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틀러 후기] 3장 : 3절 모니크 위티그_몸의 해체와 허구적 성 +4
jina
/ 2018-05-26
/ 조회 1,918
관련링크
본문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보부아르가 해방의 열쇠를 주었습니다.
보부아르 본인은 열고 나가지 못한 문이지만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고 버틀러는 얘기합니다.
위티그는 태어나든 만들든 '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강제적인 사회관계의 결과라며
보부아르의 열쇠를 던져버리고 폭력적으로 문을 열어제낍니다. 다시는 문 안으로 들어가면 안된다고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영원한 탈출 후 남성들이 존재하는 문 안으로 발가락 하나 닿지 않아야 한다고,
문 밖의 세상에서 우리끼리 성별도 없이 오로지 '나'로만 존재하고 사랑하자고 합니다.
문 안의 세상에 남성들을 남겨둔 채, 애초에 없었던 공간처럼 의식에서 지워야만 우리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버틀러는 얘기합니다.
분명히 존재하는 그 세계를 왜 지워야 하죠? 뭔가를 부인하고 거부하는 것만큼 그 존재에 대한 강력한 인정이 있나요?
문 안의 세계가 그토록 끔찍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비틀고 패러디해야 합니다. 더 당당히 문 안으로 들어가세요.
이미 우리에겐 보부아르의 열쇠도 위티그가 깨부순 문짝도 있습니다.
사방에 열린 문으로 깨진 틈으로, 문 안의 누군가들이 혼미해질 만큼 쉴 새 없이 들락거립시다.
어디가 안이고 어디가 밖인지, 안에 있는 것이 좋은 것인지 밖에 있는 것이 좋은 것인지.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지경으로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지는 그 때 우리는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 몹시도 통쾌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발제문 안의 문장, 테이블 위의 이야기.
오늘을 살고있는 82년생 김지영들은 보부아르의 말조차 감지덕지입니다.
철학의 역사와 더불어 수세기간 '인간'이 이룩해 온 신으로부터의 해방과 주체의 자유는 인간=남성 이었기에 누릴 자격이 없었습니다.
위티그의 처절한 주장을 버틀러가 폭력적 제국주의라고 평가해버리는 순간, 위티그를 지지한다면
미개한 것인지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왜요. 인간의 역사는 원래 미개했어요.
인류의 그 모든 단계를 여성들은 어차피 새롭게 밟아 나가야 합니다.
'인간'이 아닌 '여성'의 역사, 지금 어디까지 진입했을까요. (혹시 아직 중세이려나요.)
우리의 역사는 그들의 것보다 훨씬 눈부시길 기대합니다.
참고> 발제 중 이야기가 나왔던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입니다. (어느날 남녀가 뒤바뀐 세상에서 깨어난 남성의 이야기)
사진 속 장면은 '가슴달린 여자들만 사람이냐'며 시위중인 남성운동가들의 모습입니다.
남성과 여성의 전복을 다루는 영화 특유의 클리셰가 없진 않지만 부분부분 통쾌하거나 예리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시위를 시작하자 동네 할아버지 -일명 명예여성- 가 저들의 인공가슴을 보고 수치스러워 하는 장면 등)
그리고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보다는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프랑스도 저러고 앉아있다면 이건 한국남자가 튼 게 아니라 인류가 텄다 진짜.' 라는 깨달음이
가장 큰 메시지가 되는 영화입니다.
--------------------------------------------------------------------------------------------------------------------------------
혼자 읽고 도달할 수 없는 경지로 저를 이끌어주신 세미나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세미나 중 삼월님이 해주신 말씀을 토대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밝힙니다.
중구난방 후기이지만,, 후기를 써야 더 정리가 되고 기억에 남을 거라는 말이 사실이었네요.
쓰라고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진짜 정리가 되다니 .. 여러분 후기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주옥같은 말들로 이루어진 후기네요. 정말 ㅠㅠ
이렇게 날카로운 비유와 유쾌한 패러디가 난무하다니!
'인류의 역사는 원래 미개했어요.'라는 말에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텍스트 안의 전복, 문학 안에서만 완성되는 혁명에 만족하지 말자고,
현실에서 열심히 삽질을 하고 마음껏 깽판을 치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후기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지나님이 전해준, 하늘을 찌를듯한 유쾌함을 간직한 채 '거꾸로 가는 남자'를 봐야겠어요.
다음 주에 지나님을 못 본다니, <젠더 트러블>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다니 아쉽지만,
그 다음 시간에 만나면 '거꾸로 가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죠? ㅎㅎ
이사 잘 하고 오세요~~
아라차님의 댓글
아라차
저 ‘거꾸로 가는 남자’ 클리어 ㅎㅎㅎㅎ
완벽한 미러링까지는 아니지만 대박적입니다. 재밌어요!
후기 감사합니다.
버틀러 텍스트가 갈수록 흥미진진하네요.
라라님의 댓글
라라
'거꾸로 가는 남자' 봐야겠네요...
후기를 보고 책을 읽으니 더 이해가 잘되네요.. 감사해요^^
주체로도 살아보지 못했는데도 경계에서 자유로워질수 있다는 거죠?!!!
연두님의 댓글
연두
오, 이제 읽었는데, 후기 너무 재밌네요. 후기가 중요하죠, 암요.
진아님의 전투력도 느껴지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