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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2] 김수영의 시 읽기 :: 0113(금) +3
희음 / 2017-01-10 / 조회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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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2] 김수영의 시 읽기 :: 0113(금)


일 시 : 2017-0113(금) pm2:00~5:00

일 정 : 김수영의 시 (당번_없음 : 소개-후기-간식​)

           김수영의 시 첨부파일을 다운받아 프린트 해주세요. ^_^

           (첨부파일이 아닌 공지글에서는 연갈이가 뒤엉켜 버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번 주는 기존 당번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공백이 생겼습니다.

           회원 모두가 김수영에 대해 시간을 들여 읽어 오시면 좋겠습니다. 

 

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공지 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꼭요!^^

회 원 : 두루한, 성혜, 소리, 소소, 오라클, 주호, 케테르, 침연, 토라진, 희음

반 장 : 희 음 (문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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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의 장난

 

 

팽이가 돈다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한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안에서 쫓겨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맟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보아도 나 사는 곳보다는 여유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 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년전의 성인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눈은 살아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사랑의 변주곡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의 끝에

사그러져가는 라디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삼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기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

이제 가시밭, 덩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

까지도 사랑이다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절도는

열렬하다

간단(間斷)도 사랑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

심부름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같은

암흑 속을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푸른 눈망울처럼

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떴다 감는 기술 불란서혁명의 기술

최근 우리들이 4·19에서 배운 기술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소리내어 외치지 않는다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이여

고요함과 사랑이 이루어놓은 폭풍의 간악한

신념이여

봄베이도 뉴욕도 서울도 마찬가지다

신념보다도 더 큰

내가 묻혀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

너는 개미이냐

 

아들아 너에게 광신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인류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미대륙에서 석유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도시의 피로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이 아닐 거다

 

 

 

여름뜰

 

 

무엇때문에 부자유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무엇때문에 자유스러운 생활을 피하고 있느냐

여름뜰이여

나의 눈만이 혼자서 볼 수 있는 주름살이 있다 굴곡이 있다

모오든 언어가 시에로 통할 때

나는 바로 일순간 전의 대담성을 잊어버리고

젖먹는 아이와같이 이즈러진 얼굴로

여름뜰이여

너의 광대한 손()을 본다

 

[조심하여라! 자중하여라! 무서워할 줄 알어라!]하는

억만의 소리가 비오듯 내리는 여름뜰을 보면서

합리와 비합리와의 사이에 묵연히 앉아있는

나의 표정에는 무엇인지 우스웁고 간지럽고 서먹하고 쓰디쓴 것마저 섞여있다

그것은 둔한 머리에 움직이지 않는 사념일 것이다

 

무엇때문에 부자유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무엇때문에 자유스러운 생활을 피하고 있느냐

여름뜰이여

크레인의 강철보다 더 강한 익어가는 황금빛을 꺾기 위하여

너의 뜰을 달려가는 조고마한 동물이라도 있다면

여름뜰이여

나는 너에게 희생할 것은 준비하고 있노라

 

질서와 무질서와의 사이에

움직이는 나의 생활은

섧지가 않아 시체나 다름없는 것이다

 

여름뜰을 흘겨보지 않을 것이다

여름뜰을 밟아서도 아니될 것이다

묵연히 묵연히

그러나 속지 않고 보고 있을 것이다

 

 

댓글목록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죄송합니다....갑자기 여행을 가게 되어서 결석하게 됩니다
발제를 맡았는데....송구합니다(꾸벅)

주호님의 댓글

주호

개인사정으로 내일 결석합니다.

소리님의 댓글

소리

몸이 안 좋아서 결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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