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0331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발제문
소리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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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우리는 흔히 창녀와 나를 구분해서 생각한다.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혹은 ‘창녀처럼/싸 보이면 어떻하지?’라는 식의 자문 속에서 살아간다. ‘창녀처럼’ 보이는 것은 ‘일반’ 여성에 대한 사형선고와도 같은 사회적 징벌이기 때문이다. 외모는 화려하지만 성격은 참한 천상 여자였다거나, 싸보이지만 사실은 어려운 여자라거나 등등의 이야기들은 정말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의 핵심은 ‘나’와 같은 일반여자는 ‘창녀’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스스로 나와 저들을 구분해야만 하는가?
이 책의 제목은 “섹슈얼리티의 매춘화”이다. 단순히 사회의 성매매 문제를, 매춘 여성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모든 여성, 여성성, 섹슈얼리티 전반에 대한 이야기다. 섹슈얼리티 자체가, 여성이 성적으로 거래되면서 매매춘이 정상적인 것으로 되어가는 것이다. 배리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권력이 해체될 수 있으며, 인간적이고 평등한 관계들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신념과 확신 속에서 현재의 착취적인 조건을 넘어선 현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섹슈얼리티, 이 거대한 현실 자체가 매춘화되어 있다는 느끼지만 인정하고 보기 어려웠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한 매매춘의 현장부터 살펴보자.
1장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늘 나를 인간의 기본형으로 인지해왔다고 믿는 나는 여자가 뭔지 모르겠다. 내게 여자는 그냥 사람이다. 그러나 사회가 규정하는 여자는 다르다. 사회는 여자에 대한 알맞은 용도를 설명해준다. 책의 1장의 첫 문장에 뼈아픈 진실이 적혀있다. ‘섹스해주는 기구’
사회전체가 성적 탐닉에 빠져있을 때 섹스는 여성의 몸과 동일시된다. 이제 섹스라는 경험은 만질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 물화된 무엇으로 치환된다. 그 중심에 여성/성이 있다. 여성은 섹스화된 몸으로서 보편화되었고, 그들은 구분되지 않는다. 이것이 성 본질주의(sexual essentialism)이다. 그러나 남성들은 몸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남성은 모든 행위와 역사의 주체로서, 자신의 행동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한다.
혹자는 혹은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섹스는 생물학적이고 본능적인 것이라고 외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회 정치적으로 구성되지 않는 섹스란 없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 조건은 생물학적 조건보다 우선한다. 성적인 욕망은 욕구와 필요성의 상호 작용 속에서 ‘구축’된다. 남성이 여성의 몸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섹스는 문화와 사회적 구성물이며, 이것이 사회의 성별 위계질서의 정치적 산물이다. 그리고 이것이 남성 권력의 조건이다. 포르노그라피/대중매체를 보며 소녀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인지하게 되고, 소년은 자신이 어떤 권력을 가졌는지 인지하게 된다. 침대 위, 섹스라는 사적인 공간과 경험은 사적이라는 환상 속에서 성별 위계를 가려주는 로맨틱한 장막이 된다.
폭력
"인간이 육체로 환원되고, 동의가 있건 없던 타인의 성적 서비스를 위한 도구로 화할 때, 거기에는 이미 인간에 대한 폭력이 자행된 것이다. 인간은 육화된 자아이다“
우리는 흔히 폭력의 기준을 동의 여부에 둔다. 그렇게 배웠고, 그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생각해보아야 할 지점이 있다. 인간의 의지가 자유주의 이론과 법률의 핵심 토대이고, 개인이란 개념의 중심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법 이론은 억압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 모든 계급 지배는 실제로 피지배 계급으로부터 공모, 협조, 동의를 만들어 낸다. 매매춘은 결혼이나 사회적으로 구성된 섹슈얼리티처럼 여성이 동의하게끔 구성된다. 조선의 갑오개혁 때 신분철폐를 가장 반대한 것은 양반이 아닌 평민이었다. 신분이 없어지면 천민과 평민을 구별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배리는 억압의 범위를 개인적인 강제에서 계급지배로 확장시키기 위해, 폭력을 결정짓는 거의 유일한 기준인 동의냐 강제냐의 문제를 벗어나 온전히 인간적이고, 상호적인 몸의 경험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여성이 그들의 몸으로 환원될 때, 그리고 섹스화된 몸에 대한 성적 착취가 이루어질 때, 여성은 타자이자 열등한 존재로 취급된다. 따라서 베리는 포르노그라피 매체들은 성적 탐닉에 빠져있는 사회의 도구이며, 강간은 성 착취의 전형적인 증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매매춘은 여성의 동의가 있건 없건 여성 억압의 제도적, 경제적, 성적 모델이라고 말한다.
