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1130 세미나 후기_쾌락의 도덕적 문제설정 +7
연두
/ 2017-12-04
/ 조회 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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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미나(1130)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3시간 가량 지속되었다. 세미나를 곱씹어 보니, 서론을 다루었던 지난 첫 세미나(1123)의 중요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지난 주 2권의 시작, 서론을 통해 문제제기 자체, 즉 '그들이 무엇을 문제삼는가'가 중요하고, 그것을 살펴보는 것이 푸코 자신의 연구에서 문제틀이 될 것임을 그는 친절하게 알려주었었다. 그 문제제기의 장 속에서 주요하게, 종종 활용되는 4가지 개념을 살피고, 고대인들에게 제기된 자유의 문제, 진리와의 관계를 살피는 것이 이번 세미나에 할당된 분량이었다. (서론이 무척 중요하였으므로, 지난 주에 빠진 장석관님이 세미나 말미에 서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강한 지식의 의지를 보이셨으나 주차문제로 저는 듣진 못했네요....)
1장 쾌락의 도덕적 문제설정을 통해서 서론에서 푸코가 스스로에 대해서 고백한 바 또한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그를 이 연구로 추동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호기심. 그의 지식의 의지는 '아는 자의 일탈'을 향하고 있고, 그에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하고, 사람들이 보는 것과 다르게 인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아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제기의 장을 살펴보려는 그의 의지와 연구 덕분에, 우리는 성과 욕망을 연결시키고 그것에 윤리를 갖다대는 습속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쾌락의 활용이라는 장 안에 윤리설정의 문제가 어떻게 제기되는지를 살펴볼 기회를 가진 셈이다. 문제제기의 장이 달라지면 대립의 양상이 달라지고 분할선은 다른 곳에 그어진다.
주요 개념이란 아프로디지아로부터 크레시스, 엔크라테이아, 소프로수네에 해당한다. 푸코는 주로 크세노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헌들을 참고하였는데, 나는 발제하면서 그들 문헌 사이의 차이점을 도려내지 못함으로써 계보학이라는 푸코의 연구방법론에 적절히 않은 발제를 내놓고 말았다.(이 사실조차 삼월님의 발언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여튼 푸코세미나회원 모두가 지닌 강렬한 지식의 의지 덕분에 세미나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아프로디지아라는 개념을 살펴보며, 아라차님은 그들이 '쾌락을 거론하는 방식'에서 '도덕적 문제'를 인식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소리님은 카이로스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카이로스는 앞머리만 있고, 뒤는 대머리라 지나간 후에는 잡을 수 없는 시간이라고. 다가올 때 잡아야 한다고. 그것이 객관적 시간인 크로노스에 대립하는 주관적 시간. 삼월님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도시국가로부터 제국이 세워지는 사회적 변화가 있었으므로 자유인 남자들이 개인적 윤리를 세우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따라서 개인적 윤리와 사회적 윤리의 관계를 바라보는 철학자들의 입장이 달라지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또한 고대인들이 제기하고 있는 자유라는 문제는 절대자유, 어떤 제약과 규율도 없는 그런 자유가 아니라, '노예상태'로부터의 자유임을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쾌락에 대한 자기지배력과 그를 위한 육체와 영혼의 훈련,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내겐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 나는 무엇을 문제삼고 있는가. 내겐 무엇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가. 하고 다시 묻게 된다.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우와. 엄청 잘 정리되고, 깔끔하고, 차분한 후기네요.
계보학에 적절치 못한 발제에서는 깜놀. ㅋㅋ 난 지적이라기보다 놀라워서 얘기했던 거였는데...
어쨌든 푸코가 한 말인지, 인용한 말인지 정리하면서 읽는 것은 무척 중요하겠죠. 그래서 읽기가 힘든 것도 있고.
나는 무엇을 문제삼고 있는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보고 있는가. 이 문제는 요즘 많이 고민하게 되네요.
어쩌면 결론보다도 문제설정 자체가 지금 내가 있는 지점을 잘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날도 추운데다 길어지기까지 해서 여럿이 정신줄을 놓을 뻔 했던 지난 세미나 시간.
포인트 콕콕 집어낸 연두의 후기 덕에 조금 마음 놓고 지나가도 되겠어요.
아라차님의 댓글
아라차
아 이런 후기 넘 좋네요.
뭘 공부했는지 알쏭달쏭하기 쉬운 푸코인데, 이렇게 이해한대로 적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저서로 세미나를 하게 되면서 강의록 때 오독했던 부분들도 바로잡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제가 그렇습니다. ㅎㅎㅎ
영원한 오독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 시점 시점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푸코입니다.^^
연두님의 댓글
연두아, 맞다. 중요한 이야기를 빠뜨렸네요. 푸코는 고대의 도덕적 성찰이 기독교에서는 '행위의 규약화'나 '주체의 해석학'을 중요하게 여기며 실천해 왔다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양식화와 존재의 미학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서 말합니다. 우리는 이 책이 '성의 역사'라고 이름붙여져 있다고 제목에 속으면 안 된다, 그런 얘기도 했었죠. 실은 부제인 '쾌락의 활용'이 그의 연구 실체이고, 그것이 전체맥락을 꿰고 있다고. 우리가 직전에 읽었던 저서인 주체의 해석학도 주체의 해석학에 관한 연구가 아니었다고. 주체를 해석하려 달려드는 우리에게 고대인들의 자기배려와 에토스를 소개하고, 그것이 서양의 사상사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푸코 자신은 그것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었달까요. 이런 얘기를 세미나 말미에 아라차님과 저는 나누었었지요.
아라차님의 댓글
아라차그렇지요 ㅎㅎㅎ. 진짜 뭘 이리 정리를 잘 해주시남^^8
연두님의 댓글
연두
고대 그리스인들은 양식화와 존재의 미학
-> '태도의' 양식화와 존재의 미학. 입니다. ^^;;;
소리님의 댓글
소리
글 속에서 말하고 있는 연두의 모습이 보이는 후기네요. 차분하고 섬세한 모든 부분까지 기억하는 후기.
이번 세미나는 평소보다 길었고 그래서 말미에 피곤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끝났던 세미나였네요!
쾌락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기준들과 개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고 깨고 부술 수 있게 만들어주네요. 어떤 윤리를 어떤 기준에서 어떻게 행하는가. 조그마한 생각의 변화가 실존의 양태까지도 변화시킨다는 그 힘을 닷 늒고 갑니다.
유택님의 댓글
유택
뒤늦었지만 고마운 연두의 후기를 야금야금 읽으며 꺼이꺼이 따라갑니다.
연두 참 정리 잘했네... ^^
한달 동안, 푸코책을 손에 놓고 정말 실컷 놀았더니 이거야 원...
따라가기가 무척 힘겹네요. ㅎㅎ ^^;;;;
허나 언제나 푸코의 부름에는 자동반사적으로... 푸코를 향하여 고개를 돌리렵니다!
왜냐? 우리의 푸코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