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틀러 후기] 젠더트러블 0419 세미나 후기 +4
아라차
/ 2018-04-24
/ 조회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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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 0419 후기
[정신의학의 권력] 난장. 235p
- 마담, 상태가 좀 어떠십니까?
- 나란 사람은 기혼이 아닙니다. 마드모아젤이라고 불러주세요
- 저는 당신 이름을 모릅니다. 가르쳐주세요.
- 나란 사람에게는 이름이 없습니다. 그 여자라고 당신이 기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그렇지만 저는 당신이 어떻게 불리고 있는지, 아니, 당신이 이전에 어떻게 불렸는지 알고 싶은데요?
-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 알겠습니다. 카트린느 X라고 불렸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습니다. 나란 사람은 이름을 잃어버렸습니다. 살페트리에르에 들어갈 때 그것을 제출해 버렸거든요.
-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 나란 사람에게는 나이가 없습니다.
- 그렇다면 당신이 말씀하신 카트린트 X는 몇 살입니까?
- 모르겠어요.
- 당신이 당신이 말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은 혼자서 두 사람이라는 겁니까?
- 아니오, 나란 사람은 1779년에 태어난 사람을 모릅니다. 당신이 거기서 보고 계신 건 그 부인이겠죠.
- 당신이 당신이라는 사람이 되고 난 뒤 무슨 일이 했습니까? 그 뒤로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어났죠?
- 나라는 사람은... 요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그녀에 대해서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실험이 행해졌죠. 이것은 지금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습니다. 봐요, 눈에 보이지 않는 여자가 하나 내려 왔어요. 그녀는 당신 목소리에 자기 목소리를 섞으려 하고 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그걸 원하지 않고, 그녀를 훌륭하게 되돌려보냅니다.
- 당신이 말씀하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것입니까?
- 그들은 작고 만질 수 없고 거의 형태가 없죠.
- 그들은 어떤 언어로 말합니까?
- 프랑스어로요. 그들이 다른 언어로 말한다면 나라는 사람은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겠죠.
- 당신에게는 확실히 그들이 보입니까?
- 확실히 나라는 사람에게는 그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을 형이상학적으로 보고 있지 물질적으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물질적으로 보인다면 이제 그들은 보이지 않는 자들이 아니게 되어버리겠죠.
- 당신에게는 때때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당신의 몸으로 느끼는 일이 있습니까?
- 나라는 사람은 그들을 느끼는 것을 아주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녀에게 온갖 종류의 나쁜 짓을 해요...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 뢰레의 관찰기록 중 하나이다. 뢰레가 “결코 치유할 수 없다”라고 말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다. 뢰레는 왜 이 여성이 치유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그것은 바로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담지하고 있는 개인사적 도식을 고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처한 사회는 끊임없는 규율적 관리, 그런 관리에 내재하는 권력의 불균형, 욕구/돈/노동의 작용 등 행정상의 정체성 내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실하게 고정시킨 뒤에 진실된 언어를 통해 자신을 그 안에서 인정해야 하는 의무를 강요한다. 행정상/의학상의 현실 속에서 자신을 1인칭으로 인정하는 것을 수용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언표해야 하는 사회. 사회가 요구하는, 구축된 사법 체제가 정해 놓은, 정체성 중 하나를 선택당해서 일생을 그 역할에 매여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를 거부한다면?
주체가 대한 논의가 이어질 때마다 소환하게 되는 카트린트 X. 우리는 그녀를 치유해야 하는 걸까. 혹시 우리에게 치유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삶이 거대한 역할놀이임을 머리로는 안다고 하지만 그 속에 빠져 있으면 그 역할이 정말 나인줄 알고 살아가게 되어버리는 것. 어느 정도 “치유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지만 이 사회에서 “정상인” 취급의 유용함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
오늘은 어떤 가면을 쓰면 재밌을까. 사법당국은 가면 안에 이름표를 찾으려 하겠지만 가면을 벗겨도 얼굴은 없다. 아, 교통위반 딱지가 날아와서 오늘은 1976년생 아무개 씨로 벌금을 내야하겠다.
댓글목록
현님의 댓글
현
지난 번 아라차님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후기로 다시 읽어도 재미있네요. ㅎㅎ
각자를 둘러싼 정체성들이 실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역할들을 재전유하여 스스로에 기입할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말을 잘 풀어서 이야기를 못하겠네요. ㅠ,ㅜ)
여튼, 지난 시간 버틀러 세미나 넘 재미있었다능...
삼월님의 댓글
삼월
얼마만에 소환되는 카트린느 X인가요! ㅎㅎ
주체라는 개념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 그리고 자본이나 권력에 의해 얼마나 비주체적으로 소환되고 구성되는 것인지를
이보다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예가 있을까요.
주체를 거부하며 스스로 '비정상'의 영역에 속했던 카트린느 X를 의학이 '여성'으로 분류했다는 사실도 재미있지요.
모쪼록 주차위반 딱지를 통해 소환된 오늘의 아무개 주체가 무사히 벌금을 납부하시길 바라겠어요. ㅎㅎ
지난 세미나 끝나고 저녁 먹을 때 이사랑님이 알려준 영화 <탠저린>을 주말에 봤어요. 대박입니다요!
우리가 세미나 시간에 나눴던 사례들과 문제들이 그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더라는.
꼭 보세요. 추천합니다~~
다인님의 댓글
다인
누군가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야지! 라고 하면, '그래, 삶은 주체적으로 살아야해.' 했었더랬습니다. ㅎ
주체가 무엇인지, 이 주체가 그 주체인지, 그리고 주체의 주체는 또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로 말입니다. ㅎ
아라차님의 후기를 읽으면서 공기중에 흩어져 있는 '주체(들)'를 찾아 헤매는 나를 발견합니다.
두 번의 세미나에서 알듯 말듯 하면서 계속 헤매는 것처럼요.
끝나는 날까지 헤매일 것 같지만, 정답이 없어서 재미있는 시간입니다. ^^
jina0503님의 댓글
jina050…
무언가를 더 정확히 규정하고 설명하기 위한 지식을 찾으러 왔더랬습니다. ^^
하지만 매주, 나란 존재는 아무것도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만 다양한 버전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건 그것이 저를 답답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조금씩 해방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카트린느 X 가 누린 온전한 자유를 얻지는 못하겠지만 그 무엇도 정의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해방감을
온전히 누리고 싶은데.. 저도 그렇게 경찰청에서 법적 존재 양모씨 나와서 벌금 내라고..
나는 정의될 수 없는데 주차공간이란 개념은 너무나 명확하니 슬픕니다. ㅎㅎ
PS - 아라차님이 알려주신 오쇼의 문제적 유토피아 정주행을 끝냈습니다.
인간과 종교, 전쟁, 문명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충격을 안겨준 '존잼'작입니다.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