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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 171205 - 보들레르의 몇 가지 모티브에 관해서 - 후기 +2
마시멜로 / 2017-12-15 / 조회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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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벤야민 세미나] 

12-05 (화) :: 5주차​ 《문예이론》 보들레르의 몇 가지 모티브에 관해서

 

후기를 이제야 너무 늦게 올리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주에 올릴 시간을 놓친 후에 이렇게 끌다가 이제야 올리게 되었어요. [우리 실험자들]에서 영광스럽게도 처음 참여한 세미나가 [벤야민 세미나]이고 처음으로 쓰는 후기가 이 글이 되었는데 처음부터 불성실하게 되었네요. 후기를 쓰려고 그 날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보고 또 그날 나왔던 이야기들의 파편들을 머릿속으로 주워 모아봤지만 사실 남아있는 게 많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늦게 올리는데도 지금도 여유가 없어서 급하게 올리다보니 후기가 부실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시간이 나는 대로 더 보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날 세미나에 함께 하셨던 분들도 적극적으로 보충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날은 ‘이대성’ 님이 새로 세미나에 등록하셔서 처음 함께 하시기도 했어요. 평소 <벤야민>에 관심이 있어서 이 세미나를 들으러 오셨다고 했어요. (이대성 님은 그 다음 주의 마지막 세미나에도 참여하셨고 회비도 내셨습니다.^^) 이날은 특별한 사정 때문에 발제문 없이 진행했어요. 본문이 1~12로 나뉘는데 1~6번까지는 ‘희음’님이 읽었던 내용을 풀어서 설명해주셨고, 7~9번까지는 삼월 님이, 10~12번까지는 최원 님이 이어서 설명을 해주셨어요. 다들 갑작스런 상황에서 이렇게 이어가게 되었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제 입장에서는 그 설명들 덕분에 책 내용이 이해가 잘 되었어요. 구슬을 실로 꿰는 느낌이랄까.

 

후기를 쓰기 위해서 본문을 다시 한 번 더 읽어보았는데, 워낙 내용도 길고 해서 뭔가 몇 가지로 압축하기가 쉽지 않네요. 벤야민이 강조하는 프루스트 작품의 몇 가지 모티브라도 언급하며 정리라도 해야 할 텐데 급한 상황에서 잘 정리가 되지가 않았어요. 다만 본문의 마지막 문단이 벤야민이 강조하고 싶은 주제를 압축하고 있다는 인상이 있어서 그걸 여기다 옮겨보도록 할게요.

 

“… (전략) 보들레르는 자신의 생애를 형성해 온 모든 경험들 가운데에서 군중에 의해 떠밀리는 경험을 결정적이고 독특한 것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스스로 움직이고 또 스스로 생명력을 지니며, 거리산보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군중의 광채는 보들레르에게는 이제 사라져 버렸다. 군중의 비열함을 마음에 새기기 위하여 그는, 거기에서는 구제불능의 여인들과 버림받은 자들조차도 어떤 정돈된 생활방식을 변호하고 방탕한 생활을 매도하며 또 돈 이외에는 모든 것을 배격하는 그러한 대낮의 세태를 세밀하게 관찰하였다. 

그의 마지막 동지들인 이들로부터 배신을 당하게 되자 보들레르는 군중이라는 존재와 맞서 싸우게 된다. 그렇지만 그의 분노는 비바람에 맞서는 사람들처럼 무력하기만 하다. 이것이 바로 그가 거기에 어떤 경험과 같은 비중을 부여했던 체험의 실상이다. 그는 현대의 센세이션이 지불해야 할 댓가, 충격체험 속에서 아우라가 붕괴되는 현상을 단적으로 지적하였다. 이러한 아우라의 붕괴현상에 동의하기 위해 그는 비싼 댓가를 치러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시의 법칙이다. 그의 시는 프랑스 제2제정의 하늘에 <아무런 *분위기도 없는 하나의 별>처럼 빛나고 있다.”

 

* ㈜민음사에서 낸 책에는 본문에 ‘aura’를 계속 분위기로 바꿔서 표기하는 일이 잦았고 다른 출판사 책에는 그냥 ‘아우라(aura)’로 표기하는 일이 많아서 세미나를 하면서 이 부분을 자주 대조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 출판사 책에도 이 부분이 그냥 ‘분위기’로 되어 있어서 세미나 회원들이 의아해했다.

- <발테 벤야민의 문예이론> (반성완 편역/ ㈜민음사/ 1983년 간)에서 발췌 -  

 

이 글을 읽으며 가장 활발하고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벤야민이 ‘사진’과 ‘영화’에 대해서 3~4년 전과 전혀 다른 입장의 이론을 내세우는 부분이었어요. 8번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데요.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부분들이었죠.

