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발제] 0222(목) <실종자> 세 번째 부분
희음
/ 2018-02-22
/ 조회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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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덴탈 호텔에서
옥시덴탈 호텔로 안내된 카알은 다시 여주방장을 만나게 되고 그녀로부터 엘리베이터 보이가 되어 일하라는 제의를 받는다. 카알은 기꺼이 제의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날 밤 여주방장의 거처에 머물게 된다. 카알은 잠들기 전 타이피스트인 테레제의 방문을 받는다. 그녀와의 짧은 대화로 둘은 가까워진다. 하루 12시간을 2교대 근무로 일하고 20명이 머무는 공동거처에서 제대로 수면을 취할 수 없는, 고된 엘리베이터 보이의 일상을 카알은 나름 감사해 하며 잘 감당해 나간다. 일주일에 단 한 번, 스물네 시간의 자유가 카알에게 주어질 때가 있는데, 그때 카알은 테레제와 친밀한 시간을 갖기도 한다. 시내에 나가는 일에도 둘은 가끔 동행한다. 테레제는 카알에게 그녀의 어린 시절에 겪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그런 몇 개의 공동숙소 옆을 그냥 지나가버렸다. 그러나 테레제는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휴식을 취하려고 하지 않았다. 화창한 겨울의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에 모녀는 어느 집 담벼락에 기대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약간 잤는지, 눈을 뜬 채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테레제는 아래에서 현기증을 느끼면서 어머니의 능숙함을 놀란 시선으로 쳐다보았고 어머니의 다정한 시선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로빈슨 사건
술에 취한 채 카알을 찾아온 로빈슨으로 인해 카알은 호텔에서 해고를 당하게 된다. 근무태만뿐만 아니라 그는 금품횡령의 의심까지 받고 쫓겨나다시피 하는 상황이 된다. 감금이 아닌 해고로 끝나는 것을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 그 상황은 여주방장의 도움과 지지와 무언의 힘이 작동했기에 가능하게 된 일이었다. 그를 관리하는 웨이터장이 여주방장을 연모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분명 카알과 여주방장 사이를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위장 또한 카알에게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데 치사하고도 조악한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웨이터장 옆에 붙어 동조하고 부추기는 행위로써, 카알의 팔을 거칠고 질긴 힘으로 압박하는 물리적 폭력으로써, 수위실로 데려가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지켜보도록 강제하고 그런 수위들과 카알에 대한 무시와 폭언을 일삼음으로써. 카알은 그에게 자신의 주머니가 다 털린 뒤에야 간신히 호텔을 빠져나와, 들것에 실려 나오는 로빈슨과 마주치게 된다. 카알은 로빈슨이 탄 바로 그 차에 몸을 싣는다. 그는 카알이 해고당하도록 만든 장본인이지만 호텔에서 멀어지기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
어떤 의미에선 수위장으로서 나는 모든 사람들의 상관이야. 왜냐하면 수많은 작은 문들과 문이 없는 출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정문, 세 개의 중간문, 열 개의 옆문, 말하자면 이 호텔의 모든 문들이 내 관할 하에 있거든. ~ 나는 조금이라도 수상한 자를 보내지 못하게 할 의무를 지고 있어. 그런데 바로 네가 아주 수상하게 여겨진단 말이야. 그게 내 마음에 들어.
“내가 완전히 당신의 수중에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카알이 말했다. 그는 수위장이 내뱉은 독특한 답답한 냄새를 들이마셨다. 그는 그렇게 오랫동안 그의 곁에 서 있으면서도 비로소 여기에서 그 냄새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