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발제] 0205 :: 차라투스트라의 머리말
연두
/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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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세미나_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투스트라의 머리말
20180205_연두
1. 넘쳐흐르려는 잔. 내리막길
차라투스트라는 서른이 되던 해에 고향을 떠나 산 속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정신과 고독을 즐기면서 보내기를 십 년, 마침내 그의 마음에 변화가 왔다. 어느 날 동이 트자 그는 태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너 위대한 천체여! 네가 비추어주고 있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너의 행복이겠느냐! 내가, 나의 독수리와 뱀이 없었더라면 너 너의 빛과 그 빛의 여정에 지쳐 있으리라. 우리는 아침마다 너를 기다렸고, 너의 그 차고 넘치는 풍요를 받아들이고는 그에 감사하여 너를 축복해왔다. 보라! 나는 너무 많은 꿀을 모은 꿀벌이 그러하듯 나의 지혜에 싫증이 나 있다. 나는 베풀어주고 싶고 나누어주고 싶다. 사람들 가운데서 지혜롭다는 자들이 새삼스레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가난한 자들이 새삼스레 자신들의 부유함을 기뻐할 때까지.
그러기 위해 나 저 아래 깊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나 이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저 아래로 내려가려 하거니와, 너처럼 내리막길을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바야흐로 넘쳐흐르려는 이 잔을 축복하라. 보라! 잔은 다시 비워지고자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사람이 되고자 하니."
- 차라투스트라는 무엇에서 다시 사람이 되는 것인가
2. 숲속의 성자
차라투스트라는 혼자서 산을 내려와 숲속에서 노인을 만났다. 그는 여러 해 전 보았던 차라투스트라를 기억해 냈다. "그때 그대는 그대의 재를 산으로 날랐었지. 그대 오늘은 그대의 불덩이를 골짜기 아래로 나르려는가? 불을 지르고 다니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벌이 무섭지도 않은가? 그리하여 춤추는 자처럼 걷고 있지 않는가? 차라투스트라가 변했구나. 차라투스트라가 어린아이가 되었구나. 차라투스트라는 잠에서 깨어난 자다. 이제 그대는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지?.." 차라투스트라는 사람들을 사랑하여 선물을 가져가고 있노라고 대답한다. 이에 성자는 자신은 이제 신을 사랑하고 사람은 너무나도 불완전한 존재라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거라 한다. 성자가 말했다. "저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말라... 저들에게 뭔가를 줄 생각이라면 적선 말고는 따로 줄 것이 없다. 저들로 하여금 그것을 위해 구걸케 하라!" 성자는 빈정대며 차라투스트라를 설득한다. 그는 사람들이 은자들을 미심쩍어 하여 그의 선물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 말한다. 그러니 그들에게 가지 말고 숲속에 머물라고, 차라리 짐승들에게나 갈 노릇이라고. 이에 차라투스트라가 성자는 숲속에서 무엇을 하는지 묻자, 성자는 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짓고 부른다 했다. 이 말을 듣자 차라투스트라는 그에게 서둘러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난다.
- 차라투스트라가 날랐던 재는 무엇인가
- 차라투스트라는가 어린아이가 되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 성자는 그것을 어찌 알아보았는가
3. 군중. 가장 원숭이다운 원숭이
첫 도시에 들어선 차라투스트라는 시장터에서 군중을 향해 소리친다.
"나 너희에게 위버멘쉬를 가르치노라.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너희는 사람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금까지 존재해온 모든 것들은 자신 이상의 것을 창조해왔다...사람에게 있어 원숭이는 무엇인가? 일종의 웃음거리 아니면 일종의 견디기 힘든 부끄러움이 아닌가. 위버멘쉬에게는 사람이 그렇다. 일종의 웃음거리 아니면 일종의 견디기 힘든 부끄러움이다. 너희는 벌레에서 사람에 이르는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너희는 아직도 많은 점에서 벌레다. 너희는 한때 원숭이였다. 그리고 사람은 여전히 그 어떤 원숭이보다도 원숭이다운 원숭이다. 너희 가운데 더없이 지혜로운 자라 할지라도 역시 식물과 유령의 분열이자 튀기에 불과하다...
보라, 나 너희에게 위버멘쉬를 가르치노라! 위버멘쉬가 대지의 뜻이다. 너희 의지로 하여금 말하도록 하라. 위버멘쉬가 대지의 뜻이 되어야 한다고! 형제들이여, 간청하노니 대지에 충실하라.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을 설교하는 자들을 믿지 말라! 그런 자들은 독을 타는 자들이다.
