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0331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후기
소리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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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리티의 매춘화> 첫 시간이 열정적으로 끝났습니다. 함께 해주신 올리비아 님, 이사랑 님 감사합니다.
미투 운동, 성범죄자 고발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지금과 더불어 진행하기 딱인 책인 것 같습니다.
성폭행의 판단여부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상식적으로 우리는 당사자들 간의 동의 여부를 통해 이를 판단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의지에 입각한 자유주의 법은 커다란 구멍을 낳습니다.
우리는 맑스의 <자본>의 서문에서, 공정하다고 치부되는 계약을 하고 난 뒤의 자본가와 노동자의 뒷모습에 대해 읽었었습니다. 계약후 자본가는 웃으며 떠나지만, 노동자는 축 처진 어깨로 무두질을 기다리는 소처럼 돌아갑니다. 그리고 맑스는 이 과정에서 무언가 불공정한 것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지점을 파헤치겠노라며 <자본>은 시작합니다.
우리가 미투 운동에 대해 공감을 표하고 지지를 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가하는 것은 단순히 '비동의'한 신체를 강제로 만졌기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말 속에서 우리는 가해자가 지닌 권력으로 쉽게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폭력을 강제한 그 '억압'을 느끼고 분노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동의/비동의의 여부만 놓고 판단하면 우리는 사회가 강제한 억압의 차원을, 권력의 구성 아래 감춰진 구조를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쉽게 동의와 비동의로만 얘기가 흘러가는 것은 무척이나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보입니다. 미투 운동이라는 가시적 현상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여성 인권 전반에 대한 관심과 구조에 대한 비판을 축소시키기 위함입니다. 원인과 결과를 분리시키려는, 그래서 여성운동 전체를 축소시키려는 끊임없는 시도가 말입니다.
매매춘에 대해서도 같은 함정이 존재합니다. 원인과 결과를 분리시킵니다. 저는 얼마 전 이런 댓글들을 읽었습니다. '미투 운동으로 인해 여혐이 조장되고, 여혐으로 인해 성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요지의 댓글과 함께 "창녀 때문에 여권이 낮아진다"라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전후 관계가 완전히 뒤바뀐 이 말들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또 뒤바꾸어 2차 가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 머리를 쉽게 뒤흔드는 비유이자,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쓰는 비유인 흑인인권으로 비유해보겠습니다.
"흑인이 노예를 해서 인권이 낮아지는 것인가? 아니면 인권이 낮기 때문에 흑인이 노예를 하는 것인가?"
슬프게도 사람들은 여성 인권보다 흑인 인권에 대한 인식이 더 높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알아듣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미투 운동 당사자들이 꽃뱀이거나 창녀거나 행실이 부도덕해서가 아니라 여성 인권 전반이 낮기 때문에 성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이고, 미투 운동은 여성인권의 낮음에 대한 반증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선후관계를 뒤바꿔 생각하곤 합니다. 이미 서구 유럽 세계의 선례를 통해 공창제나, 매매춘 합법화가 얼마나 큰 폐혜를 낳았는지 지켜보았습니다. 독일, 네덜란드가 매매춘 합법화의 부작용의 대표 사례입니다. 음지의 사업이 양지로 들어나면서 매춘 여성의 건강관리, 인권 향상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더 많은 음지를 만들어냈습니다. 매춘이 관광상품화 되었고, 더 깊고 어두운 음지에서 더 많은 인신매매와 폭력과 강간이 늘어났습니다. 이들 국가는 다시 매매춘 불법화 법제정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매춘 구매자에 대한 처벌과 매매춘 불법을 시행한 노르웨이의 정책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매춘이 낮아졌고, 관련 범죄도 줄어들었습니다. 노르딕의 매춘 불법화 모델은 무척이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프로이트가 정신병 환자들이 인간 정신의 한 부분을 확대시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했다면, 배리는 매춘을 섹슈얼리티 전체의 매춘화를 확대시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춘은 섹슈얼리를, 여성의 몸을 섹스화 하여 소유하고 판매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자본주의와 결합한 가부장제의 훌륭한 통치제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요. 매매춘 자체는 비인간화된 섹슈얼리티의 결과이고 억압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이것을 무시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춘에서 강간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주로 매춘에서의 강간은 돈의 지불여부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자유주의 법 관념의 체제로는 이를 충분히 구별할 수 없습니다. 매매춘 자체가 강간문화, 섹슈얼리티의 매춘화의 극치이기 때문입니다.
1장의 끝은 이렇게 끝납니다.
"20세기 말의 남성우월주의 사회는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속에서 매춘의 정상화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여성 인권의 침해는 여성의 동의로 확인되는 정상적인 섹스의 조건이 되고 있으며, 이것은 18세기 사드 백작이 던진 "자유로운 노예를 찾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