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세미나 > 세미나자료
  • 세미나자료
  • 세미나발제문, 세미나후기를 공유하는 게시판입니다.
세미나자료

[페미니즘] 0421 '4장 성의 산업화' 세미나 후기 +2
소리 / 2018-04-25 / 조회 1,474 

본문

 이번 주에도 엄청나게 열정적인 세미나가 계속되었습니다. 10분 가량의 중간 쉬는 시간, 그리고 4시간 동안의 토론

우리는 책 내용과 상관 없어 보이는 내용도 곧잘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 사안의 절박함과 돌아돌아 연결되는

성의 착취 문제, 산업화의 문제들을 생각하면 참 신기합니 다. 4시간 동안의 긴 시간을 어떻게 짧은 후기로 잘 정리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한 다양한 얘기들 중에서 일단 책 내용을 중심으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약 30여 년 전의 미국인이 쓴 성의 산업화 문제에 한국이 놀랍도록 자세히 써 있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미 체감적으로 한국의 매춘 사업이, 성이 고도로 산업화되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역에서 5분 거리에 온통 매춘 업소, 유사성행위 업소니까요. 우리가 몰라서( 혹은 알고 싶지 않아서) 그렇지 많은 은어들로 여성들과 아이들의 몸이 팔리고 있습니다.

 유구한 매춘의 역사는 우리의 언어 속에서도 녹아있습니다. 고려 시대 때 조공으로 받쳐진 공녀, 그들이 돌아오자 붙여진 이름 화냥년, 주로 군대 근처의 외국인에게 몸을 판다는 양공주 등...

 사실 매춘부를 일반 여성과 동떨어진 특별한 이름들로 부르는 이유는 여성들을 분열시키고, 직접적으로 매춘일을 하지 않는 여성을 구분하여 사회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함입니다. 언듯 언듯 언급되는 부분들로, 여성의 결혼과 연애가 매춘과 별반 다를 수 없다는 현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뒷 장에 가서 이유가 나올겁니다.

 

 이 당시만 해도 한국은 산업화 국가로서 경제발전이란 미명아래 군대를 위한 매춘부로서, 자국민과 일본인을 위한 매춘부로 정부차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새로운 얘기도 들었습니다. 매매춘에 대한 국가적 홍보와 찌라시, 기생관광을 관리하는 국가 정부 부처인 '요정과'의 존재를 말입니다.

 전 후의 나라들에서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매매춘이 일어난 나라들로 한국과 베트남이 있습니다. 한국, 특히 남한을 중심으로 매춘의 시작과 특징에 대해 얘기해줍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경제체제가 상이하게 다릅니다. 하나는 자유경제체제이고, 하나는 공산주의 체제입니다. 한국은 경제 체제가 자유경쟁과 상품판매가 당연시?되는 국가로서 당연히 매매춘이 일어났을 것 같지만 사실 국가의 대대적인 포주 노릇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는 처음에는 여성 매매를 반대하고 엄격히 규정했지만 후에 외국인들과 자국민들의 주도하에, '일반'여자들도 창녀취급을 받으며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매매춘으로 내몰립니다. 제도의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 그리고 사회문화적 문제도 함께 걸려 있는 문제가 매춘의 문제입니다. 두 나라 모두 전쟁에서부터 미군을 위한 매춘이 발달했지만 후에는 베트남 남자들, 한국 남자들을 위한 매춘이 발달하게 됩니다. 그 서비스를 유럽과 호주, 일본, 북아메리카 남성들이 관광을 하며 여성 매매를 했고, 차츰 경제 발전이 이뤄지면서 더 싼 매춘을 위해 한국과 베트남 남자들이 외국에서 여성 매매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인종차별 문제를 집고 넘어가야 합니다. 외국인들이 타 인종을 주변화하면서 (시작은 역시 미국) 대상화할 때 여성들은 성이 거래되지 않아도 창녀로 전락합니다. 사실 이런 일은 자국민 남성들에 의해서도 일어나고, 외국인 남성에 의해서도 일어납니다. 우리들은 모두 크고 작은 이러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드레스 업을 하고 호텔 바에 있었는데 매춘부로 오해받은 경험, 화려한 귀걸이를 하고 나간 날에 예비 매춘부로서(심지어 그 때는 제가 법적으로 미성년자 때였는데) 성매매 업소 오라고 명함을 받은 경험, 가까운 외국인 친구, (전)애인의 인종차별 경험 등등.

인종주의는 여성을 성녀-창녀 이분법처럼, 지배 인종 여성-피지배 인종 여성으로 자연스럽게 구분하게 됩니다. 그래서 마치 인종주의 하에서는 지배 인종 여성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지요. 한 마디로 인종주의를 통해 생식용 여성과 쾌락용 여성의 분리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 안에서 또 여성들은 계급화 되어 나뉘게 되겠지요. 얼만큼 좋은 쾌락용 여성인지, 생식용 여성인지 증명 하기를 요구당하면서 말입니다.

