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공백2] 다나카와 슌타로의 시 읽기 :: 0120(금) +2
희음
/ 2017-01-16
/ 조회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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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2] 다나카와 슌타로의 시 읽기 :: 0120(금)
일 시 : 2017-0120(금) pm2:00~5:00
일 정 : 다나카와 슌타로의 시 (당번_주호 : 詩소개-후기-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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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시 발췌는 주호 님께서 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이 공지 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꼭요!^^
회 원 : 두루한, 성혜, 소리, 소소, 오라클, 주호, 케테르, 침연, 토라진, 희음
반 장 : 희 음 (문희정)
네로 ― 사랑받았던 작은 개에게
네로
이제 곧 또 여름이 온다
너의 혀
너의 눈
너의 낮잠 자는 모습이
지금 또렷이 내 앞에 되살아난다
너는 단지 두 번의 여름을 알았을 뿐이었다
나는 벌써 열여덟번째의 여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 것과 또 내 것이 아닌 여러 여름을 떠올리고 있다
메종 라피트의 여름
요도의 여름
윌리엄즈 파크 다리의 여름
오랑의 여름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도대체 이미 몇 번 정도의 여름을 알고 있을까 하고
네로 이제 곧 또 여름이 온다
그러나 그것은 네가 있던 여름은 아니다
또 다른 여름
전혀 다른 여름인 것이다
새로운 여름이 온다
그리고 새로운 여러 가지를 나는 알아차린다
아름다운 것 미운 것 나를 힘차게 만들 것 같은 것
나를 슬프게 만들 것 같은 것
그리고 나는 묻는다
대체 무엇일까
대체 왜일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네로
너는 죽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멀리 가서
너의 목소리
너의 감촉
너의 기분까지가
지금 또렷이 내 앞에 되살아난다
하지만 네로
이제 곧 여름이 온다
새롭고 무한하게 넓은 여름이 온다
그리고
나 역시 걸어가리라
새로운 여름을 맞고 가을을 맞고 겨울을 맞아
봄을 맞아 더욱 새로운 여름을 기대하여
온갖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해
그리고
온갖 나의 물음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이십억 광년의 고독(1952)』
이십억 광년의 고독
인류는 작은 공(球) 위에서
자고 일어나고 그리고 일하며
때로는 화성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화성인은 작은 공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혹은 네리리 하고 키르르 하고 하라라 하고 있는지)
그러나 때때로 지구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것은 확실한 것이다
만유인력이란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
우주는 일그러져 있다
따라서 모두는 서로를 원한다
우주는 점점 팽창해간다
따라서 모두는 불안하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
나는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1952)』
소네트 62
세계가 나를 사랑해주기에
(잔혹한 방법으로 때로는
상냥한 방법으로)
나는 언제까지나 혼자일 수 있다
내게 처음 한 사람이 주어졌을 때에도
나는 그저 세계의 소리만을 듣고 있었다
내게는 단순한 슬픔과 기쁨만이 분명하다
나는 언제나 세계의 것이니까
하늘에게 나무에게 사람에게
나는 스스로를 내던진다
마침내 세계의 풍요로움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나는 사람을 부른다
그러자 세계가 뒤돌아본다
그리고 내가 사라진다
『62의 소네트(1953)』
슬픔은
슬픔은
깎다 만 사과
비유가 아니고
시가 아닌
그냥 거기에 있는
깎는 도중의 사과
슬픔은
그냥 거기에 있는
어제 날짜 석간신문
그냥 거기에 있는
그냥 거기에 있는
뜨거운 유방
그냥 거기에 있는
석양
슬픔은
말을 떠나
마음을 떠나
그냥 거기에 있는
오늘의 사물들
『그대에게(1960)』
밤의 라디오
나는 납땜용 인두를 1949년제 필코 라디오를 만지작거린다
진공관은 뜨거워지고 끝끝내 완강히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나는 아직 생생한 그 체취에 빠져 있다
어째서 귀는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듣고 싶어 하는가
그러나 지금은 너무 많은 것이 들려오는 것 같아
내게는 고장 난 라디오의 침묵이 반가운 목소리 같다
라디오를 만지작거리는 것과 시를 쓰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
아직 시와 연을 맺지 않았던 소년 시절로 돌아가
다시 한 번 먼지 많은 자갈길을 걷고 싶지만
나는 잊고 있다
마치 그럴 시간 따위 없다는 듯이 여인도 친구도
다만 더 많이 듣고 싶다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다고
나는 숨 죽이고 귀를 세웠다
소나기구름이 몰려오는 여름 하늘에
가족이 모이는 너저분한 거실의 웅성거림에
삶을 이야깃거리로 요약해버리는 것에 반기를 들며
『세계를 모르고(1993)』
2페이지 둘째 줄부터
2페이지 둘째 줄부터 시는 망가지기 시작했다
먼저 고유명사가 물에 잠기고
형용사가 썩고
조사가 흐슬부슬 떨어지고
접속사에는 곰팡이가 많이 피었다
사태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시인에게까지 미쳤다
느닷없이 의자 다리가 부러졌으며
이어서 키보드가 녹아버린 데다
머리칼도 타올랐다
아내는 그것을 보자마자 집을 나가고
맏아들의 야뇨증이 재발했다
맏딸은 입을 다물고
이름이 다로인 개가 에스페란토로 짖기 시작했다
애마 ‘라이프’의 네비게이션도 고장났다
뜻밖의 일로 흥분해서 그런지
3페이지 셋째 줄에서 시는 돌연 회복되었다
현실과의 정합을 거부하고
언어의 아나키즘에 가담해서
시는 페이지로부터 망명했다
그후의 전말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활자이기를 포기한 시는 목소리로 퍼지고
수컷 시를 암컷 자석으로 포착하려는 시도도
문부과학성에 의해 금지되고
시단은 드디어 국어사전 속으로 은퇴했다
『미래의 아이(2013)』
댓글목록
소소님의 댓글
소소
오늘 갑자기 업무 관련 미팅이 잡혀서 불참합니다.
좋은 시, 같이 이야기할 수 없어서 아쉽네요...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집안일 때문에 결석합니다. 아쉽지만....어쩔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