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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 ~330쪽까지 - 후기 +2
토라진 / 2018-10-23 / 조회 1,347 

본문

컴퓨터가 고장나는 바람에 후기가 늦었네요. ㅠㅠ

 

지난 주에는 오데트에 대한 스완의 질투와 사랑이 어떤 질곡을 거쳐 스완 자신을 얽매고 있는지 그 내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스완에게 있어서 이제 질투와 사랑의 대상은 오데트가 아니라 오데트를 사랑했던 자신, 완전한 사랑에 도취되었던 과거의 자신에게로 옮겨갑니다. 스완을 사랑했던, 스완의 사랑을 받았던 완벽했던 자신을 질투하면서 그 때의 사랑을 되찾고자 합니다.

 

스완은 이렇게 되살아난 행복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한 불행한 사람을 보면서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보지 못하고 가엾게 여기며 눈물 가득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시선을 낮추어야 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그가 그런 사실을 이해하자 연민도 멈추었다. 그러나 스완은 그녀로부터 사랑받았던 또 한 명의 자신에게 질투를 느꼈다.(273)

 

이러한 그의 사랑은 언뜻 실체가 없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은 연주되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마음속에 늘 존재하고 있던 소악절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인간적이지만 초자연적인 존재들의 세계에 속한 악절이 성스러운 세계에 접근하여 그 중 하나가 잠시 지상에서 빛나게 되는 소악절처럼, 우리가 그것을 알아보고 매혹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프루스트가 찾으려고 하는 것은 아마도 그 접점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전쟁 속에서 일어나는 패배와 좌절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스완과 마르셀, 그리고 프루스트는 사랑을 멈추지 않습니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삶을 치열하게 이어나가는 숭고함을 잃지 않은 채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우리 앞에 존재하는 어떤 실제적인 물건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한다고 말할 수 없듯, 예컨대 램프에 불이 켜져 방 안 물건이 완전히 변모하여 어둠의 기억마저 방에서 빠져나간다 해도 우리가 그 불빛의 존재를 의심할 수 없듯이, 그 개념들을 알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어쩌면 허무가 진실이며, 우리 꿈에 비해 존재하는 이런 악절이나 개념들이 아무 것도 아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죽어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우리 운명을 뒤따를 이 성스러운 포로들이 볼모로 있다. 그래서 이 포로들과 함께라면 죽음도 덜 비참하고, 덜 치욕스럽고, 어쩌면 덜 가능해지리라. (278)

 

스완은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럼 스완의 사랑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사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그런 사랑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저주, 구원, 상실, 소멸, 생성, 허무 등 어떤 이름으로도 대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은 결코 아름다운 것만도 아니며 행복을 주는 마법도 아닙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그런 완전한 형태는 이미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사랑이라는 운명의 굴레에 볼모로 잡혀 있는 수많은 스완과 스완을 닮은 우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기대며 한 순간 서로를 만나게 되는 접점들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죽은 사람의 혼령이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의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기대라며 회전 테이블을 돌리는 것처럼 말이죠. 그 회전 테이블이 멈출 때까지 우리는 아마도 계속 사랑을 해야겠지요. 그것이 무엇이든지, 그 끝에 무엇이 있을 지 상관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댓글목록

자연님의 댓글

자연

..어쩌면 허무가 진실이며....
삶이 허무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
그 '사랑'이란 것이 아름다운 것만도 아니며 행복을 가져다주는 마법도 아니라는 ...
그럼에도 우리는 스완처럼 '사랑'이라는 운명의 굴레에 어쩔수 없이 잡혀 있는 존재들이라는...
스완과 스완을 닮은 우리들....
언젠가 세월이 흘러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될지 모르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이, 언젠가 내가 읽은 적 있는 삶이라는 것을."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댓글의 댓글

내가 읽은 적 있는 삶......
읽고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도 또 그 길을 걸어가는.....
기약도 자비도 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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