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두 번째 시간 후기 (4/27) +2
삼월
/ 2016-05-02
/ 조회 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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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은 처음 공부해봅니다. 싫어서는 아니고, 낯설어서 그랬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론 한자를 써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아예 불편한 일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못 읽는다는 건 가끔은 알파벳을 모르는 일만큼 불편합니다.
배울 기회가 없어서 그냥 감수하던 그 불편을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해소해보고자 <대학> 기획세미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왕초보라는 제목에 끌렸던 거지요.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전히 낯설기는 합니다. 그리고 신기합니다. 세로쓰기라는 형태, 함축된 문장과 운율을 맞춘 글귀들, 그리고 그것을 따라 읽는 신선함과 재미가 있습니다. 공부라는 것이 단순히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추상적인 활동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깨치는 현실적인 활동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래서 공부법이라는 게 중요하구나, 새삼 다시 알게 됩니다. 옛사람들의 글만이 아니라 그들의 공부법도 따라하는 것이 고전 공부입니다.
다른 세미나처럼 책을 미리 읽고 발제를 하는 건 아니라 복습이 중요합니다. 우선 그날 배운 한자들을 공책에 써봅니다. 첫날은 한 번씩 베껴 쓰는 것도 힘들었는데, 두 번째는 조금 낫네요. 여전히 쓰는 게 아니라 그리는 수준입니다. 그래도 손을 움직여 하는 일 특유의 감흥이 있습니다. 글씨를 쓰는 게 편해지면서, 글씨 자체도 조금씩 정돈되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엔 운율을 살려 글귀들을 한 번씩 읽어봅니다. 여전히 어색하지만, 재미있습니다.
수요일 오전의 졸음을 이렇게 <대학>을 읽으며 날려 보냅니다. 그냥 눈으로만 읽는 게 아니라 소리 내어 읽는지라 맛이 다릅니다. <대학>은 학문의 기초를 뗀 청소년들이 주로 읽던 책이었다고 합니다. 지식 뿐 아니라 지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가르쳐주던 책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그 <대학>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수요일은 유독 청량하고 기운이 넘칩니다.
지난 시간에 읽은 글귀 하나로 후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신 적 있을 거예요. 탕왕이 세숫대야에 새겨놓고 매일 보았다던 글귀입니다.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어느 날 참으로 새로워졌거든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마다 새롭게 하라.
댓글목록
자연님의 댓글
자연
또박또박 한자 한자 정성들여 쓴 공책이 학창시절 생각나게 하네요.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대학]에 좋은 문장이 많은 것 같아요. 옛날 탕왕은 세수대야에 새겨놓고 매일 보았다는데 현대 우리는 어디에 새겨야 할까요? 으음...일단 오늘 밤은 베개 속에 새겨놓고 자야겠어요 ~~~~
삼월님의 댓글
삼월
또박또박 정성들여 썼...다고 하기엔 쫌 부끄럽지만.
못썼어도 왕초보임을 강조하기 위해 사진 첨부했습니다. ㅎㅎ
베개 속에 글귀를 새긴다는 말, 바람 부는 이 밤에 왜 이리 멋지게 들릴까요?
저도 덩달아 새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