가치 전도>
지난날에는 영혼이 신체를 경멸하여 깔보았다. 그때만 해도 그런 경멸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너희 영혼이야말로 궁핍함이요, 더러움이며 가엾은 자기만족이 아니냐?
보라, 나 너희에게 위버멘쉬를 가르치노라. 위버멘쉬야말로 너희의 크나큰 경멸이 가라앉아 사라질 수 있는 그런 바다다. 너희가 할 수 있는 체험 가운데 더없이 위대한 것은 저 위대한 경멸의 시간이렷다. 너희가 누리고 있는 행복이, 그와 마찬가지로 너희의 이성과 덕이 역겹게 느껴질 때 말이다. 그것은 너희가 이렇게 말하게 되는 때렷다. ‘나의 행복이란 것이 뭐란 말이냐! 그것은 궁핌함이요 더러움이며 가엾은 자기만족일 뿐이거늘. 나의 행복은 생존 그 자체를 정당화해야 하거늘! 나의 이성이란 것이 뭐란 말이냐! 마치 사자가 먹이를 탐하듯 그것은 앎을 갈구하고 있는가? 나의 덕이란 것이 뭐란 말이냐! 그것은 아직까지 나를 열광시키지 못했다. 나 나의 선과 악에 얼마나 지쳐 있는가! 나의 정의라는 것이 뭐란 말이냐! 나 작열하는 불꽃도 숯도 아니거늘. 그러나 정의롭다는 자는 작열하는 불꽃이자 숯이 아닌가! 나의 연민의 정이란 것이 뭐란 말이냐! 연민이란 사람을 사랑했던 그가 못박혀 죽은 그 십자가가 아닌가? 그러나 나의 연민의 정은 결코 십자가형이 아니다.’
일찍이 이와 같이 말해본 일이 있는가? 신성에 대한 너희의 항거가 아니라, 너희의 겸허함이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항거에 대한 너희의 인색함이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있으니! 너희를 혀로 핥을 번갯불은 어디에 있는가? 너희에게 접종했어야 할 광기는 어디에 있고? 보라, 나 너희에게 위버멘쉬를 가르치노라. 그가 바로 번갯불이요 광기렸다!" 군중 모두가 차라투스트라를 비웃어댔고, 광대는 곡예를 시작했다.
4. 밧줄로서의 사람. 저편으로 건너는 자. 위버멘쉬
차라투스트라는 의아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짐승과 위버멘쉬 사이를 잇는 밧줄, 심연 위에 걸쳐 있는 하나의 밧줄이다.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건너가는 과정도 위험하고, 뒤돌아보는 것도 위험하며, 벌벌 떨고 있는 것도 멈춰 서 있는 것도 위험하다. 사람에게 있어 위대한 것은 그가 하나의 교량이라는 것,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에 있어 사랑받을 만한 것은 그가 하나의 오르막이요 내리막이라는 것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1 몰락하는 자로서가 아니라면 달리 살 줄을 모르는 사람들을. 그런 자들이야말로 저기 저편으로 건너가고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2 나는 위대한 경멸자들을 사랑하노라. 왜냐하면 그런 자들이야말로 위대한 숭배자요 저기 다른 편의 물가를 향한 동경의 화살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3 왜 몰락해야 하며 제물이 되어야 하는지, 그 까닭을 먼저 별들 뒤편에서 찾는 대신 언젠가 이 대지가 위버멘쉬의 것이 되도록 이 대지에 헌신하는 자를. 4 깨닫기 위해 살아가는 자, 언젠가 위버멘쉬를 출현시키기 위해 깨달음에 이르려는 자를. 5 위버멘쉬가 머무를 집을 짓고, 그를 위해 대지와 짐승과 초록을 마련할 생각에서 수고하고 궁리하는 자를. 그런 자야말로 그럼으로써 그 자신의 몰락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6 자신의 덕을 사랑하는 자를. 덕이야말로 몰락하려는 의지요 동경의 화살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7 한 방울의 정신조차도 자신을 위해 남겨두지 않고 전적으로 자신의 덕의 정신이 되고자 하는 자를. 8 그 자신의 덕으로부터 자신의 취향과 운명을 만들어내는 자를. 9 너무 많은 덕을 바라지 않는 자를.
나는 사랑하노라. 10 아낌없이 자신을 내주는 영혼을 지니고 있는 자를. 11 주사위놀이에서 행운을 잡았을 때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사기 도박사인지를 묻는 자를. 그런 자야말로 파멸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12 행동하기에 앞서 황금과 같은 말을 던지고 언제나 자신이 약속한 것 이상을 해내는 자를. 그런 자야말로 자신의 몰락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13 다가올 세대를 정당한 것으로 맞이하고 지난날의 세대를 구제해내는 자를. 그런 자야말로 현재를 살고 있는 세대를 위해 파멸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14 신에 대한 사랑에서 자신의 신을 응징하는 자를.
