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공백] 보들레르의 시 읽기 :: 0722(금) +1
희음
/ 2016-07-18
/ 조회 2,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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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16-0722(금) pm2:00~5:00
일 정 : 보들레르 시 (당번_이응 : 詩소개-후기-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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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비 : 월 2만원 (세미나 첫날 반장에게 주면 됩니다)
월 2만원으로, 다른 세미나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획세미나 제외)
필 수 : 결석, 지각할 일이 생기면, 이 공지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꼭요!^^
회 원 : 희음, 오라클, 케테르, 아침, 선우, 책비, 무긍, 흴옹, 이응, 반디, 토라진, 소소, 찬영
반 장 : 희 음 (시인 문희정. 010–8943–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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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트로스
자주 선원들은 심심풀이로 붙잡는다.
거대한 바다 새인 알바트로스를
아득한 심연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를
태평스레 뒤따르는 길동무를.
선원들이 갑판 위에 내려놓자마자
창공의 왕자는 서툴고 창피해하며
그 크고 하얀 날개를 배의 노처럼
가련하게 질질 끌고 다닌다.
날개 달린 이 여행객은 얼마나 어색하고 무기력한가!
조금 전까지도 멋있던 그는 얼마나 우습고 추해 보이는지
선원 하나가 담뱃대로 그의 부리를 성가시게 하고
절뚝거리며 다른 이는 더 이상 날지 못하는 불구자를 흉내 내는구나
시인은 폭풍우를 넘나들고 사수들을 비웃는
이 구름의 왕자와 비슷하다.
야유 속에 지상에 유배당하니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힘겹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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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추억의 어머니여, 정부(情婦) 중 정부여,
오, 너, 내 모든 쾌락들이여! 내 모든 의무들이여!
너는 애무의 아름다움을, 난롯가의 따뜻함을,
저녁의 매력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추억의 어머니여, 정부 중 정부여!
숯불의 뜨거운 열기로 환한 저녁과
붉은 빛이 감도는 연무에 흐릿해진 발코니에서 보낸 저녁.
네 젖가슴은 얼마나 달콤하고, 마음은 얼마나 따뜻했는지!
우리는 자주 숯불의 뜨거운 열기로 환한
그런 저녁 시간을 보내며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했지.
따뜻한 저녁의 항성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주 공간은 얼마나 심오하고, 가슴은 얼마나 벅차오르는지!
숭배 받는 이들 중 여왕이여, 내가 네게 몸을 기울일 때
나는 네 피의 향기를 호흡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따듯한 저녁에는 항성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밤은 벽처럼 두꺼워지는데,
어둠 속 내 눈은 네 눈동자를 분간하고,
나는 네 호흡을 마셨다. 오, 그 단 맛이여! 독이여!
그리고 네 발은 애정 어린 내 손 안에서 잠들었다.
밤은 벽처럼 두꺼워졌다.
나는 행복한 순간들을 떠올리는 기술을 안다, 그래서
당신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과거를 다시 체험한다.
왜 너의 소중한 몸과 다정한 마음을 놔두고
다른 데서 너의 권태로운 매력을 찾겠는가?
나는 행복한 순간들을 떠올리는 기술을 안다.
그 사랑의 맹세들, 그 향기들, 그 끝없는 키스들은,
깊은 대양의 바닥까지 내려가 깨끗이 씻고
원기를 되찾아 하늘로 오르는 항성들처럼,
우리의 수심측량기가 닿지 못하는 심연에서 되살아날 수 있을까?
― 오, 사랑의 맹세들, 그 향기들, 그 끝없는 키스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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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들의 죽음
우리를 위로하고 살게 해주는 것은, 슬픈지고! 죽음이다.
죽음은 삶의 목적이자, 유일한 희망,
선약처럼 우리에게 원기를 주고, 우리를 취하게 하여,
우리에게 저녁때까지 걸어갈 용기를 준다.
폭풍을, 눈을, 서리를 가로질러,
그것은 우리의 캄캄한 지평선에 깜박거리는 불빛.
그것은 책에 적혀 있는 그 이름난 여인숙,
거기서는 먹고 자고 앉을 수 있으리.
그것은 자력을 띤 손가락 속에
잠과 황홀한 꿈의 선물을 쥐고 있는 천사,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의 잠자리를 다시 살펴준다.
그것은 신들의 영광, 신비의 다락방,
그것은 가난뱅이의 돈지갑이자 그의 옛 고향
그것은 미지의 하늘나라를 향해 열리는 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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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간 여인에게
거리 소음이 내 주위에서 귀를 아프게 때렸다.
