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공백] 한용운의 시 읽기 :: 9월 2일(금) +2
희음
/ 2016-08-30
/ 조회 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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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16-0902(금) pm2:00~5:00
일 정 : 한용운의 시 (당번_찬영 : 詩소개-후기-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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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이 공지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꼭요!^^
회 원 : 희음, 오라클, 케테르, 아침, 책비, 무긍, 흴옹, 이응, 반디, 토라진, 소소, 찬영
반 장 : 희 음 (문희정. 010–8943–1856)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최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골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슬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돍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갓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이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돌어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어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어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사랑의 측량
질겁고 아름다운 일은 양이 만할수록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사랑은 양이 적을수록 좋은가 버요.
당신의 사랑은 당신과 나와 두 사람의 새이에 있는 것입니다.
사랑의 양을 알랴면, 당신과 나의 거리를 측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나의 거리가 멀면 사랑의 양이 만하고, 거리가 가까우면 사랑의 양이 적을 것입니다.
그런데 적은 사랑은 나를 웃기더니, 만한 사랑은 나를 울립니다.
뉘라서 사람이 멀어지면, 사랑도 멀어진다고 하여요.
당신이 가신 뒤로 사랑이 멀어졌으면, 날마다 날마다 나를 울리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여요.
어늬 것이 참이냐
엷은 사의 장막이 적은 바람에 휘둘려서 처녀의 꿈을 휩싸듯이, 자최도 없는 당신의 사랑은 나의 청춘을 휘감습니다.
발딱거리는 어린 피는 고요하고 맑은 천국의 음악에 춤을 추고 헐떡이는 적은 영은 소리없이 떨어지는 천화의 그늘에 잠이 듭니다.
가는 봄비가 드린 버들에 둘려서 푸른 연기가 되듯이, 끝도 없는 당신의 정실이 나의 잠을 얽습니다.
바람을 따라가라는 쩌른 꿈은 이불 안에서 몸부림치고, 강 건너 사람을 부르는 바쁜 잠꼬대는 목 안에서 그늬를 뜁니다.
비낀 달빛이 이슬에 젖은 꽃수풀을 싸락이처럼 부시듯이, 당신의 떠난 한은 칼이 되야서, 나의 애를 도막도막 끊어 놓았습니다.
문 밖의 시냇물은 물결을 보태랴고, 나의 눈물을 받으면서 흐르지 않습니다.
봄 동산의 미친 바람은 꽃 떨어트리는 힘을 더하랴고, 나의 한숨을 기다리고 섰습니다.
님의 얼골
님의 얼골을 ‘어여쁘다’고 하는 말은 적당한 말이 아닙니다.
어여쁘다는 말은 인간 사람의 얼골에 대한 말이오, 님은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가 없을만치 어여쁜 까닭입니다.
자연은 어찌하여 그렇게 어여쁜 님을 인간으로 보냈는지, 아모리 생각하야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알겄습니다. 자연의 가온데에는 님의 짝이 될 만한 무엇이 없는 까닭입니다.
님의 입설 같은 연꽃이 어데 있어요. 님의 살빛 같은 백옥이 어데 있어요.
봄 호수에서 님의 눈결 같은 잔물결을 보았습니까. 아츰 볕에서 님의 미소 같은 방향을 들었습니까.
천국의 음악은 님의 노래의 반향입니다. 아름다운 별들은 님의 눈빛의 화현입니다.
아아 나는 님의 그림자여요.
님은 님의 그림자밖에는 비길 만한 것이 없습니다.
님의 얼골을 어여쁘다고 하는 말은 적당한 말이 아닙니다.
- 출처: 한용운시전집(최동호 편), 2014
댓글목록
찬영님의 댓글
찬영시 골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님의 댓글
아침
9월부터 세미나 참석하기로 했는데...
집안일이 갑자기 생겨서 참석이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