나는 사랑하노라. 15 상처를 입고도 그 영혼이 심오하며, 하찮은 사건으로도 파멸할 수 있는 자를.
나는 사랑하노라. 16 자신을 잊을 만큼, 그리고 자신 속에 만물을 간직할 만큼 넘쳐흐르는 영혼을 지닌 자를. 그럼으로써 만물은 그에게 멸망의 계기가 되리니.
나는 사랑하노라. 17 자유로운 정신과 자유로운 심장을 지니고 있는 자를.
나는 사랑하노라. 18 사람들 위에 걸쳐 있는 먹구름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무거운 빗방울과 같은 자 모두를.
보라, 나는 번갯불이 내려칠 것임을 예고하는 자요, 구름에서 떨어지는 무거운 물방울이다. 번갯불, 이름하여 위버멘쉬렸다."
- 숭배자 vs 위대한 숭배자
- 경멸 vs 위대한 경멸
- 자유로운 정신과 자유로운 심장을 지니고 있는 자의 머리가 심장에 깃들여 있는 오장육부일 뿐이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왜 그의 머리가 아니라 심장이 그를 몰락으로 내모는가
- 번갯불, 구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어떤 의미인가
5. 인간말종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군중을 바라보다 입을 다문다. "나 이같은 자들의 귀를 위한 입이 아닌가보다. 저들은 나름으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어떤 것을 갖고 있다. 그걸 교양이라고 부르지. 그래서 염소치기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들은 자신들을 겨냥한, '경멸'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하지. 그렇다면 나 저들의 자부심에다 대고 말하련다. 나 저들에게 더없이 경멸스러운 것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다. 인간말종."
"사람에게 자신의 목표를 세울 때가 되었다. 최고 희망의 싹을 틔울 때다. 토양은 아직도 그러기에 모자람이 없을 만큼 비옥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지력을 잃게 될 것이다. 슬픈 일이로다! 사람이 더 이상 사람 저 너머로 동경의 화살을 쏘지 못하고, 자신의 활시위를 올릴 줄도 모르는 때가 오고 말 것이니!
너희에게 말하거니와,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너희는 아직 그러한 혼돈을 지니고 있다. 슬픈 일이로다! 사람이 더 이상 별을 탄생시킬 수 없게 될 때가 올 것이니. 자기 자신을 더 이상 경멸할 줄 모르는, 그리하여 경멸스럽게 짝이 없는 사람의 시대가 올 것이니. 보라! 나 너희에게 인간말종을 보여주겠으니.
'사랑이 무엇이지? 창조가 무엇이지? 동경이 무엇이지? 별은 무엇이지?' 하고 인간말종은 눈을 깜박인다. 대지는 작아졌으며 그 위에서 모든 것을 작게 만드는 저 인간말종이 날뛰고 있다. 저들 종족은 벼룩과도 같아서 근절되지 않는다. 인간말종이 누구보다도 오래 산다.
인간말종들의 행복>
저들은 살기 힘든 고장을 버리고 떠나갔다. 사람들은 아직도 이웃을 사랑하며 이웃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벼대며 따스함을 찾는다. 병에 걸리는 것과 의심을 품는 것이 저들에게는 죄스러운 것이 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조심조심 걷는다. 때때로 마시는 얼마간의 독, 그것은 단꿈을 꾸도록 한다. 그리고 끝내 많은 독을 마셔 편안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아직도 일에 매달린다. 일 자체가 즐거운 소일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소일거리로 인해 몸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가난해지거나 부유해지려 들지 않는다. 누가 아직도 다스리려 하는가? 누가 아직도 따르고 있는가? 그 어느 것이든 너무나도 귀찮고 힘든 일이거늘. 돌볼 목자는 없고 가축의 무리가 있을 뿐! 모두가 평등하기를 원하며 실제 평등하다. '옛날에는 세상이 온통 미쳐 있었지.' 더없이 명민한 자들은 이렇게 말하고는 눈을 깜박인다. 사람들은 총명하여 일어난 일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조소에 끝이 없을 수밖에. 사람들도 다투기는 하지만 이내 화해한다. 그러지 않으면 위에 탈이 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자신들의 조촐한 환락을 즐긴다. 그러면서도 건강은 끔찍이도 생각한다.
'우리는 행복을 찾아냈다.’인간말종들은 이렇게 말하고는 눈을 깜박인다."
