무 같고, 어떤 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고 어떤 얼굴은 꿈에서 보는 것 같고 어떤 얼굴은 영원히 보게 될 것 같아서 너의 마지막 얼굴 같고, 아, 하고 입을 벌리면 아, 하고 입을 벌리는 것 같아서 살아 있는 얼굴 같고,
댓글목록
희음님의 댓글
희음
세미나 시작 날, 제가 빠지면 안 되는 건데, 이 몸으로 나갔다간 오히려 민폐가 될 일을 만들지도 몰라서요.
오라클 님께 진행 부탁드렸고, 발제문은 세미나 시작 전에 올리겠습니다. 모두에게 죄송합니다.ㅠㅠ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저도 오늘 결석이네요. 조카 졸업식 참석 후 친정 이사로 노동력 재공하러 가야해서요....
담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