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후기 (9.14) +2
걷는이
/ 2018-09-20
/ 조회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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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세미나에서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제1장 - 최초와 최후의 사물들에 대하여-를 공부했다. 난 무엇을 읽고,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귀담아들었던 걸까? 후기를 쓴다고 책상에 앉아 괜히 책만 뒤적뒤적, 쓴 커피만 후룩후룩. 그럼 일단 책 내용을 조금 적는 걸로 시작해보자.
— 어렵다는 너무나 어렵다는
1.형이상학에 대하여 니체가 말하기를
만약 인간의 머리를 잘라버린다면 그때 세계에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순수하게 학문적인 문제이다. 형이상학적 세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은 타당하지만 그런 세계의 존재가 잘 입증되어 있다 해도 그 인식은 하찮은 것일지도 모른다. 수천 년 전부터 우리는 도덕적, 미학적, 종교적 요청과 맹목적인 애착, 경외감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보았고, 비논리적인 사고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종교, 예술, 도덕이 성립함을 형이상학적 개입이라는 가정 없이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물자체’와 ‘현상’에 대한 순수하고 이론적인 문제는 더 이상 관심을 끌지 않게 된다. 인간의 지성이 현상을 나타나게 했으며, 근본적인 자신의 해석을 사물 속으로 끌어들였다. 현재 우리가 세계라고 부르는 것은 유기체의 발전과정 전체에 걸쳐 점차적으로 형성되고 유착되어 지금 우리에게 상속된 한 덩어리의 오류와 상상력의 결과이다. 아직도 우리들은 감각과 행위가 자유의지의 작용이라고 믿는다. 모든 형이상학이 실체와 의지의 자유에 관계해온 한, 우리는 형이상학을 인간의 기본적인 오류를 근본적인 진리인 것처럼 취급하는 학문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이다.
2. 꿈에 대하여 니체가 말하기를
잠자는 동안 불완전한 상태로 후퇴한 기억력은 아주 피상적인 유사성에도 끊임없이 사물을 혼동한다. 이런 임의성과 혼란으로 여러 민족들은 신화를 창작해냈다. 잘못된 재인식과 착각에 의한 동일시가 엉터리 추론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인류는 깨어있을 때도 꿈속에서 추리하는 것처럼 그렇게 해왔다. 즉 해명해야만 하는 그 무엇을 설명하기 위해 정신이 착안한 최초의 원인에 만족하고 진리라고 인정했던 것이다. 꿈은 자극받은 감각에 대한 원인을 탐구하고 표상한다. 이와 유사한 과정을 오성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오성은 상상력과 합세해서 결과에서 원인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추리 작용을 한다.
3. 불가피한 것들에 대하여 니체가 말하기를
비논리적인 것은 예술이나 종교처럼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모든 것에 깊이 파고들어 있다. 가장 이성적인 인간도 때로는 다시 본성 즉 만물에 대한 자신의 비논리적 기본 입장을 필요로 한다. 삶의 가치에 관한 모든 판단은 비논리적으로 발전해온 것이므로 공정하지 못하다. 우리는 처음부터 비논리적이고 불공정한 존재이며 이것을 인식할 수 있다. 삶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모든 믿음은 순수하지 못한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 대부분이 사람들은 불평하지 않고 삶을 견뎌내고 있고 현존의 가치를 믿고 있다. 이런 보통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란 오직 자신을 세계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기초하고 있을 뿐이다.
—느낌적인 너무나 느낌적인
거의 3년 만에 다시 읽는 니체는 여전히 다가설 틈을 안주고, 나는 여전히 헤매고 있다. 이러다가 니체의 언저리만 어슬렁거리다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적인 느낌이라니... 그렇지만 말이다. 이왕 이리 된 거 니체 읽기의 ‘자유인’이 되어보는 건 어떤가? 누군가 “그거 아녀. 너 잘못 읽었어.”라고 타박을 줘도 상관없다. 니체를 읽는 우리들의 ‘자유’에는 그 나름대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이니까.
—희망적인 너무나 희망적인
니체가 말하길 좀더 강한 기분은 유사한 감정과 기분이 함께 울려 퍼지는 작용을 수반한다고 한다. 니체의 맥락과는 좀 어긋날 수도 있겠으나 이렇게 바꿔 읽어보고 싶다. 모여 앉아 니체를 읽는 우리들의 웃음소리는 누군가의 똑 부러진 해석도, 누군가의 오독의 실수도, 숨은 뜻을 찾지 못하고 슬며시 놓아버린 문장들까지도 함께 버무려 기분 좋게 울려 퍼질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니체 읽기, 어렵지만 너무나 어렵지만 괜찮단 얘기다.
댓글목록
선우님의 댓글
선우
들뢰즈의 니체를 읽고 있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니체 세미나 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천히 꾸준히 악착스럽게 통과하고 나면, 우린 어떤 땅에 서 있을까요?
자연님의 댓글
자연
걷는이님
유익하고 재밌는 후기 잘 읽었어요^.^
오독에도, 헐렁한 해석에도, 행간에서 길을 잃어 헤메임에도
웃음으로 버무리는 즐건 시간...
이번 니체 읽기는 위태로우면서도 재밌고 희망적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