이쯤에서 차라투스트라의 첫 번째 이야기, 소위 "머릿말"은 끝나고 말았다. 군중의 고함과 환성이 그의 말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환호하며 차라투스트에게 그 인간말종을 내놓으라며 빈정댔다. 차라투스트라는 서글퍼졌다.“나 이와 같은 자들의 귀를 위한 입이 아닌가보다. 나 너무 오랫동안 산 속에서 살아왔나보다. 염소치기에게 말하듯 나 저들에게 말하고 있으니. 내 영혼은 흔들리지 않으며 오전의 산줄기처럼 환하다. 그런데도 저들은 웃으면서도 여전히 나를 미워하는구나. 저들의 웃음은 얼음처럼 차디차구나."
- 사람들이 더 이상 가난해지거나 부유해지려 들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6. 줄타는 사내와 익살꾼
바로 그 때 줄타는 광대가 곡예를 시작했다. 사내는 두 탑을 잇는 줄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가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작은 문으로 익살꾼처럼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자가 뛰어나와 그를 뒤쫓았다. "어서 앞으로. 이 절름발이야. 어서 앞으로. 이 느림보, 밀매업자, 핏기 없는 화상아! 여기 두 탑 사이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네가 있을 곳은 저 탑 속이 아니더냐. 누군가가 너를 그 속에 가두었어야 했는데. 너는 지금 너보다 뛰어난 자의 길을 가로막고 있단 말이야!" 그자는 점점 가까이 다가와 악마처럼 소리를 지르며 길을 막은 사내를 훌쩍 뛰어넘었다. 앞서 가던 사내는 그의 적수가 자신을 뛰어넘는 것을 보자 넋을 잃고 허둥대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차라투스트라는 군중들이 놀라 달아나는 사이 꼼짝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옆으로 떨어진 사내는 크게 다쳤지만 숨은 붙어 있었다. 잠시 후 의식을 되찾은 그가 차라투스트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 오래전부터 그 악마가 발을 걸어 나를 넘어뜨릴 줄 알고 있었지. 이제 저자가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가고 있구나. 그대가 막아주지 않으시겠는가?"
차라투스트라가 대답했다. "벗이여, 네가 말하고 있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악마도 없고 지옥도 없다. 너의 영혼은 너의 신체보다 더 빨리 죽어갈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 사내는 믿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로서는 비록 생명을 잃는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잃지 않을 것이오. 나야 사람들이 매질을 하고, 변변치 못한 먹이를 미끼로 줘가며 춤을 추도록 훈련시킨 짐승과 크게 다를 것이 없으니."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그만하라. 너는 위험을 너의 천직으로 삼아왔다. 조금도 경멸할 일이 아니지. 이제 너는 너의 천직으로 인해 파멸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 너를 손수 묻어줄 생각이다."
- 그는 왜 죽은 자를 손수 묻어주려 하는가
7. 송장
그러는 사이 저녁이 되었다. 사람들은 흩어지고 차라투스트라는 죽은 자 옆에서 생각에 잠겼다. 이내 밤이 되었다. "진정 차라투스트라가 오늘 멋진 고기잡이를 했구나! 송장 하나는 낚았으니. 사람이란 존재에는 아직 아무런 의미도 없구나. 그리하여 익살꾼조차도 그에게는 재난이 되는구나. 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존재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터득시키고자 한다. 그것은 위버멘쉬요, 사람이라는 먹구름을 뚫고 내리치는 번갯불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나 아직도 어릿광대와 송장 사이에 있는 얼치기일 뿐이다.
밤은 어둡고 차라투스트라가 갈 길 또한 어둡다. 자, 떠나자, 너 차디차게 굳어버린 길동무여! 나 손수 너를 묻어주겠거니와, 그 곳으로 너를 지고 가겠다."
8. 밤
차라투스트라가 송장을 등에 지고 길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익살꾼이 다가와 그에게 속삭였다. "차라투스트라여, 이 도시를 떠나시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그대를 미워하고 있으니. 선하다는 자와 의롭다는 자들도 그대를 미워하여 그대를 자신들의 적이자 자기들을 경멸하는 자로 부르고 있소. 참신앙을 갖고 있다는 신앙인들도 그대를 미워하여 대중의 위험이라고 부르고 있고. 그대는 진정 익살꾼처럼 이야기했소. 그대가 죽은 개를 벗삼았으니, 천만다행인 줄 아시라. 그토록 자신을 낮추었기에 그대는 오늘 자신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오." 차라투스트라는 어두운 골목길을 더 갔다.
