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발제] 새로 쓰는 옛날 이야기 중
손미경
/ 2018-05-08
/ 조회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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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쓴 옛날이야기』 중 2018.5.9 루쉰 세미나
「홍수를 막은 이야기」와 「고사리를 캔 이야기」 발제자 손미경
「홍수를 막은 이야기」와 「고사리를 캔 이야기」는 1935년 11월, 12월에 쓴 루쉰이 죽기 1년 전 글이다. 이 시기는 루쉰이 상하이에 정착하여 잡문으로 자신의 주장을 폈던 루쉰 생애의 제 3기 (1927∼1936)에 속한다. 이때의 중국은 전쟁이 상시화 되고 민중의 삶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지는 한편 공산당은 국민당에 의한 공산당 포위 토벌 작전에 밀려 징강산(井岡山) 근거지를 포기하고 대장정에 오른 시기가 바로 1934년 10월이다.
「홍수를 막은 이야기」 (이하 「홍수」)
『새로 쓴 옛날이야기』의 해제에 의하면 루쉰은 매우 분명한 계급적 관점에서 두 세계를 대비시키고 있는데 「홍수」에서도 확연하게 저자의 그런 의도를 드러낸다. 그 세계의 하나는 문화산을 중심으로 한 벼슬아치와 관방학자들의 세계. 다른 하나는 禹와 그의 동료, 일반 민중들로 구성된 검은 살갗의 하층민 세계이다. 저자는 전자에 대해 그들의 노예적 근성과 위선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하고 있다. 반면 후자에 대해서는 홍수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 일할 뿐 아니라 관료들의 어처구니없는 반대에도 묵묵히 쉼 없이 나아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문화산 위의 학자들이 水利대신으로 임명됐다는 禹를 기다리는 장면은 마치 무엇이 ‘온다’라고 하면서 갑론을박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항상 그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자신들의 잣대로만 볼 줄 아는 외눈박이 같다. 더구나 禹의 존재 자체를 無로 만들어 버리는 솜씨란...
게다가 禹는 아버지 鯤의 부채까지 짊어지고 무릎이 망가지도록 일하지만 정작 그 공은 虞임금, 즉 舜임금에게로 돌아가게 되는 결말이다. 혹자는 이 결말에 대해 우가 이미 정치에 이용되는 도구로 변했다고도 하고 루쉰 자신도 이미 그러한 인간 역사에 대한 허무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 한다.
「고사리를 캔 이야기」 (이하 「고사리」)
「고사리」에서 루쉰은 伯夷 叔齊의 마지막 삶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중국인들이 절개와 지조의 성인으로 수천 년 동안 추앙해 온 인물이다. 하지만 「고사리」에서는 周나라 武왕의 개혁과 민중을 위한 새로운 정치를 이해하지 못한 채 시대에 맞지 않는 진부한 언행을 일삼는 그러면서도 주나라 곡식을 입에 대지 않는 것을 커다란 지조인 양 착각했던 것을 풍자하고 있다.
루쉰은 고대의 나쁜 사람들 그리고 옛날에도 있었을 ‘오늘의 나쁜 사람들’을 부정하고 비판했다. 伯夷 叔齊는 商왕(은나라 紂)의 잔인무도함과 선왕의 도에 어긋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양로원에서 보신을 하고 있었다. 周武王이 紂王을 치려하자 이를 만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왕이 천하를 통일하자 首陽山에 들어가게 된다. 루쉰은 고사리로 은유된 그들의 먹고 사는 비류한 생활을 선명히 그려낸다.
이 글의 반전은 마지막 사슴 젖 이야기이다. 그들의 허구성을 폭로했던 젊은 처자 阿金은 그들이 사슴 젖을 공급하던 암사슴의 고기를 욕심내다가 굶어죽었다고 한다. 이것으로 伯夷 叔齊의 죽음에 약간의 부채의식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적잖은 안도감을 주게 된다.
사실 그들이 고사리로 연명하다 굶어죽은 것도 어찌 보면 억울한데 게다가 탐욕스런 인간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들이 바보 같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굶어죽은 이유가 탐욕이었다는 것으로 끝내는 아금의 말은 루쉰이 우리에게 또 다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