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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읽기] 커트 보니것 <고양이 요람> 후기 +11
자연 / 2018-04-21 / 조회 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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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것의 첫번째 책 <고양이 요람>을 다 읽었습니다.

어릴 때 친구들과 실뜨기 놀이를 많이 했었는데, 이 제목이 실뜨기 놀이를 의미한다니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니것 책은 처음 읽는 거라서 정서적으로 좀 낯설었어요. 독특한 소설이었습니다.

 

정리하자면

기원도 교리도 모호한 종교 보코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종교를 적절히 탄압하는 국가, 종교와 국가의 어리석은 지도자들, 원자폭탄과 나중에 이 세계를 멸망시킬 '아이스-나인'을 개발한 과학자...윤리나 철학이 부재한 과학자와 그의 세 자녀...

이런 것들이 실뜨기처럼 얽히고 섥혀서 조합을 이루는 순간, 세상은 멸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양이 요람 안에 고양이가 보이나요? 요람이 보이세요?

이 안에  뭔가 들어있을 것 같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고양이도 요람도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작가는 고양이 요람처럼 이 책도 글자 다발로 이루어진 거짓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거짓 속에서 고통스럽게 진실을 찾든, 거짓에 취해 그저 행복하게 살든 그건 오롯이 각자의 몫이라고요.

 

**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

▷ "무언가를 배우려고 열심히 노력해서 그것을 배우고서, 자신이 전보다 현명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을 조심하라. 그런 사람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고생해서 깨달은 적 없는 무지한 이들에게 살인적인 원한을 품고 있다."

▷ "성숙이란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겁니다.  성숙이란 어떠한 치료제도 없는 씁슬한 실망이다. 혹시 웃음이 만병통치약이라면 모를까."

 

 

댓글목록

현님의 댓글

우왕.. 역시 결말이 멸망이라니 너무 좋네요...!
책도 글자 다발로 이루어진 거짓이라니
아래 적어주신 문장들은 산책 때에도 들었지만 저도 기억에 남습니다.
시간적 체력적인 이유로 참여 못했는데 아쉽습니다.
세미나 하반기 즈음 불쑥 찾아갈게요..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핵심을 정확히 짚어낸 간결하고 깔끔한 후기.....감사합니다.
현님의 말처럼 '글자다발로 이루어진 거짓' 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그러고 보니 책은 활자로 얼기설기 얽힌 실뜨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사는 삶 자체가 하나의 '고양이 요람' 같은 실뜨기인 것도 같구요. 
철저하게 멸망하지도 못하고 다시 새로운 세계를 꿈꾸지도 못하는.....애매하고 비루하며 애잔한.......그런 우리네 삶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모든 것이 그대로 얼어붙은 멸망의 끝은 도리어 찬란하게 느껴집니다. 
아무 것도 없는 무의 상태, 그 진공의 공간은 어쩌면 막막한 처음의 시작이자 다시 돌아올 끝의 반복이 될 테지만 말입니다.

저는 이번에 읽으면서 이 모든 기억을 기록하고 멸망의 세계에 끝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한 사람, 바로 이 [고양이 무덤]을 쓴 조나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글을 쓰는 작업을 통해 세계를 기억하고 기록했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글쓰기. 그 처절함과 비애가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더욱 깊이 느껴졌습니다.
유머와 상상력 속에 깃든 비애의 정체는 아마도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들과 이야기들이 곳곳이 숨어 있는 [고양이 요람].
여러번  읽어도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의미들이 생겨나고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는 모로님의 말씀처럼,
질리지 않은 화수분 같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커트 보니것이라는 작가의 저력이기도 할 테구요.
이제 그의 작품 하나를 건너왔습니다.
담주부터는 새로운 작품으로 보니것에게 더욱 깊이 다가가게 될 것 같네요.~~^^

현님의 댓글

댓글의 댓글

'글자 다발로 만들어진 거짓'
저도 자연님 후기를 그대로 보고 적은 것이에요~~ ㅎㅎ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댓글의 댓글

ㅋㅋ 저도 자연님의 표현이 넘 멋져서 강조했던 거였다는......~~^^

현님의 댓글

댓글의 댓글

아항..! 이제야 무슨 말씀하셨는지 알아 들었습니다; ^_ㅠ;;

모로님의 댓글

모로 댓글의 댓글

살아남은 자의 글쓰기..
조나는 드레스덴에서 살아남은 작가 자신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댓글의 댓글

끄덕끄덕 ......

연두님의 댓글

연두

니체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
니체의 여집합, 혹은 둘의 교집합 '없음'일 것만 같은 느낌의 글자 다발들이네요.
차라투스라의 말씀에 신체의 감각이 맞춰지고 있었는데, 뭔가 등골이 서늘합니다.
이 미성숙한 인간!

모로님의 댓글

모로 댓글의 댓글

실제 읽어보시면 니체와의 교집합 엄청 많습니다. 글쓰기 작법이나 내용면에서요. 고수들은 통하는 법이니까요ㅎㅎ

연두님의 댓글

연두 댓글의 댓글

안 그래도 모로님 의견 궁금했었어요, 감사!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댓글의 댓글

모로님의 말씀처럼 보코논교의 커래스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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