키 크고 호리호리한 여인이 상복을 입고
화사한 손으로 꽃줄 장식된 옷자락 치켜 흔들면서 장중한 고통에 싸여 지나갔다.
조각상 같은 다리를 가진 그녀는 민첩하고 기품 있다.
나는 넋 나간 사람처럼 몸을 떨며 마셨다,
태풍 품은 흐린 하늘, 그 여인의 눈 속
마음 녹이는 달콤함, 목숨 앗아가는 쾌락을.
번갯불 한 번 번쩍······ 그 다음은 어둠! - 한 번 눈길로
순식간에 나를 되살리고 홀연히 사라진 미인이여,
영원 속이 아니라면 그대 다시 만날 수 없는가?
여기서 멀리 떨어진, 외딴곳! 너무 늦었다! 다시 만날 날 없으리!
그대 간 곳 내가 모르고, 내가 간 곳 그대 모르니.
오 나 깊이 사랑했으리, 오 그대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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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들
밖에서 열린 창문을 바라보는 사람은 닫힌 창문을 바라보는 사람만큼 많은 것을 보는 건 결코 아니다. 촛불에 밝혀진 창문보다 더 그윽하고, 더 신비하고, 더 풍요롭고, 더 어둡고, 더 눈부신 건 없다. 밝은 햇빛 아래서 볼 수 있는 건 유리창 뒤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늘 흥미로움이 덜하다. 어둡거나 밝은 이 구멍 속에서 삶이 살고, 삶이 꿈꾸고, 삶이 괴로워한다.
물결치는 지붕들 저 너머로, 나는 한 나이 든 여인을 본다. 이미 주름살이 지고 가난한,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온종일 몸을 수그리고 무언가 하고 있는 노파를, 그 얼굴, 그 옷, 그 몸짓과, 아주 하찮은 것들로, 나는 이 여인의 역사를, 차라리 그녀의 전설을 다시 지어내고, 그리고 간간이 눈물을 흘리면서 나 자신에게 그걸 들려준다.
만일 그 여인이 가련한 늙은 남자였다면, 나는 그이 전설도 또한 아주 쉽게 지어냈으리라.
그리고 나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살아왔고 괴로워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나는 잠자리에 눕는다.
아마도 여러분은 나에게 말하리라, ‘이 전설이 사실이라고 확신합니까?’ 만일 그 전설이 내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었고, 내가 존재한다는 걸, 내가 누구인가를 느끼는데 도움이 되었다면, 내 밖에 처한 현실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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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키마이라를 업고 있다
온통 잿빛인 하늘 아래, 길도 잔디도 없고, 엉겅퀴도 쐐기풀도 나지 않는 먼지투성이 황야에서 나는 등을 구부리고 걸어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저마다 등에 밀가루 포대나 석탄 포대, 또는 로마 보병의 군장만큼이나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키마이라를 업고 있었다.
더구나 그 괴수는 움직이지 않는 무거운 짐이 아니라 탄력 있는 강인한 근육으로 사람들을 내리누르듯 세게 끌어안고 있었다. 업고 가는 사람의 가슴에 거대한 두 발톱이 파고들어 있었다. 그 흉측한 머리는 옛 전사들이 적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려고 썼던 무시무시한 투구처럼 사람들 이마 위에 얹혀 있었다.
나는 그중 한 사람을 불러, 그러고서 어디를 가는 중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자기도 다른 누구도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며, 다만 앞으로 가고자 하는 저항하기 어려운 욕구가 부추기니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대답했다.
더 이상한 점은 이들 나그네 가운데 누구도 자기 목과 등에 매달린 잔인한 짐승에게 화내는 기색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괴물을 자기 육체의 일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나이들의 피곤에 절은 진지한 얼굴에서 절망의 그림자는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우울한 둥근 하늘 아래, 하늘 못지않게 황량한 대지의 먼지 속에 발을 푹푹 묻으며, 영원히 갈망만 해야 하는 운명을 선고받은 자처럼 체념 어린 표정으로 가던 길을 계속 갔다.
행렬은 내 앞을 지나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호기심 많은 인간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이 행성의 둥근 표면 저쪽으로.
나는 얼마 동안 이 신비를 이해하려고 끈질기게 애써보았다. 그러나 이윽고 불가항력의 ‘무관심’이 나를 때려눕히고, 사나이들을 짓누르던 키마이라보다 무겁게 나를 짓눌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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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내일 결석입니다 취소할 수 없는 일정이 생겨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