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후기] 감시와 처벌_ 제3부 3장 판옵티콘 감시체제_ 홍시 +6
홍시
/ 2018-04-25
/ 조회 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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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발달로 ‘개인’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누군가 말한다. ‘개인’이 당최 어떤것 이길래? 푸코라면 촘촘히 짜여진 권력의 그물망, 그것들을 이루는 점조직을 개인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탄생, 개인의 대리 - 대표자
평소 나는 엘리트 정치에 대한 불신, 특히 정당과 대의민주제도에 대한 불만과, 언젠가는 국회와 정당정치가 소멸될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지난해 이맘때 정치커뮤니케이션론 수업을 들었다. '정당'과 ‘정치적 효능감’이 회자되던 어느날, 정당 정치에 대한 의구심으로 교수님께 드렸던 질문이 계기가 되어 관련 소눈문들을 찾아 리뷰하고 발표했다. 국내의 대다수 논문들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결국은 대안없이 두루뭉실하게 결론을 내거나, 대안이 없으므로 대의민주제가 대안일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대의제를 옹호하고 그것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기술과 관련하여 작성된 논문이 비교적 신선했다)
(대의민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발제에서 내가 주목하는 지점은 339쪽 중간부터 언급되는 법률 - 정치적 과정과 연관된 규율 사회 형성 과정이다. 이 텍스트에서 국회 - 대의제도가 일반화되는 과정과 그것들의 한계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판옵티콘 감시체제, 규율 감시 체제는 민주적으로 통제되며 심지어 투명하기까지하다. 그러한 체제의 중심에는 아무도 없거나 아무나 있어도 상관없다. 대의민주제의 중심에는 국회 - 의회가 있다. 나에게 대한민국의 ‘국회’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정치 떨거지들이 기거하는 공간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나와 우리의 대표도 아닐뿐더러 대표(대리)할 수도 없다는 생각때문이(었)다.
***** 푸코의 책 <감시와 처벌>로 돌아가보자.
320쪽, 세계에서 가장 큰 의회?
더욱이 이 기계장치의 설비는 그 자체로 폐쇄되어 있더라도 외부의 요소가 항상 개입할 수 있도록 조립되는 것이다. 누구라도 중앙탑에 와서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감시가 행해지는 방식을 통찰할 수 있다. 실제로 판옵티콘의 모든 제도는, 그것이 형무소처럼 아무리 조심스럽게 폐쇄된 경우라 할지라도, 어렵지 않게 임의적인 동시에 끊임없는 감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그러한 감독은, 지정된 감독관들 뿐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실행할 수 있다. 사회의 어떤 구성원이라도 직접 방문해서 학교나 병원, 공장이나 감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기 눈으로 확인할 권리를 갖는 것이다. 따라서 판옵티콘 장치에 의한 권력의 강화는, 폭정의 상태로 변질될 위험이 없다. 규율 장치는 민주적으로 통제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장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재판위원회”로 계속 연결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교묘하게 만들어진 이 판옵티콘 체제는 누구라도 찾아와 최소한의 인원으로 구성된 감시인을 감시할 수도 있는 체제이다. … 투명한 건물이 된 것이다.
책 339쪽,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그것이 대의제도를 통한 것이라면?!
