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후기] 감시와 처벌_2부 처벌_1장 일반화한 처벌 +6
너울
/ 2018-03-26
/ 조회 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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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을 본격 읽기 전 분명 선입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18세기이후 서구는 계몽주의와 휴머니즘이 주류를 이룬다는 어쭙잖은 지식으로 비롯된 것이기도 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푸코의 역사적 사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일 듯싶습니다. 선입견은 이렇습니다. 전 장으로부터 알 수 있었듯 스펙터클한 신체형의 과시로부터 국왕과 민중 간의 충돌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상황과 더불어, 부르조아지와 민중들로부터의 인권적 차원에서 형벌을 완화하고 일반화시켜 그것을 형벌의 인간화라고 표현한 것이겠구나. 그러나 이번 장에서도 푸코는 역시 나의 얄팍한 인식을 가볍게 뛰어 넘어 내달립니다. 아래 요약입니다 *
17세기의 유혈 폭동과 같은 범죄 대신, 18세기에는 절도, 상해, 구타 등 소유권에 관한 범죄가 많게 되었다. 이런 범죄의 내용 변화는 “경제적인 압력의 변화, 생활 수준의 일반적인 상승, 급격한 인구 증가, 부와 재산의 다양화와 그 결과로 인한 안정에의 욕구 등(쇼뉘Chaunu의 지적)”으로 기인한다. 이러는 가운데 빈민에 대한 가혹한 판결, 증언의 고의적 거부, 상호적인 불신과 증오, 공포의증가 등 사법은 더욱 혹독해졌다.“분명한 것은 유죄선고를 받은 이들의 인간성에 대한 새로운 존중이라기보다(경미한 범죄에도 여전히 신체성 자주 부과) 오히려 더욱 정밀하고 정비된 사법을 지향하고 사회구성원 전체가 한층 더 면밀한 형벌 분할 방식(흉악범죄는 더욱 엄격하게, 경제적 위법행위에 대한 엄중한 조치 증가, 통제는 더 세밀해지고, 형벌 부여 횟수 증가 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사법의 마비는 권력의 약화보다는 권력의 무절제한 분배, 특정 지점에의 권력 집중, 그로 인한 알력에서 나왔다. 국왕이 정상적 사법을 마비시키고 재판을 자유방임적이거나 가혹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법의 불합리한 운용과 특히 군주제의 과잉권력의 문제였다. 즉, 개혁이 진정한 목표는 공정원 원칙에 의한 새로운 처벌권의 수립이 아니다. 처벌권의 새로운 경제성을 확립하는 것은 정치경제학적 논리에 의한 것이었다. 비용을 절감하고 왕권의 전횡으로부터 처벌권을 분리시켜서 정치적 비용도 줄이고 처벌권의 성과를 증대시키려는 경제성의 원리에 의한 것이다.“18세기에는 징벌권의 행사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형성되었고 법의 ‘개혁’은 엄밀한 의미에서 그 근본적 목표와 함께 그러한 전략의 정치적, 철학적 형태의 표현이다.”
처벌을 인간적으로 하고자 하는 의도 보다는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과 억제가 사회전반에 걸쳐 정해진 기능을 잘 행사하도록 하려던 것이다. 인간적으로 덜 처벌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잘”처벌하는 것이 목표였다. 가혹성의 완화보다는, 보편성과 필연성으로 처벌하려는 원칙을 사회구성체 속에 깊숙이 심고자 함이었다.
요컨대 형벌의 인간화(처벌의 완화)의 이면에는 권력의 계산에 의거한 처벌의 경제성이 고려된 것이다. 모든 규정은 권력이 적용되는 지점을 이동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처벌의 고통과 스펙터클의 대상이 신체가 아니라 정신이 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정신 속에 명확하고 필연적으로 확산되는 표상과 기호의 작용으로 남는다. 이제는 문제는 신체가 아닌 정신이다. 그렇다고 신체불관여의 징벌시대가 도래한 것은 아니지만 낡은 처벌과는 다른 권력의 기술이 부여된다.
또 하나 이 장에서 인상적인 것은 범죄와 범죄자에 관련된 지식, 즉 법전의 체계화, 범죄의 규정, 형량의 계량결정, 소송 과정의 규칙, 사법관의 역할 규정, 소송과정의 규칙, 사법관의 역할 규정 등은 결국 사법 권력이 되고 이러한 사법 권력은 이데올로그가 만든 담론에 의존한다는 푸코의 지적이다. 다시 이러한 담론은 이해관계, 표상, 기호 등의 이론에 따라 담론으로 재구성된 모든 계열과 생성에 따라 인간에 대한 권력 행사의 일반적인 조제법이 된다.
“즉, 그것은 수단으로서의 기호학을 통해 정신을 권력에 대한 기록의 표면으로 대상화한 것이고, 관념의 통제에 의한 신체의 예속화를 만든 것이고, 신체형의 예식에 대한 해부학보다 훨씬 효과적인 신체의 정치학에서 표상 분석이 원칙처럼 된 것이다.”
