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 스피노자의 철학 (11/16 금)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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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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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스피노자의 진전 (『지성 개선론』의 미완성에 관하여)
기학학적 존재에 대한 관념 VS 속성에 대한 공통 개념
『소론』은 신의 존재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윤리학』에서 혹은 이미 『지성 개선론』에서 신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을 명확하게 회피한다. 『지성 개선론』에서 <주어진>, 즉 불특정의 참된 관념으로부터 출발해서 모든 관념의 원천이 되는 신의 관념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불특정의 참된 관념은 기하학적 존재에 대한 관념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점으로부터 동등한 거기에 위치한 점들의 자리’라는 원이라는 관념은 우리의 사유에만 의존한다. 이로부터 출발해서 다른 모든 특성들의 원천이 되는 발생적 요소, 즉 ‘한쪽 극단은 고정되어 있고 다른 극단은 움직이는 직선에 의해서 그려지는 도형’ 이라는 원의 종합적 근거에 이른다. 그러나 『윤리학』에서는 불특정의 실체적 속성으로부터 출발하여 모든 속성들을 포함하고 있고, 모든 사물들의 원천이 되는 실체로서의 신에 이른다. 불특정의 속성 혹은 속성을 갖는 실체는 공통 개념 속에서 파악된다. 따라서 문제는 이 두 출발점, 즉 기하학적 존재에 대한 관념과 속성에 대한 공통 개념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다.
공통 개념들(notiones communes, notions communes) (140쪽)
공통 개념들은 모든 신체들에 공통적인 것(연장, 운동, 정지)이든, 일부의 신체들에 공통적인 것이든 “신체들에 공통적인” 어떤 것을 표상한다. 그래서 공통 개념은 기하학의 관념처럼 추상적인 관념들이 아니라 신체들의 만남을 전제하는 일반적인 관념들이다. 모든 신체에 적용되는지 단지 일부의 신체들에만 적용되는지에 따라 보다 일반적이거나 덜 일반적일 뿐이다. 존재하는 각 신체는 운동과 정지의 특정한 관계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이 관계들을 통해서 모든 사물은 존재 속에서 다른 사물들과 결합하거나 다른 사물들로 해체된다. 공통 개념은 둘 혹은 여러 신체들 사이의 결합과, 이 결합의 통일성에 대한 표상이다. 존재하는 신체들 사이의 적합성 혹은 결합의 관계들을 표현하므로 수학적이라기보다는 생물학적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신체들은, 심지어 적합하지 않은 신체들처럼 보이는 것조차도 연장, 운동, 정지와 같은 공통적인 어떤 것을 가진다. 왜냐면 모든 것은 무한 양태의 관점에서 보면 서로 결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공통적이기 않기 때문이 아니라 적합한 인식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통 개념들은 필연적으로 적합한 관념들이다. 실제로 그것들은 결합의 통일성을 표상하기 때문에, 부분과 전체에 모두 들어 있으며 따라서 적합하지 않게 사유될 수 없다. 공통 개념들이 두 극점, 즉 모든 신체들에 공통적인 것으로서의 극대점과, 최소한 두 신체 즉 나의 신체와 다른 신체 사이에 공통적인 것으로서의 극소점 사이에서 변동하고 있다. 이것은 『윤리학』에서 자연Nature이 갖는 특별한 의미이다. 공통 개념들, 그것은 언제나 신체들 서로에게 적합한 관념이므로 보다 일반적인가 덜 일반적인가만 중요할 뿐이다.
