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1214 성의 역사2 _ 가정관리술 후기 +3
현
/ 2017-12-18
/ 조회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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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관리술 후기
푸코의 성의 역사 2권 쾌락의 활용에서 3장 가정 관리술 부분은, 기원전 4세기 경 고대 그리스에서 자유인 남자들에게 요구되는 가정관리술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의 이해가 어렵다기보다는 발제를 준비하는 데에도, 그리고 그동안에 비해 컴팩트하게 진행되었던 세미나 시간도 조금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자유인 남자들만 세미나에 참석하는 게 아니었던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샛길을 많이 참아내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가정관리술 파트에서 푸코는 먼저, 자유인 남자 위주의 사회에서 어째서 자유인 남자의 절제가 문제시되는지 의문을 던집니다. 이때의 그리스 사회에서는 결혼한 남편과 아내 관계에서, 아내의 경우에 허용되는 성적 파트너는 남편에 한정하고 이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던 반면, 남편의 경우에는 그것이 반드시 지켜야할 의무는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에서 귀속되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간통 역시 아내의 경우에만 해당했습니다. 당시의 부부에게 상호의 성적 충실성이란 범주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어째서 남아 있는 어떤 문헌들에서는 결혼한 남자의 성행위를 절제라는 요소로 성찰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기에 앞서, 푸코는 두 가지 위험 요소들을 짚고 가는데, 단정적 어투로 말한 문헌에 전제된 상황을 살펴보는 것, 또 하나는, 예외적인 문헌들에서 1권에서 설명한 시대의 초석을 찾는 것이, 그것입니다. (혼자 읽을 때에는 내용적인 것에 주목했었기 때문에, 결혼이 단순 결합이 아니라 특권적인 결합이라는 것, 남편의 성적 행동이 상호 동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 두 가지 위험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몇 가지 문헌들이 등장합니다.
크세노폰의 《가정관리술》은 오이코스(가정과 가족)를 관리하는 법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는데, 여기서 가정관리란, 집안을 함께 관리할 아내를 교육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집안에서 아내의 역할은 핵심적인 것으로, 남편이 집안의 일을 맡기고 자신은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내기 위한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내를 중요한 협력자로 만들고 함께 나아가는 것은, 그들이 각자 수행하는 역할이 다르더라도 재산을 증식한다는 공동의 목적을 향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문헌에서 부부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으나, 이즈코마쿠스의 가정을 예로 듭니다. 화장과 치장에 대한 부자연스러움은 속임수나 다름없으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아내가 가정에서 주부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나이가 들어도 가정 내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인데, 이를 토대로, 충실한 남편이란, 부부관계 외의 관계를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내가 역할을 충실히 했을 때, 그 지위를 인정해주는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이렇게 볼 때, 남편은 자신에 대한 관리, 아내를 포함한 가정관리술, 아내는 남편에게 귀속된 사람으로, 남편의 관리 하에 법적으로나 가정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남편과 아내에게 요구되는 절제의 의미는 같은 원칙에서 비롯되는 것도 아님을, 본질적으로 불균등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세 가지 문헌은, 이것이 마치 아내에 대한 남편의, 혹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즉 이중의 성적 독점 원칙의 초안이 될 것 같은 내용을 포함한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음을 푸코는 보여주려 합니다.
플라톤의 《법률》에서는 드물게 결혼 이후의 독점적 관계에 대해 강제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으나, 여기에는 여론, 영광, 명예, 수치심 등이 함께 작용할 것을 기대합니다. 이런 방식은, ‘서로에 대한’ 충실성이라기 보다도, 법률과 원칙에 근거하고, 부부관계에 있는 두 사람을 위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각자가 법에 대한 존중이나 평판, 도시와의 관계와 더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소크라테스의 문헌 역시, 니코클레스라는 군주의 미덕 중 한 가지를 절제를 예로 드는데, 군주로서 아내 이외의 관계를 갖지 않는 이유는, 혈통적 이유 외에도, 정치적 근거 마련과 연관성이 큽니다. 자신의 정의로움을 실현하는 데 있어, 아내에게도 정의로울 필요가 있고, 모두에게 본보기를 보이면서도, 이런 탁월함을 지닌 군주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자격시험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우연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엔크라테이아를 가진 사람으로, 그렇게 군주로 인정이 된다면, 이것은 정치적으로 논리적으로 군주가 될 근거가 마련이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정관리술》은 크세노폰의 논리와 비슷한 듯하지만, ‘정당성’이란 요소가 더욱 부각되는 듯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다른 문헌들에서 남편와 아내 사이의 불평등에 대해 주인과 노예, 아버지와 아들, 시민 간의 통치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귀족정과 유사한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가정관리술》에서 남편의 부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든 남편의 부정이 없어야 하는 이유는, 귀족정의 정당성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때, 부부관계 내에서 애정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는데, 남편의 필리아(사랑) 역시 미덕, 정당성을 규합하여 설명하고 있다고, 푸코는 빼놓지 않고 설명합니다.
내용과 형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플라톤의 문헌을 제외한다면, 남편과 아내에게 부과된 절제는 같은 성격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남편의 자신의 의지와 선택의 영역인 반면, 아내는 강요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두가 똑같이 따르는 보편적인 방식도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남편에게 요구되는 절제는, 아내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의 지위, 결혼한 남자라는 지위에 기대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자유인 남자가 절제를 해야 한다면,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라기 보다, ‘자신의 명성이나 재산, 타인들과의 관계, 도시에서의 그의 위신, 아름답고 선한 삶을 영위하려는 의지’(212)를 위해서 였습니다.
이후 기독교에서 중요한 부부관계 내에서의 성찰, 정절, 이중의 독점과 같은 형식의 것들은, 기원전 4세기의 그리스에선 그 기원을 찾기 어려울 듯합니다. 당시의 사람들에게 요구된 절제는, 자신의 지위에 따라 행해야 했던 것, 그리고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 속에서 실천되어야 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다음 세미나의 내용은, 자기 권한에 귀속된 여자와의 관계가 아니라, 같은 자유인 남자라는 지위를 가진 관계라는 범위에서 연애술이 거론될 것 같습니다.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후기 멋짐!!!
현대의 여성들(과 소수의 남성)이 모여서 고대 그리스 자유민 남성들의 가정관리술을 배우려니
배알 꼴리는 점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요리조리 감정관리 잘 해서 비켜가며 무사히 이 장을 잘 마친 듯 합니다.
권력에 대해 사유한다는 일이 이렇게 자기 안의 파도를 넘는 일인 줄은 몰랐네요.
그동안 권력에 저항한다는 관념만 가지고 있었어서 그런지, 권력을 실천하는 방법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집니다.
현님의 깔끔한 정리 덕에 그래도 조금 감을 잡은 듯도 해요. 감사합니다~
아라차님의 댓글
아라차
자유인 남성들 위주의 역사에서 '가정관리', 곧 '자기관리'가 명예와 쾌락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장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성생활에 대한 억압도, 저항도, 불편함도, 혹은 기괴함도 그다지 문제삼지 않은 거겠지요? 푸코가 말하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부분도 다시 읽히게 된 장인 것 같습니다.
쉽게 읽히는 단락이라고 생각했지만 후기를 읽고 보니 또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유택님의 댓글
유택
한달 넘게 푸코책에서 떨어져 있었더니 헐...
다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ㅜ.ㅡ;;;
여튼 따라가려고 무던히도 노력중!
현님 발제와 후기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