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공백2] 김춘수의 시 읽기 :: 1125(금) +3
희음
/ 2016-11-22
/ 조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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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2] 김춘수의 시 읽기 :: 1125(금)
일 시 : 2016-1125(금) pm2:00~5:00
일 정 : 김춘수의 시 (당번_주호 : 詩소개-후기-간식), 무긍 님 시 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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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이 공지 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꼭요!^^
회 원 : 무긍, 반디, 소리, 소소, 오라클, 주호, 책비, 케테르, 토라진, 희음
반 장 : 희 음 (문희정, 010–8943–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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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을 위한 서시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無名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 내 운다.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가로수 잎이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황혼 무렵
느닷없이 날아온 수 발의 소련제 탄환은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
순간, 바숴진 네 頭部는 소스라쳐 30보 상공으로 튀었다.
頭部를 잃은 목통에서는 피가
네 낯익은 거리의 鋪道를 적시며 흘렀다.
― 너는 열세 살이라고 그랬다.
네 죽음에서는 한 송이 꽃도
흰 깃의 한 마리 비둘기도 날지 않았다.
네 죽음을 보듬고 부다페스트의 밤은 목놓아 울 수도 없었다.
죽어서 환결 가비여운 네 영혼은
감시의 일만의 눈초리도 미칠 수 없는
다뉴브강 푸른 물결 위에 와서
오히려 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소리 높여 울었다.
다뉴브강은 맑고 잔잔한 흐름일까,
요한 스트라우스의 그대로의 선율일까,
음악에도 없고 세계 지도에도 이름이 없는
한강의 모래사장의 말없는 모래알을 움켜쥐고
왜 열세 살 난 한국의 소녀는 영문도 모르고 죽어갔을까,
죽어갔을까, 악마는 등뒤에서 웃고 있었는데
열세 살 난 한국의 소녀는
잡히는 것 아무것도 없는
두 손을 허공에 저으며 죽어갔을까,
부다페스트의 소녀여, 네가 한 행동은
네 혼자 한 것 같지가 않다.
한강에서의 소녀의 죽음도
도유ㅗ의 가슴에는 짙은 빛깔의 아름으로 젖어든다.
기억의 분한 강물은 오늘도 내일도
동포의 눈시울에 흐를 것인가,
흐를 것인가, 영웅들은 쓰러지고 두 달의 항쟁 끝에
너를 겨눈 같은 총부리 앞에
네 아저씨와 네 오빠가 무릎을 꿇은 지금
인류의 양심에서 흐를 것인가,
마음 약한 베드로가 닭 울기 전 세 번이나 부인한 지금,
다뉴브강에 살얼음이 지는 동구의 첫겨울
가로수 잎이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황혼 무렵
느닷없이 날아온 수 발의 소련제 탄환은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
부다페스트의 소녀여,
내던진 네 죽음은
죽음에 떠는 동포의 치욕에서 역으로 싹튼 것일까,
싹은 비정의 수목들에서보다
치욕의 푸른 멍으로부터
자유를 찾는 네 뜨거운 핏속에서 움튼다.
싹은 또한 인간의 비굴 속에 생생한 이마주로 움트며 위협하고
한밤에 불면의 炎炎한 꽃을 피운다.
부다페스트의 소녀여.
피었다 지는 꽃들의 뜻을
든든한 대지처럼
제 품에 그대로 안을 수가 있을까,
시를 잉태한 언어는
겨울의
설레는 가지 끝에
설레며 있는 것이 아닐까,
일진의 바람에도 민감한 촉수를
눈 없고 귀 없는 無邊으로 뻗으며
설레는 가지 끝에
설레며 있는 것이 아닐까.
이름도 없이 나를 여기다 보내 놓고
나에게 언어를 주신
모국어로 불러도 싸늘한 어감의
하나님,
제일 위험한 곳
이 설레는 가지 위에 나는 있습니다.
무슨 층계의
여기는 上의 끝입니까,
위를 보아도 아래를 보아도
발뿌리가 떨리는 것입니다.
모국어로 불러도 싸늘한 어감의
하나님,
안정이라는 말이 가지는
그 미묘하게 설레는 의미 말고는
나에게 안정은 없는 것입니까,
엷은 햇살의
외로운 가지 끝에
언어는 저만 혼자 남았다.
언어는 제 손바닥에
많은 것들의 무게를 느끼는 것이다.
그것은 몸 저리는
희열이라 할까, 슬픔이라 할까,
어떤 것들은 환한 얼굴로
언제까지나 웃고 있는데,
어떤 것들은 서운한 몸짓으로
떨어져 간다.
― 그것들은 꽃일까,
외로운 가지 끝에
혼자 남은 언어는
많은 것들이 두고 간
그 무게의 명암을
희열이라 할까, 슬픔이라 할까
이제는 제 손바닥에 느끼는 것이다.
새야,
그런 위험한 곳에서도
너는
잠시 자불음에 겨운 눈을 붙인다.
3월에는 햇살도
네 등덜미에서 졸고 있다.
너희들처럼
시도
잠시 자불음에 겨운 눈을 붙인다.
비몽사몽간에
시는 우리가
한동안 씹어 삼킨 과실들의 酸味를
美酒로 빚어 영혼을 적신다
시는 해탈이라서
심상의 가장 은은한 가지 끝에
빛나는 금속성의 음향과 같은
음향을 들으며
잠시 자불음에 겨운 눈을 붙인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바람이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불과 굴뚝을 덮는다.
3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어둠의 변두리를 돌고 돌다가
새벽녘에사
그리운 그이의
겨우 콧잔등이나 입 언저리를 발견하고
먼동이 틀 때까지 눈이 밝아오다가
눈이 밝아오다가, 이른 아침에
파이프나 입에 물고
어슬렁어슬렁 집을 나간 그이가
밤, 자정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둠의 변두리를 돌고 돌다가
먼동이 틀 때까지 사랑이여, 너는
얼마만큼 달아서 병이 되는가,
병이 되며는
무당을 불러다 굿을 하는가,
넋이야 넋이로다 넋반에 담고
打鼓冬冬 打鼓冬冬 구슬채찍 휘두르며
役鬼神하는가,
아니면, 모가지에 칼을 쓴 춘향이처럼
머리칼 열 발이나 풀어뜨리고
저승의 산하나 바라보는가,
사랑이여, 너는
어둠의 변두리를 돌고 돌다가……
댓글목록
희음님의 댓글
희음
김춘수의 시는 주호 님께서 고르고 타이핑해 주셨습니다.
오신 지 한 주만에 이렇게 큰일 해 주신 주호 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신춘을 준비하는 무긍 님의 시도 몇 편 함께 읽고 합평하겠습니다.
(시간 상 2~3편 정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침연님의 댓글
침연이번에 회원가입한 침연이라 합니다. 어떤 세미나를 해야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진 않았는데, 시세미나에 참석해보고 싶어서 메시지 남깁니다. 참석해도 되겠는지요?
희음님의 댓글
희음침연 님, 어서 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