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공백2] 박소란의 시 읽기 :: 0106(금) +1
희음
/ 2017-01-02
/ 조회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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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2] 박소란의 시 읽기 :: 0106(금)
일 시 : 2017-0106(금) pm2:00~5:00
일 정 : 박소란의 시 (당번_케테르 : 詩소개-후기-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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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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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원 : 두루한, 성혜, 소리, 소소, 오라클, 주호, 케테르, 침연, 토라진, 희음
반 장 : 희 음 (문희정, 010–8943–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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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아무것도
폐품 리어카 위 바랜 통기타 한 채 실려간다
한시절 누군가의 노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
아랑곳없이 바퀴는 구른다
길이 덜컹일 때마다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어라
다만 흉터였으니 어설픈 흉터를 후벼대는 무딘 칼이었으니
칼이 실려간다 버려진 것들의 리어카 위에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
주소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늘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용산을 추억함
폐수종의 애인을 사랑했네 중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용산우체국까지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한강로 거리를 쿨럭이며 걸었네 재개발지구 언저리 함부로 사생된 먼지처럼 풀풀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도시의 몸 구석구석에선 고질의 수포음이 새어나왔네 엑스선이 짙게 드리워진 마천루 사이 위태롭게 선 담벼락들은 저마다 붉은 객담을 쏟아내고 그 아래 무거운 날개를 들썩이던 익명의 새들은 남김없이 철거되었네 핏기 없는 몇그루 은행나무만이 간신히 버텨 서 있었네 지난 계절 채 여물지 못한 은행알들이 대진여관 냉골에 앉아 깔깔거리던 우리의 얼굴들이 보도블록 위로 황망히 으깨어져 갔네 빈 거리를 머리에 이고 잠든 밤이면 자주 가위에 눌렸네 홀로 남겨진 애인이 흉만의 몸을 이끌고 남일당 망루에 올라 오 기어이 날개를 빼앗긴 한 마리 새처럼 찬 아스팔트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꿈이 머릿속을 낭자하게 물들였네 상복을 입은 먹구름떼가 순식간에 몰려들었네 깨진 유리창 너머 파편 같은 눈발이 점점이 가슴팍에 박혀왔네 한숨으로 피워낸 시간 앞에 제를 올리듯 길고 긴 편지를 썼으나 아무도 돌아올 줄 모르고 봄은 답장이 없었네 애인을, 잃어버린 애인만을 나는 사랑했네
체념을 위하여
희망과 야합한 적 없었다 결단코
늘 한발 앞서 오던 체념만이 오랜 밥이고 약이었음을
고백한다 밤낮 부레끓는 숨과 다투던 폐암 말기의 어머니
악착같이 달아 펄떡이던 몸뚱이를
일찍이 반지하 시린 윗목에 안장한 일에 대하여
마지막 구원의 싸이렌마저 함부로 외면할 수 있었던 조숙한 나약함에 대하여
방 한 귀퉁이 중고 산소호흡기를 들여놓고
새벽마다 동네 장의사 명함만 만지작거렸다
그 어떤 신념보다 더욱 견고한 체념으로, 어김없이 날은 밝아
먼 산 기울어진 해도 저토록 가쁘게
가쁘게 도시의 관짝을 여밀 수 있음을 알았다 습관처럼
사랑을 구하던 애인이 어느 막다른 골목에서 뒷걸음질쳐 갈 때도
시험에 낙방하고 아무 일자리나 찾아 낯선 가게들을 전전할 때도
오로지 체념, 체념만을 택하였다 체념은 나의 신앙
그 앞에 무릎 꿇고 자주 빌었으며 순실히 경배하였다
체념하며 산 것이 아니라 체념하기 위해 살았다 어쩌면
이제 와 더 깊이 체념한다 한들 제 발 살 려 다 오
끝까지 매달리던 어머니의 원망 같은 무덤이 핏빛 흉몽으로 솟아오르고
안부조차 알 길 없는 애인이 허랑한 시절이 막무가내로 뺨따귀를 갈긴다 한들
행여 우연히 한번쯤 더듬거리듯 옛날을 불러세운다 한들
절망은 여전히 온 힘을 다해 절망할 것이고
나는 기어이 침묵으로 순교할 것이다 다시 체념을 위하여
도망치듯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굳센 체념을
안부
소도시 원룸의 아버지는 요 며칠 부쩍 꿈자리가 사납다고
일장춘몽이라 했느니, 딸아
모쪼록 너는 안녕히 잘 지내거라
언제부턴가 세상의 모든 인사는 작별 인사
수화기 저편 아버지는 무거운 이불 속으로 더 무거운 몸을 끌어다 묻는다
그 곁에 붉은 흙냄새를 풍기는 잠이 별안간 찾아들 것이다
오늘 나는 수첩 한 페이지를 열어 때늦은 유언을 적는다
만원버스 구석에 앉아 졸음을 토할 때나 허겁지겁 숟가락을 들 때
사랑을 나눌 때조차 가방 한쪽에 숨죽이고 있을 유언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그만 기민한 어제가 된다
처음이자 마지막 봄볕이 성에 낀 창가를 잠시 두리번거리다 멀어진다
일장춘몽이라 했느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안녕하지만은 못했던 날들이
구태여 잠잠히 흘러간다
정전
옆방 102호, 그 아무개를 알게 된 건
이슥한 밤의 일
해독할 길 없는 어둠과 어둠 사이
아득한 적요로 우거진 공중
불현 듯
콘크리트 벽 저편으로부터 내솟는 한줄기 거센 오줌발, 아
이는 분명
산 자, 살아 펄떡이는 자의 소리
기원을 잃어버린 어느 짐승의 긴한 울음소리
어쩌면 그는
맨눈으로 뒤척이다 깨어 속수무책
이 밤의 맹기를 견디는 자임을
길을 헤매던 낮 속에 피 흘리고 상처 입은 자임을
그래, 어쩌면 그 또한
황야의 낯선 동굴을 홀로 찾아들 듯
이역의 단칸방에 불을 놓고 허성한 밥상을 차렸으리
그 위 한그릇 식은 밥이 남몰래 몸살을 앓았으리
벌거벗은 굉음은 방 안 가득
뭉클한 미명을 드리우고
굳게 걸어잠근 이부자리 한켠 제풀에 어려 흥건한데
이제 나는
쇠한 짐승의 마지막 발톱을 세워 똑똑
그 벽에 노크를 하니
거기 있습니까
웅크려 흐느끼던 집들 반짝 고개 들어
도시의 하늘을 올려다볼 때 총총히 여문 귀를 가져다 댈 때 거기,
거기 잘 있습니까
댓글목록
침연님의 댓글
침연이번 세미나에 참석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이번 달 세미나에 계속 참석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다음주에 얘기드리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