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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성의역사2_1123 세미나 후기 +3
아라차 / 2017-11-25 / 조회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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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세미나 <성의역사2> 1123 후기

 

그것을 왜 문제삼는가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을 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던 것들이 누군가 문제삼기 시작하면서부터 배제와 금기와 억압과 규율이 되어버리는 상황에 대한 얘기. 고대그리스에서부터 성에 관한 다양한 양상들이 있었다. 부부관계의 성에도, 동성간의 연애에도 다종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했다. 규율도 물론 있었다. 부부관계에서도 생식이 아닌 쾌락만을 위한 성관계를 금기시한다든지, 스승과 제자간의 동성애에서도 금욕을 실천했을 때 더 존경받는 인물이 된다든지. 성을 죄악시하는 사례도 아예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양상들이 기독교 문화 속에서 어떤 특정한 도덕률이 되어 성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심판대에 오르게 되었다. 어떤 것은 죄가 되고 어떤 것은 도덕이 되어버리는 사태. 성은 비밀은 되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도덕적 주체로 세우며 스스로를 규제하기까지 한다. 사태는 더 진전되어 성이 모든 면에서 문제가 되었다. 성만큼 인간을 죄인으로 만들기 적합한 소재도 없을 것이다. 과도해도 문제라고 하고, 부족해도 문제라고 한다. 동물처럼 섹스를 해도 문제라고 하고, 동물도 하물며 저렇게 하는데 안하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어린이의 성, 히스테리, 동성애 등 성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아닌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코는 성을 왜 그토록 문제삼게 되었는가라고 묻는다. 어떤 상황에서 그것이 문제로 설정되었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자연의 수많은 동물들이 그러하듯이 수많은 인간들이 정해진 몇 가지 성애의 모습만을 보인다는 것이 더 이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것은 정상적인 성생활, 저것은 비상적인 성생활이라고 구분짓게 되었다. 똑같은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는 정상이 되고, 어떤 상황에서는 비정상이 되는 것의 문제. 그 상황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고대그리스에서는 사사로운 문제였던 것이 시퍼런 도덕이 되어버렸을 때는 어떠한 권력(힘)의 작용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묻게 되는 것이다. 

 

쾌락과 욕망의 구분

“욕망이 있는 곳에는 이미 권력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후에 실행될 억압에 비추어 권력관계를 규탄하는 것은 환상일 뿐만 아니라, 권력과 무관한 욕망을 찾아 나서는 것은 허사일지 모른다.”<성의 역사 1>

욕망을 얘기할 때도 문제설정의 문제를 문제삼아보면 뭔가 다른 구도가 보인다. 욕망을 왜 결핍이라고 설정했는가. 욕망은 애초에 끝없는 결핍만을 남기게 되어 있다. 욕망이 다 충족되었다고, 이제 더 이상의 욕망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세계 최고의 부자에게 어느 정도 부를 쌓으면 만족하겠느냐고 물으면 아마 “조금만 더”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부를 쌓아놓고도 “조금” 결핍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욕망의 구조다. 욕망이 결핍이다, 아니다로 문제를 설정해 놓으면 욕망의 블랙홀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쾌락의 관점에서 보면 조금 다르다. <성의역사2>의 부제가 ‘쾌락의 활용’임을 다시 상기해보자. 성이 문제다라는 환상과 신화 속에서 성을 문제삼다 보면 결핍된 욕망의 결과만을 마주하게 될 뿐이다. 푸코가 수수께끼 같은 문장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어떻게 쾌락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내가 천만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천만원 가진 사람보다, 일억 가진 사진보다 덜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천만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욕망을 문제삼지 말고 쾌락의 활용으로 관점을 바꿔보자!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늘 권력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혐오하면서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푸코를 읽으면서 그런 믿음들이 많이 흔들리고, 심지어 쓸데없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저항이 쓸모없다는 생각이 아니라, 권력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허공에 대고 주먹질하면서 살아온 기분입니다.
허공에 대고 하는 한 그 주먹질조차 어떤 담론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겠지요.
다른 각도로 보고, 다르게 생각하기.
이번 시간에 푸코가 서문에서 강조해 준 덕에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허무나 냉소 대신 다른 의욕이 샘솟는 것 같기도 하고.
덕분에 앞으로 성의 역사 읽기가 몹시 기대됩니다.
엑기스만 후루룩, 쉬운 언어로 그 좋은 서문을 깔끔하게 정리해 줘서 감사합니다.

유택님의 댓글

유택

아 놀라워요. 아라차의 후기..!
정말 아직 전 <성의 역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네요. ㅜ.ㅡ
문제설정 다르게 하기 부터... 솔직히 생각이 막히네요. 젤 중요한것 같은데.
그렇게 다르게 생각한다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문제 삼지 않았을때는 자연스럽게 스쳐지나갔던 것들이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부터 드디어 문제로 부상한다는 말!
바쁜 일정과 감기몸살로 며칠을 앓다가
이번주 강의와 세미나 결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 세미나 후기 보고 다시 마음 고쳐 먹은 일 인!
책을 잡게 되네요. 땡큐~~ *^^*

소리님의 댓글

소리

쾌락에 활용에 관한 얘기를 꼼꼼하게 하고 있었지요.
후기 감사합니다. 역시 세미나와 후기까지 읽어야 제대로 마무리가 된 느낌.
지금껏 살아오면서 늘 나의 "욕망은 뭘까?"를 물어봤습니다. 그런 사고구조에 익숙했고, 그렇게 배워왔으니까요.
여러 금기 때문에 욕망보다도 입에 올리기 어려웠던 쾌락, 이 쾌락에 대한 사회의 여러 함의들 때문에
스스로의 쾌락에 물음을 던지는 것 조차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쾌락에 대한 새로운 문제설정만으로도, 지금껏 욕망에 대해 생각해왔던 허무한 지대들이 무너집니다.
초반에 책으로 잘 들어가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집중이 확 됩니다. 다음 얘기가 궁금하네요. 그럼 곧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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