가부장적 권력을 지탱하는데 있어서 생물학적 차이를 차별로 치환하여, 이들을 역사로부터 단절시키는 기술은 여성차별과 인종차별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인간으로부터 인간성을 빼앗는 것, 역사를 만들고 바꾸는 힘 안에서 배제하는 것이 그렇다. 남성은 인종과 성별을 통해 물리적으로 자신들과 구별해 놓은 사람들, 즉 타자를 만들어온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스스로를 역사적인 존재로 만든다.
“그들에게 여성들은 다른 몸이 아닌 섹스화된 몸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스스로의 역사를 주장할 때, 남성들이 복수심에 불타 여성을 섹스를 위한 몸뚱이로 선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성, 인종 그리고 문화에 의한 지배는 인간 내부에 기호화되어 있다. 몸은 인간 개인의 내면세계와 사회적인 외부세계, 우리 자아와 사회의 연결점이다. 이러한 몸은 자아와 연결되어 있으며, 사회적이기 때문에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 섹스, 성적 욕망을 유발하는 ‘욕구’나 충동은 자연스러운 것도 성경험의 본질도 아니다.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가부장제에서 이것은 종속이라는 정치적 사실이다.
즉 인간의 경험 안에서 성적 상호작용이 비인간적이고 착취적으로 일어나며, 이것으로 자아에 대한 폭력이 자행된다. “억압은 인간의 삶을 본질화하고 그것이 종속시키는 사람들을 결정짓는다. 생물학적, 문화적 결정론은 본질주의를 이론화하는데, 가령 여성은 섹스화된 몸이라는 식으로 지배를 학문적인 진리로 구성하여 종속을 만드는 것이다.”
폭력은 자아와 타자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세계와 교섭하고 자신읮 jdcp성을 구성한다. 폭력은 자아와 자아 외부에 있는 것 사이의 긴장을 빼앗아 감으로써 발생한다.
성의 사회적 구성: 비인간화의 단계들
오늘날 남성 지배하에서 섹스가 진정한 인간적 의사소통으로 취급되지 않을 때, 그것은 경험을 비인간화하고 그럼으로써 여성을 지배하게 된다. 매매춘이 여성에 대한 성 착취를 사회적으로 구성해가는 네 가지 단계는 1.거리두기, 2.이탈하기, 3.분리하기, 4.탈신체화 라는 네 가지 단계이다.
1.거리두기
여성이 일을 시작하면 자아와 가족, 집 그리고 사회적으로 합법적인 세계에서 분리한다. 그들은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면서-마치 결혼할 때 성이 바뀌는 것처럼, 미국의 경우- 오래되고 분명했던 정체성으로부터 그들을 분리시킨다. 이 거리두기는 그들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그들 자신과 매춘부로서의 자신을 연결시키지 않으며 감정적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2.이탈하기
대상화된 모든 섹스를 경험한 여성들(십대 여성, 애인, 아내들, 강간피해자)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춘 여성도 자신이 “그곳에 있지 않다”고 보고한다. 사랑과 매춘 행위에 대한 장벽을 세우고, 감정을 행위와 분리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자아를 분할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아는 분할되지 않기에 왜곡과 비인간화를 낳는다. 섹스는 인간, 즉 자아의 핵심적인 차원이기 때문이다. 이탈하기를 통해 여성은 스스로 선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되고, 자신을 대상화하는 단계들을 수용하게 된다. 매춘을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매춘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분리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3.분리하기
스웨덴의 매매춘에 대한 연구에서 매춘에서의 남성의 섹슈얼리티는 “여성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남성의 자위행위”라고 묘사한다. 이러한 매춘이 남성 행위로 오롯이 환원된다고 하더라도, 구매자는 일반적으로 매춘 여성에게 정성적, 신체적으로 몰입한 것처럼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남성들은 자아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자아처럼 행동하는 몸을 사는 것인데, 진보적인 서구 남성들은 성적으로 적극적이고 반응적인 연구를 요구하고, 보수적인 서구 남성들과 아시아 남성들은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여성을 연기하길 원한다. 이것은 인종차별과 맞물려 인종까지 판매된다.
