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0707 <래디컬 페미니즘> 후기 +2
이사랑
/ 2018-07-11
/ 조회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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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레즈비언의 기이한 실종 _학계에서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이사랑
레즈비언의 기이한 실종이라는, 제목부터 마음이 끌리는 장이었습니다. 3년전 퀴어 축제 자원활동을 했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자원활동가의 대부분은 여자들이었는데, 축제가 끝난 뒤 애프터 파티 장소에서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여자들의 수가 적었습니다. 축제에서 우리들은 주변인이었습니다. 구석에 머물다가 한잔 씩 마신 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반면에 수백명의 남자들은 파티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수트를 차려 입은 사람들도 꽤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운동으로 다져진 몸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첼로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팀도 남성들이었고, 그 주변을 수십명의 남성들이 빙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너무 확연히 차이나는 두 그룹이 한 공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장난처럼 물었습니다. “다들 어디 간거야?” 정말로, 그 많던 레즈비언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사실 그 답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찜찜한 가설 정도로 넘어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챕터에서 쉴라 제프리스는 속시원하게 이야기합니다. 게이와 레즈비언은 다르다고. 둘은 소수자라는 정체성을 공유할 뿐 전혀 다른 의제를 갖고 삶을 살아갑니다. 이 모두를 퀴어라는 단어로 묶어 이야기 하는 것이 어느 한 쪽의 의제를 가려버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좀처럼 들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퀴어혐오로 낙인 찍히기 쉽기 때문입니다. 저는 딱 한번, 우연히 가게 된 래디컬 페미니즘 강연에서 레즈커플과 게이커플의 경제지표를 표로 본적이 있습니다. 격차에 놀란 것 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곳이 지금까지 없었구나-라는 것이 더 놀라웠습니다. 수많은 강연들을 다니고 스터디를 해봤지만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은 보기 힘들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연대의 힘을 믿고,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와중에도 여러 이야기가 오가야 할 것이고, 나는 그것들 중에 내 생각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어야합니다.
<래디컬 페미니즘>의 마지막 챕터가 끝났습니다. 벌써 끝난 것이 아쉽기도 하고, 앞으로 공부할 거리가 명확히 생겼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챕터의 주제들 마다 한 권의 책으로 나와야 할 만큼 짚어가야 할 맥락과 이야기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세명의 인원이지만 늘 시간이 부족했었던 세미나였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경험과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분노하고, 서로 위로하며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음 책 <백래시>에서는 더 많은 인원과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 시간에 더 쫓기겠는데요.. ^^ 토요일에 만나요!
댓글목록
올리비아님의 댓글
올리비아
아 ~~ 훈훈한 후기 뭉클해 집니닷 ~~ ^^
전 걍 삶안에서 불편함만 느꼈지 직접 모임에 찾아가거나 하지 않아서
사랑님의 현장감 있는 이야기는 항상 도움이 됩니다.
젠더의 해체와 강화 라는 다른 방향성이 있지만
이성애제도의 반대한다는 지점에서는 연대의 가능성도 느껴집니다.
이번책에서 평소 생각지 못했던 내용과 시각
같이 공부한 세미나 회원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생각의 확장과 방향성이 전보다 명확해진 느낌입니다.
사랑님 말대로 우리 모두 다르지만
같이 화나고, 같이 속상하고, 같이 방향을 찾아 보는 시간을 갖게 되어 저도 너무 좋습니다.
소리님의 댓글
소리
좋은 후기에 댓글이 늦었네요. 진심이 뭍어나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한 줄 한 줄 깊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삶이 보이는, 그 사람이 경험으로 피로 쓴 글은 다른 사람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니까요.
그런 후기였습니다.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이런 얘기들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