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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공백] 백석의 詩읽기 :: 0715(금) +8
희음 / 2016-07-11 / 조회 7,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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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16-0715(금) pm2:00~4:30 

            (해당일은 반장의 사정으로 4시 반 전에 세미나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일 정  : 백석 시 (당번_희음 : 소개-후기-간식​)

            백석 시는 아래 참조 (프린트 시, 꼭 첨부파일을 다운 받아 준비해 주세요.)

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이 공지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회 원  : 희음, 오라클, 케테르, 아침, 선우, 책비, 무긍, 흴옹, 이응, 반디, 토라진, 소소, 찬영

반 장  : 희 음 (시인 문희정. 010–8943–1856) 

 

 

 

  수라(修羅)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느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국수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로밤 뽀오햔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서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자타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또 그 짚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녯적 큰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故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바다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되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끊은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눌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ㅡ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ㅡ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내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저녁 무렵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바위 옆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댓글목록

케테르님의 댓글

케테르

다운 받아 읽어보니 과연 백석 시인이네요 ~~~

희음님의 댓글

희음

지난 주 읽었던 황인찬에 비하면 백석은 친절대마왕이죠!^^

케테르님의 댓글

케테르 댓글의 댓글

넹 더 쉬운 듯 하면서고 더 어렵기도 하넹요, 잼 나요 ~~ 그의 속마음이 휑 보여서 ......
그러나 음 ~~ 그 '사랑'이 누굴까 고게 포인트네요

선우님의 댓글

선우

시 한 번 읽고 사진 한 번 보고,  또 읽고 또 한 번 보고 ㅋㅋㅋ~~
근디 잘 생긴 이 남자 넘 외로워해서리...
금요일,  왠지 자꾸 기다려집니다^^

케테르님의 댓글

케테르 댓글의 댓글

음 ~~ 전이가 되셧군요 정념에 ~~
백석이 살아있음  100살은 되지 않을까 싶네요?

희음님의 댓글

희음 댓글의 댓글

오, 선우 님 저도요, 저도요.^^
내일이면 드디어, 외롭고 높고 쓸쓸한 백석을 만나네요~~^^

아침님의 댓글

아침

감기몸살로 오늘 참석이 어려워요.ㅠㅠ

이응님의 댓글

이응

작업 마감시즌이라 밤새고 기절했네요 ㅜ ㅠ 오마이갓 백석을 놓치다니.. 흑
후기로 곱씹어볼게요.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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