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뮨 후기] 한줌의 정치_4부 재난의 정치학과 휴머니즘 :: 0324(토) +1
마시멜로
/ 2018-03-31
/ 조회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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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뮨 세미나 후기
<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 4부 재난의 정치학과 휴머니즘
세미나 날짜: 2018_0324/ 후기: 마시멜로
후기를 너무 늦게 써서 죄송합니다.
급하게 올리느라 일단 그때 주로 나눴던 챕터들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대목들만 발췌해서 올립니다.
구제역 사태와 방역의 생명정치학(253쪽~)
그러나 가축들에게는 마치 ‘감기 같은 질병’인 구제역을 막기 위해 ‘방역’이란 이름으로 350만 마리의 가축들을 학사한 사태 앞에서 우리가 정작 던져야 할 질문은 ‘방역’ 자체를 향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방역보다는 그냥 병을 앓는 것이 낫지 않을까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병을 통해 우리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는 길도 있지 않은가 물어야 하지 않을까? (264쪽 상단)
그렇기에 병을 막고 차단하려는 방역과는 다르게, 병과 만나는 적절한 방식, 병을 겪으며 살고 병에서 좀 더 나은 생명의 기술을 찾아내는 방법을 배우려는 그런 태도의 전환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명과 공동체 (279쪽~)
‘개체(individual)’ 그것은 분할하면 저어도 한쪽이 죽어버리기에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는(in-dividual)’, 생명의 최소단위였다. (281쪽 상단)
이러한 개체론 내지 원자론적 사고방식은 경제학이나 사회학의 경우 ‘개인주의(Individualism)라는 형태로 나타난다.(282쪽 상단)
…, 개체의 생명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쟁하는 시장적 관계로 모델화한다는 점에서 생물학은 경제주의적이다. (282쪽 하단)
모든 개체는 그 자체로 항상-이미 하나의 공동체라는 명제를. 나의 몸은 100조개 세포의 공동체고, 심장은 수많은 조직의 공동체며, 세포는 수많은 세포소기관 혹은 ‘박테리아’의 공동체다. 그것이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시작된 것이든 하나가 다른 하나에 기생하는 데서 시작한 것이든, 공생하게 된 것은 하나의 리듬으로 호흡을 맞추어 움직이며 작동하는 협-조(協-調)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285쪽 하단~286쪽)
과학과 휴머니즘
고양이나 개가 그 과의 동물을 대표하는 자리를 차지한다. 호랑이나 사자가 안다면 불쾌하지 않을까? “아니 내가 고양이의 일종이라구!” 이렇게 된 이유는? 짐작하듯이 인간이 자기 가까이 있는 동물에게 ‘대표’의 자리를 할당한 것이다. 휴머니즘치고는 웃음 나올 정도로 아주 소박하다.
좀더 진지한 것은 진화론의 주축을 이루는 동물 진화의 계통도다. 다섯 개 정도로 진화의 계통을 나누어 동물을 어류-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의 순서로 배열했다. … 그런데 어류가 포유류보다 덜 진화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발생의 순서대로 배열했다고 하며, 생명이 물에서 태어나 뭍으로 이동한 경로를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뭍에서 살면서도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 조류가 가장 진화된 동물의 지위를 차지해야 하는 거 아닐까? (289쪽)
종말 이전의 종말 (305쪽~)
그런데 이런 종말적 현상 앞에서 종말론의 전문가인 목사님들은 어떤 종말의 위협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다만 우상 숭배나 여호와를 향한 신앙과 복종의 결여에 대한 신의 복수를 확인하고, 그로부터 ‘사함을 받은’ 자신들의 복락을 축복하고 만다.
신의 예정이나 분노에 의해 뜬금없이 닥쳐오는 그런 종류의 종말론처럼 종말의 징후를 알아보지 못하는 둔감한 사고는 없다. 실제로 지금 그것은 전국의 대지를 피로 흘러넘치게 한 종말적 비참에 대해, 전 세계의 대기에 방사능 물질이 떠돌게 만든 이 종말적 사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어떤 단서도 주지 못하고 있다.
아직 어떤 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거대한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이류로 모든 종말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원자력 과학이나 한국 관료들의 발상에서, ‘원자력 르네상스’를 내걸고 그걸 전 세계로 팔러 다니겠다는 장사꾼 대통령의 태도에서 종말론적 상황에 대한 예견이나 고민을 보는 것은 아직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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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방역과 구별되는 면역의 개념을 생각하면, 코뮨의 존재방식은 '이질성'으로 정의됩니다.
진화란 '이질적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p226
면역능력이란, '이질적인 것'과 공생하는 능력을 말한다. p180
면역은 외부에서 침투해오는 병균과의 대결이라기보다는, 병균과 공존하고 공생하는 능력이며,
면역능력은 외부 병균의 부재에 의해 정의되는 게 아니라, 외부 병균과 공존하는 능력에 의해 정의된다.
즉 방역이 병을 막고 차단하려는 방식이라면, 면역은 병을 겪으면서 병과 공존하는 능력이다.
이런 점에서 면역능력과 면역체계는 구별되어야 한다.
면역능력(능력으로서의 면역)이 이질적인 외부와 공생하는 능력이라면,
면역체계는 공생능력의 한계지점에서 외부의 이질성에 대해 자신을 방어하는 메커니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