 

타이와 필리핀의 사례들은 현재의 외국으로까지 수출되는 여성 매매의 현실이 어떻게 '결혼'이라는 매개를 통해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편주문 신부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보통 결혼을 매개로 이들은 선진 국가로 건너가서 이혼당하고 매춘 업소에 팔립니다. 이들을 애인처럼 대하는 외국인 손님과, 매춘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외국인과의 결혼을 꿈꾸는 매춘부들의 이야기는 한국의 코피노 파파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매춘부의 가족들은 결혼을 통해 그들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삶을 살거라는 기대를 품고 그들을 결혼을 통한 매춘에서부터 돕지 않고요. 거시적으로 결혼이란 제도가 어떤 식으로 여성들에게 쓰이는지, 쓰일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가난을 피하기 위해 하는 결혼, 부모님에게 등 떠밀려 하는 결혼, 자신의 집을 가지기 위한 결혼, 사회적 시선을 피하기 위한 결혼 등등 많은 비자발적, 강요된 동의로 하는 결혼을 많이 봅니다. 그동안은 사적인 것을 강요하는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매춘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손님과의 결혼을 꿈꾸는 그들을 어떻게 의지가 약하다고, 다른 선택할 수 있지 않냐며, 혹은 그 사회가 별로라서 그런거라고 욕할 수 있을까요? 한국도 다르지 않은걸요. 결혼의 기본적 성격, 역사적 기원에서부터 현재적인 성격에 까지 여성 매매적인 기원과 특징을 지니고, 현재에도 결혼을 통한 여성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결혼, '비정상적인' 결혼이라고 나누며 생각했던 것이 결국 가부장제가 원하던 거구나 싶습니다. 왜 많은 내 윗대의 여성들이 노예처럼 살았는지, 스스로 시가 노예, 종살이라고 자조적인 민요와 대화들이 있는지 명확해지는 느낌입니다. 결혼이란 제도가 남성에게 여성을 한 명 씩 배당하기 위한 노예제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좀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뼛 속까지 고통스럽네요.

 

 이 책은 외국 문화에 대한 저의 환상을 많이 깨부수었습니다. 결국 외국의 선진의 문화라는 것은 자국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고, 저는 영원한 그들의 타자일테니까요. 물론 각자의 삶에서 주어지는 기회들은 잡아야 겠으나, 인종차별이라는 것, 그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이중차별을 받으며 외부적 시선에 의해 제가 여러가지로 분할되어 평가받고 있다는 것은 외국도 똑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제게 선택지는 두 개일겁니다. 하나는 그곳이 어디든 사회가 요구하는 최상의 모습으로- 그것이 성녀이든 매춘부이든- 권력을 얻는 것. 두 번째는 이 판 자체가 글렀으니 뒤엎고 새 판 짜기 위해 싸우는 것. 이미 빨간약을 먹은 저로서는 이 두 가지가 얼만큼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매춘부 취급받는 것보다는 무성취급을 당하는 것이 훨씬 인간답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두 번째 선택지를 선택하겠지만 그 또한 괴롭기도 하고, 인류애가 급감하는 길이군요. 제게는 이렇게 같은 문제의식을 나누고, 대화하는 사람들이 산소호흡기 같은 존재입니다. 다들 고생 많고 고맙습니다. 어떻게든 잘 살아남아봐요. 우리 존재 소중한 존재. 그리고 고양이, 고양이가 제 인류애는 아니고 지구애? 애정의 근원이군요.

 

다음주도 괴로운 챕터들입니다. 우리 함께 힘내서 읽어봐요. 다음책과 그 다음책은 좀 더 에너지 넘치니 그 때까지 힘내봅시다.

댓글목록

이사랑님의 댓글

이사랑

생식용 여성, 쾌락용 여성.. 이 두 단어 만으로 수만가지 이야기를 떠올리고, 복잡한 기분이 듭니다. 말로 풀어내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알게되는(알고 있는) 이야기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고 다른 경험을 하고 살아오는데 이 고통스러운 감정은 몇마디 나누지 않아도 공유할 수 있다는게 화가 나지만 소리님 말씀처럼 함께여서 참 많이 힘이 됩니다ㅎㅎ 이번주도 화이팅♡

올리비아님의 댓글

올리비아

각 다른 나라의 사례였지만 전지구적으로 어쩜 이리 똑같이 처절하게 이용하고 버렸는지 처참한 기분입니다.

캘리번과 마녀중 생각나서 찾아 봣습니다.
[그녀는 그에게 있어서 파편화된 상품이었다. 그녀의 감정과 선택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와 심장은 등뼈와 손에서 분리되어 있었고, 자궁과 질에서 분열되어 있었다. 그녀의 등뼈와 근육은 밭일로 내몰렸고, 손은 백인을 간호하고 양육해야 했고, 그의 성적 즐거움에 봉사하는 그녀의 질은 자궁으로 가는 통로였으며, 자궁은 그가 자본을 투자하는 장소였다. 성행위가 자본투자 행위며, 그 결과 태어나는 아이는 축적된 잉여였다.]
이 대목은 성매매 여성들만을 이야기 한것도 아니고 과거만 이야기 하는것도 아님니다.
모든 여성에게 해당되고 전 지구적으로 전 시대적인 이야기 입니다.

시간이 지나 많은 변화 속에서 형태나 방법이 더 교묘 하게 바꼈을 뿐 달라진 것이 없는것 같습니다.

세미나자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