공통 개념들의 네 가지 관점에서의 중요성
① 철학의 시작이라는 관점: 공통 개념들은 존재하는 신체들 사이에 관계들의 결합을 대상으로 갖기 때문에 기하학적 개념들의 애매성과 단절한다. 기하학이 관계들을 추상 속에서만 파악한다면, 공통 개념들은 생명체 속에서 필연적으로 구현되어 있는 그대로의 그 관계들을 파악하기에 물리-화학적이거나 생물학적이다. 『지성 개선론』은 애매성들을 가진 채 기하학적 개념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에, 『윤리학』은 현실적인 것, 구체적인 것에 대한 공통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② 기하학적 방법이 갖는 중요성의 범위라는 관점: 이러한 차이로부터 인식의 종류들의 구분과 관련한 또 다른 차이가 나온다. 『윤리학』에서 공통 개념은 제2종의 인식을 정의하는 적합한 관념들이다. 그러나 『소론』과 『지성 개선론』에서 제2종의 인식에 상응하는 것은 적합한 인식이 아니라 올바른 믿음, 혹은 명석한 인식으로 정의된다. 이 인식은 여전히 추상들을 거치는 추론과 연역 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여기서 최고의 인식인 제3종의 인식의 돌연한 출현은 미스테리로 남는다. 그러나 『윤리학』에서는 공통 개념들의 엄격한 적합성이 제2종의 인식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제3종 인식으로의 이행을 보증한다.
제2종의 인식에서 제3종의 인식으로 이행하는 방식이 『윤리학』에서는 명백하다. 둘 다 적합한 관념들의 체계이지만 둘은 매우 다르다. 제3종의 관념들은 본질들, 즉 속성들로 구성되는 실체의 내적 본질들과, 속성들 속에 포함되어 있는 양태들의 단일한 본질에 대한 관념이다. 그러나 제2종의 관념들은 관계들, 즉 존재하는 속성과 그것의 무한 양태들에 의해서 결합되는 가장 보편적인 관계들, 그 속성 속에 존재하는 이러저러한 양태들에 의해서 결합되는 가장 덜 보편적인 관계들에 대한 관념이다. 이렇게 속성이 공통 개념으로 간주될 때 속성은 자신의 본질 속에서도, 속성이 적용되는 양태들의 본질 속에서도 파악되지 않는다. 단지 속성이 그 본질을 구성하는 실체와 속성이 그 본질들을 포함하고 있는 존재 양태들에 공통적인 형식으로서만 파악된다. 공통 개념들은 비록 그 자체로는 어떤 본질도 구성하지 않지만 적합하기 때문에 우리를 필연적으로 신의 관념에로 인도한다. 신의 관념은 관계들의 결합이 아니라, 서로 결합하는 모든 관계들의 원천이므로 그 자체는 공통 개념은 아니다. 신의 관념은 공통 개념들로 향한 얼굴과 본질들로 향한 얼굴을 가지고 있기에 제2종의 인식에서 제3종 인식으로의 이행을 이끌 수 있다.
③ 『윤리학』의 실천적 기능이라는 관점: 어떤 실천적 상황 속에서 공통 개념에 이르는가, 공통 개념의 실천적 기능은 무엇인가? 공통 개념의 이론적 설명의 질서는 가장 보편적인 것들로부터 덜 보편적인 것들로 나아간다. 그런데 공통 개념의 실제적 형성의 질서는 가장 덜 보편적인 것들로부터 가장 보편적인 것들로 나아간다. 관념들에만 관계되는 공통 개념의 설명의 질서와는 달리, 공통 개념의 형성의 질서는 감정들과 관계를 갖는다. 어떻게 정신이 <감정들을 질서 짓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통 개념들은 『윤리학』 그 자체의 기술Art이다. 그 기술은 좋은 만남들을 조직하는 것, 체험된 관계들을 결합시키는 것, 역능들을 형성하는 것, 실험하는 것이다.
④ 스피노자의 최종적인 진전의 시기와 『지성 개선론』이 미완성인 이유를 결정함: 공통 개념은 존재하는 것에 대한 적합한 인식 양태를 결정하며 이 인식 양태로부터 본질들에 대한 최고의 인식 양태로의 이행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성 개선론』에서 인식 양태들이 이미 정의되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