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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발제] 감시와 처벌 - 제3부 3장 판옵티콘 감시체제 (0419)
홍시 / 2018-04-19 / 조회 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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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감시와 처벌  Surveiller et punir

 

제3부 3장  판옵티콘 감시체제  Panoptisme

 

 

“무엇이 놀라운 일이겠는가? 감옥이 공장이나 학교, 병영이나 병원과 흡사하고, 

이러한 모든 기관이 감옥과 닮은 것이라고 해서 무엇이 놀라운 일이겠는가?”  347쪽

 

 

공장, 학교, 병원, 병영을 생산과 돌봄의 공간이기보다는 감시와 처벌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보는 푸코의 관점은 새삼스러울것 없잖아? 싶다가도 읽고 곱씹을수록 신선하게 다가온다. 공장, 학교, 병원, 병영 그것들은 어느덧 일상이 되었고 당연한 것이 되었다. 우리는 돌봄을 위해 혹은 노동의 댓가를 치루기 위해 그것들을 이용할 뿐이고, 이용되도록 하는 것이 그것들의 전술인 셈이다. 감시와 처벌의 메커니즘, 판옵티콘 체제 Panoptisme 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까? 현대사회는 스펙타클의 사회가 아니라 감시의 사회이다.

 

surveiller  1. 감시하다    2. 돌보다    3. 유의하다, 조심하다

punir  1. 벌하다, 처벌하다, 응징하다    2. … 이유로 벌하다, … 댓가를 치루게 하다    3. 자신을 벌하다

 

 

                                                   

1791년 제레미 벤담은 죄수를 교화할 수 있는 시설을 위한 판옵티콘 감옥 원리를 고안했다. 이 원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일반화되었다는 것이 푸코의 주장이다. 우선 푸코는 페스트가 발생했을 때의 상황을  상세히 서술한다. 페스트 모델의 특징은 후에 나병 모델과 비교하면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페스트 모델

17세기 말 한 법규에 의하면 페스트가 발생했을 경우에 취해야 할 조치로, 우선 공간을 엄격하게 분할하는 행정조치가 있다. 도시의 철저한 봉쇄,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것은 금지되고 어길 시에는 사형, 부근을 배회하는 동물은 모두 살해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감독관의 권능이 확립된다. 공간은 세분화되고, 고정되어 있으며 동결되어 있다. 누구나 자기자리에 꼼짝없이 묶여 있는 것이다. 감시의 눈길이 도처에 있고, 감독의 기능은 끊임없이 작동한다. 이러한 감시는 감독관이 시장이나 행정관에게 제출하는 일련의 보고서들과 같은 ‘지속적인 기록장치’에 의존한다. 폐쇄되고, 세분되고 모든 면에서 감시받는 개인들은 사소한 움직임까지 통제되고 기록되며, 그 기록들이 중심부와 주변부를 연결시키고 위계 질서로서 완벽하게 행사되는데 이것이 규율장치 모델인 것이다. 이러한 규율장치의 배후에는 ‘전염병’, 페스트, 반항, 범죄, 방랑, 탈주 - 무질서에 대한 강박관념이 옅보인다. 

 

 

나병과 페스트, 두 가지 도식의 비교 - 상이하고 모순되지 않는 두 가지 도식, 추방과 규율

페스트에 대응하는 방법이 질서이고, 질서는 혼란을 정리하는 기능을 갖는다. 나병이 대감금의 모델로서 추방의 의식들을 만들어 냈다면, 페스트는 ‘규율’ 의 도식을 탄생시켰다. 나병환자는 (추방되어야 하기에) 개인적 구별이 중시되지는 않았지만 페스트 환자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개인들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바둑판모양의 분할 속에서 개인을 포착하여 권력의 효과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병환자의 추방과 페스트의 격리에는 동일한 정치적 꿈이 담겨져 있지 않다. 전자는 순수한 공동의 꿈이고, 후자는 규율 사회에 대한 꿈이다. 페스트는 규율의 권력 행사를 이상적으로 규정해 볼 수 있는 일종의 실험이다. 지배자들은 완벽한 규율을 가동시키기 위하여 페스트의 상태를 꿈꾸었다. 나병과 페스트, 추방 공간의 자리에 규율 분할방식의 독특한 권력 기술이 적용된 것이 바로 19세기의 특징이다. 수용의 혼란스러운 공간에 규율의 치밀한 세분화를 계획하고 그러한 분석적 배분방법으로 공간을 조직하는 것, 추방된 자들을 개인화하는 것, 그 추방을 명시하기 위하여 개인화 방식을 사용하는 것, 이 도식들이 19세기 초부터 합법적으로 추진되었다. 나병환자와 페스트환자에게 적용되었던 추방 - 규율의 이원적 메커니즘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적용되게 되었다.

