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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2] 정지용의 시 읽기_1104(금) +1
희음 / 2016-10-31 / 조회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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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2] 정지용의 시 읽기 :: 1104(금)


일 시 : 2016-1104(금) pm2:00~5:00

일 정 : 정지용의 시 (당번_희음 : 소개-후기-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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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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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원 : 무긍, 반디, 뽀로뽀로미, 소리, 소소, 오라클, 주호, 책비, 케테르, 토라진, 희음

반 장 : 희 음 (문희정, 010–8943–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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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1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니 길든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조약돌


조약돌 도글도글......
그는 나의 혼의 조각이러뇨.

앓는 피에로의 설움과
첫길에 고달픈
청제비의 푸념 겨운 지즐댐과,
꼬집어 아직 붉어 오르는
피에 맺혀,
비 날리는 이국 거리를
탄식하며 헤매노나.

조약돌 도글도글......
그는 나의 혼의 조각이러뇨.

 

 

이른 봄 아침


귀에 선 새소리가 새어 들어와

참한 은 시계로 자근자근 얻어맞은 듯,
마음이 이 일 저 일 보살필 일로 갈라져,
수은 방울처럼 동글동글 나동그라져,
춥기는 하고 진정 일어나기 싫어라.

*

쥐나 한 마리 훔켜잡을 듯이
미닫이를 살포시 열고 보노니
시루마다 바람으론 오호! 추워라.

마른 새삼 넝쿨 사이사이로
빨간 산새 새끼가 물레 북 드나들 듯.

*

새 새끼와도 언어 수작을 능히 할까 싶어라.
날카롭고도 보드라운 마음씨가 파다거리어.
새 새끼와 내가 하는 에스페란토는 휘파람이라.
새 새끼야, 한종일 날아가지 말고 울어나 다오.
오늘 아침에는 나이 어린 코끼리처럼 외로워라.

*

산봉우리-저쪽으로 돌린 프로필-
패랭이 꽃빛으로 볼그레하다,
씩 씩 뽑아 올라간, 밋밋하게
깎아 세운 대리석 기둥인 듯,
간덩이 같은 해가 이글거리는
아침 하늘을 일심으로 떠받치고 섰다,
봄바람이 허리띠처럼 휘이 감돌아서서
사알랑 사알랑 날아오노니,
새 새끼도 포르르포르르 불려 왔구나.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술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부엉이 울던 밤
누나의 이야기

파랑병을 깨치면
금시 파랑 바다.

빨강병을 깨치면
금시 빨강 바다.

뻐꾸기 울던 날
누나 시집 갔네

파랑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빨강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말아, 다락 같은 말아,
너는 점잔도 하다마는
너는 왜 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 편인 말아,
검정 콩 푸렁 콩을 주마.

*

이 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 데 달을 보며 잔다.

 


카페 프란스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 밑에
비뚜루 선 장명등,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슈카
또 한 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삐쩍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먼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놈의 머리는 비뚜른 능금
또 한 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간다.

*

‘오오 패롯 서방! 굿 이브닝!’

‘굿 이브닝!’(이 친구 어떠하시오?)

울금향 아가씨는 이 밤에도
경사(更紗) 커튼 밑에서 조시는구료!

나는 자작의 아들도 아무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 테이블에 닿는 내 뺨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 강아지야
내 발을 빨아 다오.
내 발을 빨아 다오.

댓글목록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오늘 결석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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