성문에 이르러 그는 무덤 파는 인부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횃불로 그의 얼굴을 비추어보더니 그가 차라투스트라임을 알아보고는 몹시 빈정댔다. 그는 아무 대꾸 않고 가던 길을 갔다. 두 시간쯤 지나자 허기가 엄습하여 그는 불빛이 새어나오는 어느 외딴 집 문을 두드렸다. 노인이 나와 그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내놓았다. 그 후 차라투스트라는 길과 별빛에 의지해 두 시간쯤 더 걸었고, 동틀 무렵엔 깊은 숲속이었다. 그는 송장을 속이 텅 빈 나무 속에 눕히고, 자신은 바닥에, 이끼 위에 누웠다. 그는 곧 잠에 빠졌다. 몸은 지쳐 있었는데도 영혼은 마냥 평온했다.
9. 송장이 아니라 친구. 창조하는 자
차라투스트라는 오랜 시간 잤다. 오전 한나절이 지나갔다. 마침내 그는 눈을 뜨고는 숲속의 적막과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홀연히 몸을 일으키고 환호했다. 새로운 진리를 발견한 것이다.
"한 가닥 빛이 떠올랐다. 이제는 길동무들이 있어야겠다. 스스로가 원하여 내가 가는 곳으로 나를 따라가려는, 살아 있는 그런 길동무가. 이제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이 아니라 그의 길동무들에게 말하련다! 차라투스트라가 고작 가축의 무리나 돌보는 목자나 개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나는 가축의 무리로부터 많은 가축을 꾀어내기 위해 왔다. 차라투스트라는 목자들로부터 도둑이라 불리기를 바라노라.
저들 선하다는 자들과 의롭다는 자들을 보라! 저들 온갖 신앙의 신도들을 보라! 저들은 누구를 가장 미워하지? 저들이 떠받들어온 가치를 기록해둔 서판을 파괴하는 사람, 바로 파괴자, 범죄자지. 그러나 이같은 사람이야말로 창조하는 자인 것을.
창조하는 자가 찾고 있는 것은 송장이 아니라 길동무다. 짐승의 무리도 신자도 아니다. 창조하는 자는 더불어 창조할 자, 새로운 가치를 새로운 서판에 써넣을 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창조하는 자는 자신의 낫을 갈 줄 아는 자들을 찾는다. 사람들은 그런 자들을 절멸자, 선과 악을 경멸하는 자들이라고 부르리라. 그런 자들이야말로 추수하는 자요 축제를 벌이는 자인 것을.
나의 첫 길동무여, 고이 잠들라! 이 쯤에서 헤어지자. 아침놀과 아침놀 사이에 내게 새로운 진리가 찾아왔으니. 나 창조하는 자, 추수하는 자, 축제를 벌이는 자들과 벗하리라. 나 그들에게 무지개를, 그리고 위버멘쉬에 이르는 층계 모두를 남김없이 보여주리라. 혼자서, 그리고 둘이서 숨어 사는 자들에게 나 나의 노래를 불러주리라. 그리고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을 들을 귀를 아직 갖고 있는 자의 가슴을 나 행복으로 가득 채워주리라.
나 나의 목표를 향해 나의 길을 가련다. 머뭇거리는 자와 미적미적거리고 있는 자들을 뛰어넘어 가리라. 내가 가는 길이 그들에게는 몰락의 길이 되기를!"
- 창조하는 자가 왜 수확하는 자인가. 어찌하여 모든 것이 무르익어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가
10. 정오. 독수리와 뱀.
이것은 해가 그의 머리 위에 떠 있을 때 차라투스트라가 자신의 마음을 향해 한 말이었다.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새 울음소리가 들려 그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독수리 한 마리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날고 있고 뱀은 목을 감은 채, 독수리에 의지하고 있었다.
"내 짐승들이다! 저 태양 아래서 가장 긍지 높은 짐승(독수리)과 가장 영리한 짐승(뱀)이다. 그들은 차라투스트라가 아직도 살아 있는지를 알아내려 하는 것이다. 진정, 나 아직 살아 있는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짐승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임을 나 깨달았노라. 나의 짐승들이 나를 인도해주기를!
나 더욱 영리해지고 싶다! 나의 뱀처럼 철저하게 영리해지고 싶다! 그러나 나 지금 가능하지 않은 것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나 나의 긍지에게 나의 영리함과 늘 동행하기를 청하고 있으니! 언젠가 나의 영리함이 나를 떠나버린다면. 아, 영리함은 달아나기를 좋아하지! 그렇게 되면 나의 긍지 또한 나의 어리석음과 함께 날아가버리기를!"
- 긍지와 영리함은 왜 늘 동행할 수 없는가
- 영리함은 왜 달아나기를 좋아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