 

 

벤담 판옵티콘의 원리

판옵티콘 장치는 가두고, 빛을 차단하고, 숨겨두는 지하감옥의 세가지 기능 중에서 가두는 것을 남겨두고 두 가지 기능을 없앰으로써 훨씬 수월하게 상대를 포착한다. 빛을 드러내는 가시성의 상태가 바로 함정인 것이다. 수인들은 보여지긴 해도 볼 수는 없다. 정보의 대상이 되긴 해도 정보 소통의 주체가 되지는 못한다. 또한, 판옵티콘 시설의 주요한 효과는 수감된 자가 스스로 권력의 전달자가 되는 권력적 상황의 안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벤담은 권력이 가시적이고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판옵티콘 장치 안에서 권력을 누가 행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판옵티콘 장치는 권력을 자동적이고 비개성적인 것으로 만들며 권력의 동질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우연히 걸려든 그 누구라도 이 기계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완력과 폭력, 육중한 옛날 ‘감옥’ 대신에 단순하고 경제적인 기하학적 구도의 빈틈없는 감옥이 들어선 것이다. 이제 권력의 효과와 강제력은 권력의 적용지점으로 옮겨가 스스로 예속화의 원칙을 따르게 하고 권력관계를 내면화 시킨다. 판옵티콘의 계획에는 동물원과 유사한 형태의 관찰, 평가, 엄정한 분류와 기록, 공간의 분석적 배치가 일어난다. 또한 판옵티콘은 인간에 관한 실험을 할 수 있고 인간에게 적용되는 변화를 확실하게 분석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공간이다. 일종의 권력 실험실로 운용되는 것이다. ‘판옵티콘’ 의 고유한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통제 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 이 통제 장치를 고안한 관리책임자, 즉 판옵티콘 체제의 경영자는 말한다. “나의 운명은 내가 고안할 수 있었던 모든 속박에 의해서 결국 수감자들의 운명과 함께 묶여 있다.” 

 

 

페스트에 감염된 도시와 판옵티콘 시설의 차이

전자는 예외적이고 비정상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권력이 발동한 것이며 이상적인 기능형태를 상정하지만, 결국 삶과 죽음의 단순한 이원론으로 끝나게 된다. 그러나 후자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으로서 병원이나 작업장, 학교, 그리고 감옥에서 이용될 수 있다. 판옵티콘은 다방면에서 이용 가능하며 이 도식 모델로서 권력의 행사가 완전하게 실현될 수 있다. 이 도식은 권력이 행사되는 대상의 숫자를 증가시킬 수 있으면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권력의 경제성을 보장해준다. 정치적인 차원에서 일종의 ‘콜럼버스의 달걀’ 로서 권력을 획득하는 방식이자 “거대한 새로운 통치수단” 이며 모든 제도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이 도식은 권력에 의해서 가동되는 외부로부터의 권력행사가 아니라 교묘하게 스며들면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그 효과를 증대시킨다. 더욱이 이 판옵티콘 체제 - 기계장치의 설비는 그 자체로 폐쇄되어 있더라도 외부의 요소가 항상 개입할 수 있도록 조립되는 것이다. 누구라도 감시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감시가 행해지는 방식을 확인할 권리를 갖는다. 이런식으로 판옵티콘 장치에 의한 권력의 강화는 폭정의 상태로 변질될 위험을 없앤다. 민주적으로 통제될 수 있는 것이다. 

 

판옵티콘의 도식은 사회 전체로 확산되도록 만들어졌다. 그것의 임무는 일반화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판옵티콘의 영역은 ‘하층지대’ 이고 불규칙적인 신체의 영역이다. 권력은 왕으로부터 얻는 것이 아니라 여러 관계에 의해 개인화되는 신체 속에서 얻는 것이다. 고전주의 시대에 공들여 만들어진 규율은 비교적 폐쇄된 장소에 국한되었고, 규율의 적용은 ‘페스트에 감염된 도시'라는 일시적이고 한정된 규모에서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벤담은 이러한 규율을 결함이나 중단없이 사회를 관통하는 그물망의 장치로 만들기를 꿈꾼 것이다. 판옵티콘은 기초적이고 쉽게 이전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며 사회의 구석구석까지 넘나들고 침투해 들어갈 수 있는 기초적인 운용 계획이다.

 

 

 

 

 

규율제도의 확장, 규율의 모든 일반화

규율에는 두 가지 이미지가 있다. 한쪽 극단에는 예외적이고 폐쇄적인 규율이 있고, 다른 쪽 극단에는 판옵티콘과 함께 작동하는 규율이 있다.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규율장치가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그 장치가 다양화되고, 규율사회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형성되는 등의 역사적 변화가 있었다. 폐쇄적이고 예외적인 규율에서 일반화한 감시의 규율로, 규율의 모든 일반화는 고전주의 시대에 이루어졌다. 