부르주아지가 18세기를 통하여 정치적으로 지배적인 계급이 된 그 과정은, 명시적이고 체계화되어 있으면서, 명문상으로는 평등한 법률적 범주의 설정과 의회제 및 대의제의 형식을 취한 체제의 조직화가 뒷받침 된 것이었다. … 원칙적으로 평등주의적인 권리 체계를 보증했던 일반적인 법률형태는 사소하고 일상적이며 물리적인 메커니즘에 의해서, 그리고 규율로 형성된 본질적으로 불평등주의적이고 불균형적인 권력의 모든 체계에 의해서 그 바탕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형식상 대의제도를 통해서, 그것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아니면 매개를 거치건 안거치건 간에 만인의 의사가 통치권의 기본 절차를 구성하는 것이라면 그 기반에 있어 규율은 힘과 신체의 복종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341-342쪽, 규율과 법률의 관계
규율은 표면상으로는 하위법 이상을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규율은 ‘도덕’이라는 법*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위
규율은 법률의 연장이기도 하지만 대안이기도 하다. (규율은 법률이 잠시 멈춘 시간과 공간을 메꾸는 역할을 한다) 규율은 법률의 정치적인 반대급부와 같은 (것이고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것이기에 중요성이 부여되어 온 것이다. 규율이 도처에서 권력관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상호관계의 가능성을 제거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대체할 것이 발견되지 않을 것을 염려해 (규율이) 사회와 균형의 토대라는 주장을 하고, 심지어 ‘도덕’이라는 형태로 통용되기를 고집하는 것이다. (규율, 법률로도 모자라 도덕으로 옭아매는 체제)
*'도덕'을 하위법이 아니라 법률을 넘어서는(초과한) 형태의 규율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320쪽, “세계에서 가장 큰 재판위원회” 각주
순시자들이 지하도를 통해서 중앙의 탑실로 들어가 ‘판옵티콘’의 원형 풍경을 관찰하는, 그렇게 늘어서 있는 많은 순시자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벤담은 바커가 실제로 동시대에 건설한 전경조망 장치, 파노라마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는 순시자들이 중앙부에 찾아오면 주변에 풍경이나 도시, 전투 장면이 전개되는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었다. 방문자들은 최고 책임자가 볼 수 있는 위치를 그대로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 지금부터는 어쩌면 판옵티콘의 영감이 되었을 '파노라마'에 대한 이야기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재판위원회, 파놉티콘의 일반화 - 세계화
‘파놉티콘’ 설계자 벤담은 바커가 동시대에 건설한 전경 조망 장치 ‘파노라마’ 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최초의 파노라마는 1787년으로 되어있는 것 같다 - 푸코) 파노라마의 아이디어를 차용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파노라마와 파놉티콘의 뜻이 ‘모두 본다’ 라는 점에서 두 단어는 동의어이다. 다시 말하자면, ’파노라마’란 단어는 영국의 미술가 로버트 바커가 자신의 그림을 표현할 때 사용한 말에서 유래한다. 그는 그리스어 "πᾶν"(Pan, 판, 모든 all)과 "ὅραμα"(Horama, 호라마, 경치 view)를 조합하여 사용하였으며, 곧이어 런던에서 자신의 전시회를 열 때(1791년) 전시회 이름을 "The Panorama"라 지었고, 발명품의 이름은 ‘세계를 한눈에’ 였다.
로버트 바커의 파노라마 사진_ 바커의 에든버러 파노라마는 너비 대략 91미터, 높이 15미터인 거대한 작품으로 현재에도 사본이 남아 있다. ('스펙터클'하다)
세계를 한눈에 - 파노라마와 파놉티콘
18세기 말부터 세계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세계’를 집약한 백과사전과 박물관이 생겼고 기행문과 소설, 여행 사진집이 출판되었다. 세계를 시각화 하고자 하는 거대한 욕망이 일어난 것이다. 파노라마 이후로 영상 기계의 비약적인 발전이 거듭되었고, 가상 세계를 현실 세계보다 더 리얼하게 그려내는 '디지털 이미지' 시대에 이르렀다. 그러나 파노라마의 이미지든 디지털 이미지든간에 그것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낸 이미지-상(像)이다. ‘세계를 한눈에’ 보는 장치 - 파노라마는 언제든 부지불식간에 파놉티콘이 되어 우리를 속박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감시사회, (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감시자세 *****
카이저 파노라마_ 런던만국박람회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입체경 모양의 소형 카메라가 개발됐는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개발품은 20여명이 둥그런 원통 바깥에 둘러앉아 각자 자리 앞에 뚫려 있는 구멍을 통해서 입체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카이저 파노라마라는 기계였다.
가시성의 함정, 감시와 역감시
위 카이저 파노라마 이미지를 보자. 원래의 파노라마는 이런 것 - 내가 세상을 보는 것이지 세상이 나를 보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세상이라면? 보는 것이 누구인가의 문제, 본다는 행위의 문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은 것이다. 역감시, 사실상 우리는 감시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감시의 주체이기도 하다. 그러니 감시대상에서 감시주체로 관계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가자구요! 로 깔끔하게 후기를 마무리 하려는데... 엊그제 접한 기사가 다시 생각을 어지럽힌다. 중국정부가 13억명이나 되는 중국 인민의 얼굴을 3초안에 구별하는 얼굴인식 시스템을 개발중이란다. 중국 공산당의 슬로건이 "대중의 눈은 눈처럼 밝다(群众的眼睛是雪亮的)" 라고 하니 정말 아이러니랄 수 밖에...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공화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세 체제를 규율화한 감시체제로 놓고 보자니 푸코의 말 "대의제도를 통해서 통치권의 기본절차를 구성하는 것이라면 ... 그 기반에 있어서 규율이 힘과 신체의 복종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더욱 신랄하게 와닿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덧_ 대의민주제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종종, 데리다가 주목했던 '대리-보충' 개념이 떠오른다. 대리와 보충은 푸코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이하면서도 모순되지 않는’ 것이다. 데리다가 종종 아니 자주 '나'라는 표현 대신 '우리' 라는 표현을 썼는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이것을 기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참조링크
<감시와 처벌> 읽기 자료
http://terms.naver.com/entry.nhn?cid=41773&categoryId=41780&docId=892552&mobile
카이저 파노라마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3776
중국정부의 얼굴인식 시스템 개발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25&aid=0002814951
로버트 바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34586&cid=58463&categoryId=58463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우와 아침부터 이렇게 정성스럽고 현란한 후기를 접하니 현기증이 나는 듯...