푸코가 언급한 세르방의 이데올로기적 작용에 대한 자발성 부분, 쇠사슬에 의한 억압은 시간이 흐르면 녹슬고 끊어질 수 있으나, 정신에 박힌 이데올로기는 움직일수록 스스로 옥죈다는 세르방의 이데올로기적 작용의 자발성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람시의 자발적 동의 개념과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렇듯 처벌의 이데올로기적 권력은 부분적으로 새로운 정치해부학으로 대체되면서 신체는 다시 새로운 형태로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18세기 범죄자와 범죄에 관한 두 가지 상이한 객관화의 방향과 교차되어 있다(범죄자를 반자연적 자연 본성으로 보는 것과 처벌의 경제성에 의거해 범죄를 제어하려는 것). 새로운 처벌 기술은 신체에 관한 새로운 정치에 의해 처벌의 기호적 테크닉들(처벌의 최소화, 처벌의 핵심은 정신적 표상적 고통, 처벌을 상상하는 비범죄자에게 더 큰 효과, 처벌의 이유를 납득할 정도의 명확성, 증명된 범죄의 진실 등)로 대체된다. 이렇듯 범죄를 정의하고 형벌을 규정하는 완전하고 명백한 기호체계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범죄와 징벌과의 대응적 분류의 필요성과 범죄자의 개별적 성격과 일치하는 형벌의 개인화의 필요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목도한다.
* 푸코의 사유를 통해 당시 형행체계의 개혁은 범죄자들의 인권적 교정을 위한 것이 아닌, 그 당시 정치경제적 요인, 사법적 지식 등의 집단적 효과로서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모임에서 서로 주고받은 한국사회에서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늦은 후기 죄송합니다^^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이 정도면 제 때 올라온 후기라고 보아야 될 성 싶은데요. 늦지 않았습니다. ^ ^
간명한 후기, 감사합니다.
푸코를 읽다보면. 기존의 얕은 역사지식이 무용하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어요.
무용함을 넘어 푸코를 이해하는 데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달까요.
푸코가 지적한 '습관적으로 굳어진 관념의 결합'이 가지는 위험을 이때 충분히 느끼게 되지요.
지식에 대해 역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 때만 저의 부드러운 두뇌신경조직은 쓸모가 있을 것 같아요. ㅎㅎ
저는 '표상을 통해 신체를 예속화한다'는 푸코의 표현에 몹시 매력을 느낍니다.
이것은 단순히 이데올로기나 신체 예속, 둘 중 하나를 강조하는 것이 아닐 테니까요.
그러면 오늘도 감옥의 표상을 떠올리며 <감시와 처벌> 속으로 들어가 보아야 겠어요.
너울님의 음성이 지원되는 후기를 읽으면서, 목요일을 기다려봅니다. ^ ^
너울님의 댓글
너울
관념의 통제를 통한 신체의 예속화. 중요한 문구 상기 감사합니다.
Servan의 <범죄사법 행정에 관한 논설>에서 인용한 부분~ "시간이 흐르면서 쇠와 강철로 된 사슬은 부식되고 말겠지만
급관적으로 굳어진 관념의 결합은 더욱더 강하게 조여드는 사슬 같다. 가장 튼튼한 기반은 인간의 부드러운 두뇌신경조직 위에 마련된다." 모두가 공감했지요. ㅎㅎ부드러운 두뇌신경조직에 부식하지도 않고 조여드는 사슬 같이 작용하는
이데올로기적 권력을 최소한 인식이라도 하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싶습니다.
김현님의 댓글
김현
너울님이 말씀하신 선입견이라는 것에 공감합니다..
읽을 때마다, 새롭습니다.;
인권을 중심으로, 형벌 제도가 변화한 것 같지만,
그렇게 변화하기까지의 사회 경제적인 면까지 동시에 보아야 한다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통찰~
역시, 짜릿해, 늘 새로워, 푸코가 최고야!
(↑ 드립입니다. 농담을 설명할 때 구차해지지만...)
그리고 지난 시간, 너울님의 꼼꼼한 발제 덕분에 이번 장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
너울님의 댓글
너울
이제 "유순해진 처벌"장을 읽으려고 돌아왔습니다.
늘~허를 찌르게 되지만, 그래서 푸코를 찾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푸코 드립^^
홍시님의 댓글
홍시후기 빠르네요~! 이번주 세미나에 참석못해 너무 찜찜한 홍시입니다. 수요일 수업 마치고 바로 공항으로... 지금은 하노이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갑작스럽게 여행을 왔습니다(여름 휴가 미리 당겨옴). 경황이 없어 이제 소식 전합니다. 세미나에 말도 없이 빠지게 되어 죄송해요. 출발전에 미리 알린다는게 타이밍을 놓치고... 발제문과 후기 읽고 놓친부분 메워갈께요,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
삼월님의 댓글
삼월
안 그래도 연락해 보려던 참이었는데...
급하게 여행을 떠나셨군요.
여행 잘 다녀오시고, 다음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