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머리

1.

거머리에 물린 사람이 있습니다. 맨팔에 피가 흥건히 흐르는 것을 본 차라가 놀라 자신의 동굴로 가서 상처를 돌보자 말합니다.

그런데 이남자, 자신의 상처에는 흐르는 피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오로지 차라와 거머리에만 신경을 쓰죠.

남자-"이게 웬일인가! 살아 생전 이 사람 차라투스트라와 피를 빨아 연명하고 있는 저 생물, 저 거머리가 아니라면 그 누가 내게 관심을 갖겠는가?" 

남자-"오, 차라여, 일찍이 그대는 말하지 않았던가. '정신이란 스스로 생명 속을 파고드는 생명'이라고. 이말이 나를 그대의 가르침으로 유혹하여 이끈 것이다. 진정, 나 내 자신의 피로 내 자신의 앎을 키워온 것이다!"

차라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고 거머리의 물린 사람, 자칭 정신의 양심을 지닌 이남자의 모습은 자기학대적이기까지 합니다.

여전히 10마리의 거머리에 물린 채 피를 흘리고 있는 남자를 동굴로 초대하며 차라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차라-"생긴 대로군."

        "나 기꺼이 그대의 신체에 그것을 보상하고자 한다."

이 아포리즘을 읽으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죠~

한줄로 정리하면 '거머리/정신'의  반대말 또는 치료약 또는 보상은 ' 신체/실천/시도/실험'이라고 이해했습니다.

2.

낮에 잠깐 얘기 나왔던 [대산 대학 강의]에서 제가 읽었던 내용을 주석삼아 옮겨 볼게요~

거머리에서는 신체를 돌보라고, 대학에서는 몸을 근본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웬지 통하는 듯 해서 제공부 삼아 올려보겠습니다.

이해에 도움을 줄지, 그냥 갖다 부치는건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지만서도요~

몸은 만사의 근본이고 물은 내 몸에 근본하여 앎에 이른 것이다. 그러므로 근본이 서야 길이 생기니, 대개 격은 치의 근본이요 치는 성의 근본이 된다. 몸에 이르러서야 근본이 세워지는 까닭에 몸 밖에 물것이 없는 것이다.

  몸이 없으면 안으로 뜻과 마음을 담는 그릇이 없는 것이고 밖으로 집과 나라와 천하도 연유할 근본이 없어지므로, 신이 만사의 근본이 됩니다. 한편 물은 곧 내 몸에 근본해서 그 물건에 대한 앏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즉 물건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본주체가 없으므로 물의 존재 자체가 애당초 무의미해지지요.

대개 격(물건에 이른다는 격물)은 앎을 이루는 치지의 근본이 되는 것이고 치(앎을 이룬다는 치지)는 뜻을 성실히 하는 성의의 근본이 되는 것이지요. 그 성은 나아가 마음을 바로하는 정심의그 정은 몸을 닦는 수신의 근본이 되는데, 이 몸에 이르러서야 그 근본이 완전히 세워지므로 신외무물, 즉 몸 밖에는 물건이 없는 것이지요. 이것은 내 몸이 만물의 주인공이 되고, 내 몸이 있고 난 다음에 물건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슴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만물 중에 가장 신성한 존재로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내 몸에 이르러서야 물건 자체의 근본이 딱 성립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몸은 만사의 근본이 되네요. 물론 모든 물건이 내 몸 밖에 있기 때문에 내가 그 물건을 상대해서 앎을 이루고 격물치지 하는 것인데, 그러나 근본을 따지고 보면 내 몸이 바로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만물의 근본이요 만사의 근본이 내 몸이므로 내가 있고 물건이 있는 것이지요.

오늘은 거머리에 대한 후기만 올릴게요~

나머지는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