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차라 윤독] 0412 자료
만두
/ 20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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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포도 넝쿨의 넘치는 사랑으로 휘감겨 있는 어떤 고목.
그 고목과 포도넝쿨(같은 질기고 떼기 힘든) 사랑이 무르익은 정도의 시간에 취할 것은 낮잠.
바람일까? 깃털처럼 가벼운 잠은 나의 영혼이 늘어지기를 재촉한다.
조용한 포구를 향하는 배처럼 뭍에 몸을 기대자.
필요한 건? 그저 거미줄 하나로도 지친 배는 정박할 수 있다.
완전한 세계, 행복, 뜨거운 정오
잠처럼 가볍고, 더없이 적은 것, 더없이 조용한 것, 한 순간 이처럼 적은 것이 최상의 행복을 만든다.
아, 잠을 청하고 싶지만 눈이 감기지 않는다.
이 정오의 시간에, 여기서도 성이 차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지?
심장이 나를 찌르고 있구나.
늙은 두 다리가 깨운다.
쾌활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정오의 심연, 영원의 샘은 늘어진 나의 영혼을 깨운다.
지금은 영원의 반쯤이다.
<환영인사>
절박한 부르짖음은 시장터도 아닌 나의 차라투스트라의 동굴에서 울려나온다.
저 보다 지체 높은 자들의 절망의 부르짖음이다.
아참, 내 자신이 저들을 행복과 교활한 감언으로 꾀어내었지?
이들에게 필요한 건? 마음씨 좋고 쾌활한 늙은 광대의 춤과 웃음.
환영한다, 너희 보다 지체 높은 자들을.
너희들은 나의 영역에서 (연민과 절망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다.
그리고 내 작은 손가락으로부터 내 손 전체와 사랑과 악의에 찬 내 마음을 취하도록 하라.
하지만 내가 기다리던 손님은 너희들이 아니다.
너희들, 고상하고 강인한 의지로 버티다 결국 절망에 지쳐버린.
다시 희망하기를 배우려는, 위대한 희망을 배우지 않고서는 더 이상 살 생각이 없는 자들.
병들고 가냘픈 다리로 서 있으며 선처를 구하는 너희들,
그대들은 모두 보다 지체 높은 이들이나 그대들 안에도 감추어진 천민이 있다.
그대들은 한낱 교량이자 계단에 불과하다.
(그대들보다) 더 지체 높은 자들이 그대들을 딛고 넘어서 저편으로 나아가기를.
내가 이 산 속에서 기다리는 자들은
보다 지체가 높은 자, 보다 강한 자, 보다 당당한 자, 보다 쾌활한 자, 신체와 영혼에서 올곧은 자를 나 기다린다. 웃는 사자들! 내 아이들.
그대들은 내게 줄 방문 선물이 없는가?
나의 아이들에 대해 듣고 싶다.
이 아이들, 생명에 충만한 이 농원, 내 의지와 최고의 희망인 이 생명나무.
<최후의 만찬>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말의 성찬으로 이 먼 길을 걸어온 우리를 달래려는가? (예언자가 말했다)
"허기진다, 무엇보다 갈증까지 난다. 포도주가 필요하다. 그것이 비로소 빠른 회복과 즉석의 건강을 되찾아준다.“
(물질적 풍요 같은 그러나 취하게 하는) 포도주는 왕에게도 있다. 그러나 왕에게도 (지속되는 무해한) 빵은 없다.
"그러나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않고 질 좋은 어린 양의 고기로도 산다.“
그러려면 왕도 요리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같은 향연이나 베풀자고 이 동굴로 이 높은 산을 올랐는가? (제 발로 거렁뱅이가 된 자가 투덜거렸다)
(차라투스트라가 답한다)
"나는 나와 같은 자들을 위한 계율일 뿐, 만인을 위한 계율은 아니다. 내게 속한 자는 강대한 골격에 경쾌한 발을 갖고 있어야 하며, 전쟁과 축제를 즐길 줄 아는 자여야 하며 음울한 자나 몽상가가 아닌 자로서, 자신의 축제를 열 때와 마찬가지로 더없이 어려운 일도 각오하고 있는, 건강하고 온전한 자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