4.탈신체화 그리고 가장하기
남성들이 매춘 여성에게 아내, 애인, 여자친구처럼 행동하기를 원하면서, 매춘 여성들은 자신이 분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아를 육체로부터 이탈시킨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비인간화되고 종속된 자아가 재구성되는데, 그 자아는 사랑에 빠진 것처럼 연기하면서 마치 몸 안에 있는 것처럼 행위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의 자아와 거리를 두는 것은 탈신체화 하기 위한 것이며, 이 때의 경험이 체화된 것처럼 행위하는 것이 매춘의 섹스를 만들어 낸다. 여성의 경험 속에서 익명의 상품 교환에서 일어나는 육체적이고 성적인 모든 행동과 모든 연기를 포함한 것이 매춘이다. 이것이 제도화 되고 정당화되는 성 착취적인 섹스인 것이다.
무엇이 강간인가?
매춘의 세계에서는 돈의 지불여부가 강간의 여부가 된다. 그러나 여성의 삶과 경험 안에서 그것들은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매춘 여성은 덜 맞기 위해 섹스를 제공하지만, 저항하지 않는다는 것은 동의에 의한 섹스인 양 취급된다. 강간피해자들의 무저항에 대해서는 같은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매춘 여성의 매춘에 의한 섹스는 그런 취급을 받는다. 매춘에서 남성이 산 섹스는 그들이 강간으로 강취한 섹스와 같다. 이 섹스는 탈신체화된 것이며, 남성을 위해 인간으로 존재하지 않는 여성의 몸에서 일어난 것이다. 탈신체화된 섹스의 경험이 강간이나 매춘에서나 동의냐 강제냐의 이슈로 쉽게 축소되곤 한다. 매춘 섹스나 강간이나 모두 성적 권력의 구성물임에는 동일하다.
마약의 문제가 들어오면서 극빈층의 매춘 여성들은 전과 달리 한계가 없어졌다. 거리두고, 이탈하면서 본인을 보호하고자 했던 방화벽은 마약으로 인해 무너졌다. 이들은 한계도 규칙도 없다. 자아를 보호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의지도, 인간다운 삶을 소망하는 희망도 사라졌다. 이제 이들에게 매춘은 곧 자아가 된다. 이는 사회의 극빈층, 타자들에게서 –이주민 여성, 유색인 여성들- 더욱 극심하게 일어나며, 그 속에서 매춘은 그들의 자아를 포기하는 순단이 된다. 매춘 여성들의 상당수는 어린 시절부터 근친강간에서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를 경험했고, 그들은 자라면서 이탈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들은 매춘을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육체를 이탈하고, 마약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서 이탈을 한다.
이런 매춘 여성들에 대한 폭력을 포함한 살인은 더욱 빈번해진다. 주로 포주나 남성 구매자들에 의해 자행된다. 미국의 경우도 한국처럼 여성을 살해한 것보다 남성이 살해당할 때 더욱 커다란 처벌과 비난이 가해진다. (p.69 플로리다 연쇄살인범을 살해한 매춘 여성의 사형선고) 그리고 그 여성이 매춘여성일 경우 더한 비난과 처벌이 내려진다.
“살인,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것, 강간, 그리고 매매춘 자체는 비인간화된 섹슈얼리티의 결과이고 억압의 조건읻. 인간의 의지에 대한 자유주의 법구조가 언제 어디에서 폭력이 발생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할 때, 가부장적 억압을 통한 섹슈얼리티의 비인간화는 개인에게 발생한 폭력으로부터 분리된다. 원인과 결과가 분리된다. 지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