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뮨 후기] 철학수업 :: 0203(토) 3부 능력과 자유 +2
영민
/ 2018-02-19
/ 조회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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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늦은 후기입니다. 책 발췌로 대신합니다. 모두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157쪽 <감각의 자유>
감각의 자유란 익숙하지 않은 것, 새롭고 이질적인 것들 안에 깃들어 있는 어떤 것을 감지하는 능력이다. 처음에는 불편하기에 피하고 싶은 어떤 것을 향해 귀를 여는 작은 용기면 누구나 올라가기 시작할 수 있는 평범한 계단이다. 따라서 어떤 것 앞에서 그저 편안하다면 그것은 혹시 구속의 징표는 아닌지 한번쯤 의심해야 한다. 반대로 어떤 것 앞에서 불편하다면, 우리는 거기서 자유를 향해 ‘비상할’ 수 있는 계단을 발견해야 한다. 어떤 피 냄새도 섞여 있지 않고, 어떤 비싼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는 자유가 그 위에서, 아니 우리가 발을 디딜 그 계단마다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190-191쪽 <탈지성과 자유>
자유란 자기가 믿는 관념, 자신이 자명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전제를 의문에 부치는 근본적인 물음으로부터 나온다. 그런 물음을 통해 자신이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며 지성을 탐험적으로 사용할 때 비로소 자유는 시작된다. 그런 물음을 상실했을 때, 지성은 열쇠를 잃고 벽의 일부가 되어버린 닫힌 문이 된다. 알지 못하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쳐내고 배제하는 절단기가 된다. 지성의 자유는 지성의 모험적 사용에서 시작된다.
자유란 무지로부터 나올 순 없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 지성이 제공하는 것 안에 머물러 있는 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는 자신의 지성 바깥에서 온다.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자유란 밝음이 아니라 어둠을 향한 지성의 비행이다. 헤겔이 했던 말과는 아주 다른 의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그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비로소 날개를 편다.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으로 타자들에 대해 단언할 때가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다른 생각에 귀를 기울이게 될 때 지성은 자유의 친구가 될 것이다.
203-204쪽
이음매를 벗어나 시간이 흘러가게 두어야 한다. 시간의 이음매를 벗어나 기억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억이 시간의 이음매에서 벗어날 때, 그것은 비로소 자유를 위한 재료가 되어 줄 것이다.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 (『금강경』). 과거란 이미 지나간 것이라, 내가 억지로 다시 불러들이지 않으면 지나가 없는 것이고, 현재란 지나가는 것이니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않으면 또한 지나가 없는 것이며, 미래란 오지 않은 것이니 애써 끌어당겨 부여잡으려 하지 않으면 또한 없는 것이다. 그렇게 지나가는 모든 것을 지나가도록 둘 수 있을 때, 우리는 지금 내가 사는 현재 그 자체를 살 수 있을 것이고, 지금 다가오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댓글목록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우리가 공부를 하는 목적은 '삶의 기술'을 배우는 것,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배우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공부에 위계 같은 것는 없고, 공부의 방법에도 정도가 있을 수 없습니다.
읽은 텍스트 중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텍스트를 다시한번 정리하는 것도 '훌륭한 후기'입니다.
그 텍스트를 선택하고 쓰는 동안 영민님이 텍스트의 의미를 다시한번 읽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렇게 중요한 텍스트를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좋은 글을 다시한번 읽게 되니까 말이지요. ^.^
올리비아님의 댓글
올리비아
"자유란 무지로부터 나올 순 없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 지성이 제공하는 것 안에 머물러 있는 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는 자신의 지성 바깥에서 온다."
정말 공감 가는 글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