하지만 잘 읽었어요. 깔끔하게 정리해줘서 감사합니다.
사실 세미나 시간에 정치 문제에 대해선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는데,
홍시님만의 문제의식과 고민지점을 잘 적어주셔서 이후의 공부에도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후기 중 '규율과 법률의 관계'에서
저 역시 규율과 법률의 관계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저는 홍시님보다 좀 쎄게 읽은 것 같아요. ㅎㅎ
규율은 표면적으로 하위법 이상을 만들지 못하지만, '법률의 일시적 정지를 실행한다'는 표현이 책에 있어요. (341쪽)
그래서 저는 도덕이 초법률화한 형태로 적용되는, 말하자면 규율의 수단이나 앞잡이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규율은 단지 법의 빈 부분을 메우는 게 아니라, 때로는 법을 정지시키고 그 자리에 자기 공간을 마련하는 거죠.
물론 이 과정은 우리의 자발적인 복종에 의해서... 블라블라...
가시성이 역전되는 감시체제도 흥미롭지요. 파노라마
한 자리에서 360도 모든 곳을 볼 수 있는 가시성 체제를 중국 만리장성의 한 박물관에서 본 것 같아요.
중국경찰이 쓴다는 저 얼굴인식 안경, 얼마 전에 기사 보고 많이 놀랐었는데... 그것을 인민의 이름으로 실현하는 중국! ㄷㄷㄷ
대의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의심스러움, 불만, 현실의 모든 정치체제에 푸코의 규율화한 감시체제를 적용해 읽을 수 있는 점.
다시 짚어줘서 고마워요.
홍시님의 댓글
홍시
현란하게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정리한게 이 모냥(?)이네요^^
"법률의 일시적 정지를 실행한다" 그 문장 기억합니다. 도덕이 초법률화하여 적용되는 지점,
'몸을 비틀어 변화하는 지점'에서 감옥의 문제를 보는 거죠?
인민의 이름으로 실현하는 중국 >>> 이 표현 맘에 들어요~~~ 피드백 고맙습니다 :-)
현님의 댓글
현
우왕... 고퀄 후기..! 홍시님의 발제와 후기 덕분에 자극받고 반성하게 됩니다..^_ㅠ
무언가 각자 문제의식이 다르다 보니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후기를 통해 보게 되어 좋네요.
파노라마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신기합니다..
홍시님의 댓글
홍시
아, 그러고보니 여유가 된다면 각자의 문제의식을 이야기로 나눠보면 좋겠네요~^^
발제를 할 땐 늘 이렇게만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읽기만 해서는 (물론 읽는데에도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만)
잘 정리가 안되어서요... 벌써 수요일 하루가 가네요, 이번주 분량은 아직 읽지를 못했어요 ㅠㅜ 내일~! 뵙겠습니다.
연두님의 댓글
연두
오, 진짜 현란한 후기! 파노라마 이야기도 흥미롭네요.
홍시, 안녕요? 홍시가 정치와 대의제에 관심이 많았군요. 글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느껴져요.
세미나 때 각자의 문제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 저도 해요.
홍시님의 댓글
홍시
연두 안녕요~~~^^ 정치와 대의제에 관심이 많다기 보다는요 (부끄부끄)
정치가 '정치인'의 일이 되어버린 것, 정치가 전문 분야로 이야기 되는 것에서 우선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또,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이상하게 그 지점에 가서 맺히더라구요. 그게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해결해야 할?'문제는 계속해서 생겨날테니까요...) 해결된다해서 삶이 완전히 달라질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아요. 하지만
문제의식을 느꼈으니 나름의 (지금 할 수 있는) 연구를 해보는거다~ 라고 봐주시면 될거 같아요. 혹시 모르죠 완전히 달라질 수도^^
우리 언제 밥지어 먹고 차도 마시고 산책도 하며 서로의 문제의식을 나누어 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