 

1_ 규율의 기능적인 전환

사람들이 처음에 규율을 통해서 원했던 것은 모든 위험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었지만 규율은 점점 더 유용한 개인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작용한다. 18세기에 규율의 위치는 주변적 위치가 아니라 중요하고 중심적인 생산적인 부문들에 정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규율기관의 수효가 증가하고 기존의 각종 장치를 규율화하는 경향이 발전된다. 

 

2 _ 규율 조직의 확산 

규율의 시설들이 다양해지는 반면 규율 조직들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어디서나 이동하고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통제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3_ 규율 조직에 대한 국가관리

18세기 경찰기구 조직은 국가 규모에 달하는 규율의 일반화를 뒷받침하는 근거이다.  "군주는 영리한 경찰에 의해서 민중을 질서와 복종에 익숙하게 만든다” 18세기 경찰 조직은 각종 폐쇄적인 규율 기관들 사이에 매개망을 펼쳐 그러한 폐쇄적인 규율기관들이 개입할 수 없는 장소에서 영향을 미치고 무력을 통해 그 기관들을 대상화하고 그것들을 연결시켜주며 보호해주는 복합적 기능을 갖고 있었다. 기관들의 틈 사이로 파고드는 규율인 동시에 메타규율인 것이다. 경찰조직은 사법 권력의 현실적인 집행자이기도 하지만 사법제도보다는 더욱 용이하게 규율 형태의 사회와 일체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점점 더 과중하게 사법 권력에 자신의 각종 특권을 끊임없이 강요해 왔다. 그러나 규율의 기능이 어떤 국가기구에 의해서 몰수되고 독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규율은 어떤 제도 어떤 기구와도 동일시 될 수 없다. 규율은 권력의 한 형태이고 일체의 도구이자 권력행사의 한 양식이다.  규율은 권력의 물리학, 해부학이고 하나의 기술이다. 규율의 책임은 권력의 내부 매커니즘을 강화하거나 재편성하기 위한 수단을 찾으려는 심급기관들에서 떠맡을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 자식 간의 관계 즉, 가족관계는 어떻게 규율의 책임을 떠맡게 되었을까? 페스트의 폐쇄적인 규율에서 판옵티콘 장치라는 무한히 일반화할 수 있는 규율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통해서 규율 방식이 다른 모든 방식들 속으로 스며들어 가장 미세하고 멀리 떨어진 것에도 권력의 효과를 파급시킬 수 있었음을 알았다. 율리우스는 판옵티콘 원리가 어떤 기술적 문제의 해결에 불과하지만 그 해결을 통해서 한 사회의 전체적 유형이 뚜렷이 부각될 수 있었기 때문에 ‘인간정신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고대는 스펙타클의 문명이었고 다수의 인간이 소수의 대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근대는 극소수 혹은 한 사람이 대다수 집단을 감시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국가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국가가 일상의 세부적 문제에 더욱 깊이 관여하게 된다. 현대사회는 스펙터클의 사회가 아니라 감시의 사회이다. 개인은 규율 전술에 의거하여 세밀한 의도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톱니바퀴와 같은 존재로서 우리들 스스로 이끌어 가는 권력의 효과들에 의해 포위된 채 판옵티콘 감시장치 안에 있다. 나폴레옹의 존재는 스펙타클의 사회에서 감시사회로 변화되는 - 접합되는 지점에 있다. 판옵티콘 체제에서는 태양왕(루이14세)도 독수리(나폴레옹)도 쓸모없게 되는 것이다.

 

 

 

규율 사회의 형성

규율 사회의 형성은 경제적, 법률 - 정치적, 과학적인 (역사) 과정과 관련되어 있다.

 

1_ 경제적 

규율은 다수의 인간을 질서 정연하게 배치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규율의 세 가지 목표는 첫째, 경제적일 것. 둘째, 최대한의 강도로 실패나 결함없이 멀리 파급 - 확산되도록 할 것. 셋째, 권력이 행사되는 기관의 효율성을 결부시킬 것이다. 요컨대, 권력 체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의 순종성과 효용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18세기는 갑자기 인구가 늘어나고 통제나 조작이 중요시되는 집단들이 증가함으로써 (규율은 일종의 방랑자 퇴치방법) 규율이 발전되었으며 ‘폭력적 징수’ 방식 대신에 여러가지 기구의 효용성을 증대시켜 창출되는 ‘부드러움 - 생산성 - 이익’ 의 원칙이 들어서게 되었다. 규율이 집단 다수의 효용성을 증대시켜야 하지만 또한 효율증대의 수단으로 집단 다수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늘어난 인구를 관리하는 방법은 정치적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정치적 발전이란 비용이 많이 들고 폭력적인 권력형태가 교묘하고 계획적인 예속화의 기술체계로 대체 되었다는 뜻이다. 인간의 축적과 자본의 축적이라는 두 과정은 분리될 수 없다. 