“쾌적함(편안함)은 고립화된다. 또 다른 면에서 편안함은 그 편안함을 누리는 자들을 기계적 메커니즘 속에 편입시킨다. … (중략) … 특히 사진기를 작동시킬 때의 <스냅>동작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하나의 사건을 무한한 시간 동안 붙잡아 두기 위해서 손가락을 한번 누르는 동작이면 족했다.”

 

희음 님은 지난 시간에 읽었던 <사진의 작은 역사>라는 글에서 벤야민이 사진에 대해 주장했던 것과 이 글의 관점은 반대에 있다고 지적하셨어요. “벤야민은 <사진의 작은 역사>에서 사진이 예술작품의 아우라(aura)를 없애는 순기능을 한다고 주장했다. 원본이 하나 밖에 없는 회화 작품은 상류층들만 볼 수가 있어서 아우라(aura)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을 사진으로 찍으면 그만큼 간단하게 축소할 수 있고, 복제까지 할 수 있어서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그렇게 예술작품의 아우라를 없애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사진을 찍을 때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는 행동이 대도시 군중이 쾌적함과 편안함 속에서 사회적 메카니즘 속에 쉽게 편입되고 고립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완전히 대치되는 주장이다.”

 

“ (앞부분에 이어서 전략) … 이처럼 기술은 인간의 지각기관이 복합적 성격을 띤 어떤 훈련을 받도록 강요한다. 어떤 새롭고 질박한 자극을 원하는 욕구에 부응하여 드디어 영화라는 것이 등장하였다. 영화에 이르러서는 충격의 형식을 띤 지각이 일종의 형식적 원리가 되었다. 콘베이어 벨트에서 생산의 리듬을 결정짓고 있는 것이 영화에서는 수용의 리듬을 결정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최원 님은 이 부분에서 더 많은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셨어요.

“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란 글에서 벤야민은 영화의 기능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글은 1935년에 썼던 글이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읽는 이 글은 1939년에 쓴 글이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영화가 ‘기계적 기억과 경험을 갖게 만들고, 자본주의적 노동과 훈련에 종속되게 한다.’고 주장한다. 불과 4년 만에 자신의 이론을 뒤집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론을 뒤집게 된 과정에 대해서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거나 이론을 재정립해서 발표하지 않은 채 이렇게 한 것 같다. 학계에서 이런 예를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예전에 어떤 사상가(누군가를 언급하셨는데 그 사상가가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최원 님 보시면 보충해주세요.)가 그런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사상가가 자신의 이론을 바꿀 때 그 제자가 그를 무척이나 심하게 비판했다. 그건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거나 똑같은 거라고. 그런데 벤야민은 그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그것도 불과 4년 만에 자신의 이론을 완전하게 뒤집는 다른 이론을 제시했다.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썼던 1935년 이후에 벤야민은 반기계화, 소외감, 비인간화와 같은 주제, 이를테면 루카치적인 맑스주의에 경도되었다. 

 

한때는 벤야민이 브레히트의 의견에 동의하자 브레히트에게 비판적이었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아도르노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브레히트가 스탈린의 독선을 옹호하자 벤야민은 브레히트에게도 이데올로기적으로 반대한다. …(공산주의, 메시야 주의, 유물론 등에 대해 얘기하셨는데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는 역사유물론도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그 사이에 독•소 협약(독소 불가침조약, 1939년)이 체결되면서 벤야민은 현실 정치에 대해서도 실망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여러 사항들이 자신의 이론을 이렇게 전면적으로 뒤집는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밖에도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꺼내주셨는데 제가 다 담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이 부분이 이날 세미나에서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시하고 여러 얘기를 활발하게 나누게 했던 포인트였습니다. 허접한 후기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줄이겠습니다. 다시 더 보충할 날을 기대하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꾸벅. 

댓글목록

희음님의 댓글

희음

최원 샘이 언급한 그 철학자는 알튀세르였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는 극도의 정신적 우울과 착란이라는 병적 뒤틀림 때문에 그런 방향 전환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와 마찬가지로 벤야민 역시도 그 비슷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고서는 어떻게 그런 극단적인 철학적 턴이 있을 수가 있나 하고 의아했었죠.
세미나 한 지 열흘 가까이 지났는데도 이 정도로 기억을 되살려 내신 것에 대해 감탄과 박수를 전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뒤늦게라도 약속 지켜 주신 점 또한 감사하고요.^^

마시멜로님의 댓글

마시멜로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시니 제가 오히려 감사하네요. 늦게 올렸는데 전체적인 내용을 잘 담지 못해서 좀 그랬습니다. 사실 제 책에 메모했던 부분들 중에 아래에 언급했던 부분들밖에 기억에 남지 않아서 그것들만 끼워맞춰서 이렇게 올리게 되었어요. 다음에 후기를 맡게 된다면 더 꼼꼼하게 메모하고 두루 잘 다루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동안 세미나 꾸려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실험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감사했습니다. 시 세미나도 계속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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