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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뮨 후기] 협동조합의 원리와 정신 :: 0127(토) +2
널깊 / 2018-01-28 / 조회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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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7일 코뮨 세미나 / 협동조합의 원리와 정신

 

이번 세미나는 기존에 읽던 책 '삶을 위한 철학수업'을 잠시 쉬고 협동조합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미나의 회원분들의 반 이상이 협동조합 관련된 일을 하시고, 또 저를 비롯해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다른 회원분들이 있기 때문에 반장님께서 특별히(^^) 마련하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1] 세미나는 오라클님이 준비해오신 발제문을 토대로 진행했습니다.

 

발제문에는 협동조합이 기본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와, 협동조합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자본주의 기업과 협동조합 기업의 근본적 차이, 협동조합이 운영되는 원리, 협동조합의 원칙과 정신, 마지막으로 협동조합의 대표적 모델과 역사까지가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저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발제문의 내용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협동조합이 자본주의와 '함께' 탄생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이유는 단순합니다. 정부나 대기업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권리들을 스스로 찾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만든 단체가 협동조합입니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어쩌면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 밖에 없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지난 세미나 때 읽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의 내용 중 사회의 '자기보호운동'이 떠올랐습니다. 칼 폴라니는 19세기 시장경제는 그 파괴적 성격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사회 내 모든 구성원들의 보호 운동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의 탄생도 그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08년의 경제위기 이후 세계가 협동조합을 더욱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자본주의 사회는 협동조합과 같은 여러 대안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사실로 읽힙니다. 

 

다음으로는 협동조합이 '이윤'을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기업과는 달리 이윤을 투자자가 가져가지 않습니다. 협동조합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상품, 서비스, 일자리를 목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생겨나는 이윤을 그것들을 위해 재투자합니다. 이는 협동조합이 경제 위기 속에서도 망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협동조합은 자본이 아니라 사람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을 위해 그 안에 속한 조합원들이 손해를 입을 만한 일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해고를 하지 않습니다. 함께 이겨내기 위해 더욱 뭉칩니다. 인상적입니다.

 

[2] 발제문을 다 읽은 후에는 각자가 생각하는 내용들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토론하시는 내용을 들으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그 중 실제로 협동조합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의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협동조합을 시작하려고 할 때 드는 현실적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이만큼 조합에 기여했는데 저 사람은 요만큼 일하고 많이 가져가네' 하는 인간적(?) 감정들부터 협동조합도 일종의 공동체인데, 공동체를 운영할 때 자연스레 경험하는 고민들, 이를테면 공부 공동체라고 했을 때 공부를 목적으로 모였지만 공동체 관련 다른 기타 업무들이 공부라는 활동보다 더욱 주요해지는 상황들까지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런 현실적 고민들에 대해 세미나 회원분들이 말씀해주신 방안들이 인상 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면화할 수 밖에 없었던 '교환의 감각' 즉 '이만큼 했으면 이만큼 받아간다'는 그 감각을 극복해야지 협동조합이나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말씀, 또 그러한 감각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한 공부'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공동체나 협동조합의 활동은 자신이 그 활동에 대한 굳은 신념이 없다면 다시 자본주의의 습속에 돌아가기도 쉽고 따라서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없다는 얘기도 기억납니다. 

 

자본주의 감각의 극복을 위한 방안은 코뮨 세미나와 같은 공부들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스스로를 바꿔나가고 스스로를 극복해나가는 데 가장 좋은 건 역시 계속 자신이 서있는 곳과는 다른 곳을 다루는 텍스트들을 읽고 지향점을 찾아 그 지향점에 닿기 위해 실제로 변신을 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세미나를 함께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또 느꼈습니다. 나 혼자 읽는 게 아니라,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제가 코뮨 세미나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오라클님, 올리비아님, 요고마고님, 제시님, 영민님, 지승훈님, 도현님, 이슬님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연구실에서 또 만날 수 있길..    

댓글목록

올리비아님의 댓글

올리비아

저도 이번에 협동조합에 대해 그나마 쫌 알게된 계기가 되었어요..
잘 모르다보니 막연하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일리있고 합리적인 조직 운영이였네요. 이번 기회로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전 아직 저혼자 감각 바꾸는데 급급해서 타인과 연대 할 생각 까지 못하고 있는데.
이미 연대를 진행하시고 노력하시는 분들을 보니
세삼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몇개월간 같이 공부하다 잠깐 떠나신다니 많이 아쉽네요~~
다시 만날때 까지 건강히 즐겁게 지내욥 ~~ ^^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1.
우리 코뮨세미나는 자본주의 내부에서 어떻게 자본주의 외부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내부에 존재하는 외부, 이것은 자본주의 내부에 있으면서 자본주의에 대해 외부여야 합니다.
자본주의와 상관없는 바깥에서 자본주의에 영향을 비칠 수는 없습니다.
한편 자본주의 내부에 갇혀서는 자본주의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 내부에 외부를 많이 만드는 것, 그래서 자본주의적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
이것이 자본주의를 무화시키는 방법일 것입니다.

2.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내부에 존재하는 외부 가운데 하나입니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기업이면서, 반자본주의적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유형태] 자본주의 기업이 자본의 사적 소유에 근거한다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공동체적 소유에서 출발합니다.
[생산목적] 자본주의 기업이 자본의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유용성을 목적으로 합니다.
[생산이윤] 자본주의 기업이 자본의 이윤으로 축적된다면,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조합원 전체)의 적립금으로 축적됩니다.
[이익배당] 자본주의 기업이 투자금액에 따라 배당된다면, 협동조합은 조합의 이용실적에 따라 배당됩니다.
[권리행사] 자본주의 기업이 주식비율에 따라 1주1표의 권리를 갖는다면,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이 1인 1표의 권리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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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깊과 함께 한 모든 세미나가 즐거웠고, 함께 공부한 것들이 널깊의 삶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널깊이 좀 쉬고 다른 것들도 돌아보고 나서, 우리와 다시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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