 

2_ 법률 - 정치적

부르주아지가 18세기 정치적으로 지배적인 계급이 된 과정에서 명목상으로는 평등한 법률적 범주의 설정이 있었고, 의회제 및 대의제의 형식을 취한 체제의 조직화가 뒷받침 되었다. 그러나 규율장치의 발전과 일반화가 이러한 과정에 어두운 이면을 만들어 놓았다. 그것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대의제도를 통해서 만인의 의사가 통치권의 기본 절차를 구성하는 것이라면, 규율은 힘과 신체의 복종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를 발견한 ‘계몽주의 시대’는 또한 규율을 발명한 시대였다. 규율은 법률을 미세하고 섬세하게 만들어 그것을 연장시키는 것일지 모른다. 오히려 규율 속에서 일종의 ‘대안적 법률’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규율은 메커니즘에 있어 ‘대안적 법률’이다). 규율은 개인들 사이의 사적인 관계를 만들어내는데 이 관계는 계약의 의무와는 전혀 다른 구속 관계이다. 규율이 물리적 - 정치적인 하나의 기술 집합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도덕의 형태로 통용되기를 고집하는 것이다. 종속관계, 과잉권력, 입장의 불평등… 이 모든 것, 계약관계가 규율의 메커니즘을 갖게 되면 계약관계를 철저하게 변질시킬 수 있다. (예컨대 공장의 규율) 도처에 확산되어 있는 판옵티콘 체제는 법률과는 반대로 권력행사에서 권력의 불균형을 강화하는 거대하고 - 미세한 장치를 작동시킨다. 미세한 규율이나 일상적인 판옵티콘 체제는 거대한 장치들과 거대한 정치 투쟁이 출현하는 층위 밑에서 존재할 수 있다.

 

3_ 과학적  

판옵티콘에 대한 담론들은 학문적 지위를 획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예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판옵티콘’ 규율의 방식은 ‘종교재판’의 기술적 측면과 비교할 만(큼 중요)하다. 중세에 사법적인 증거 조사가 고안된 것처럼 18세기에 규율과 시험의 기술들이 고안되었을 것이다. 증거 조사는 처음에는 종교 재판소로, 다음에는 사법 재판소 속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증거 조사는 경험주의 과학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초보적일지언정 본질적인 요소였으며 자연과학은 중세 말기에 (부분적으로) 증거 조사의 실무작업으로부터 생겨났다. 사실상 인류의 ‘인문과학’은 규율에 증거조사 방법이 더해진 좀스럽고 심술궂은 꼼꼼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전주의 시대 초 법조인 - 정치가인 베이컨이 경험적인 과학을 위해 조사의 방법론을 마련해보려고 했으나 푸코는 이를 두고 어떤 ‘위대한 감시자’가 인문과학에 걸맞은 시험의 방법론을 만들 수 있겠는가? 라며 조소 한다. 증거 조사가 자연 과학의 방법이 됨으로써 종교재판 과정으로부터 벗어났다 할지라도 시험은 규율 권력 편에 아주 가깝게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이 테스트, 면담, 심문, 조사 등 세련되게 변화되고 있는듯 보이지만 이러한 기술들은 개인을 한 단계의 규율기관으로부터 다음 단계의 규율기관으로 이동시킨 것, 도식을 재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자연과학을 만들어낸 위대한 조사방법은 정치 - 법률적 모델을 벗어나게 되었음에도 오히려 시험은 시험은 규율의 기술 체계안에 그대로 묶여 있는 것이다. 증거 조사방법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과정이었지만 규율의 기술은 교묘하게 아래쪽으로부터 침범해 들어갔다. 범죄자를 측정하고 평가하며 변화시키기 위한 심급기관들 사이의 판결 분담, 이 모든 것이 사법적인 증거 조사 안에서 규율의 시험이 침투해 들어간 것임을 보여준다. 시험은 여전히 그리고 언제라도 규율의 내재적 요소이다. 오늘날 형벌제도가 도달해야 할 이상적 상태는 무한한 규율일 것이다. 감시는 규율과 시험이 널리 침투해 들어간 형사 재판의 연장이며, 그러한 형사재판의 적용 대상은 바로 규율화된 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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