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11월29일 들풀 발제문
에스텔
/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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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풀
20171129 루쉰 세미나 에스텔
<제목에 부쳐>
* 4.12 반공혁명
국공합작 이후 커져가는 공산당 세력에 대한 국민당 우파의 대역습
루쉰은 1927년 4.12 반공정변과 광저우 4.15 학살 직후 26일에 이 글을 썼다. 각주에 따르면, 비분에 찬 심정이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루쉰은 후에 샤오쥔에게 쓴 편지에서 “그때 곧이곧대로 말하기 어려웠기에 때로 표현이 모호하였다.”고 말했다. 그 마음이 이 시에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침묵하고 있을 때 나는 충실함을 느낀다. 입을 열려고 하면 공허함을 느낀다.”
들풀은 어디서나 생긴다. 돌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제멋대로 자란다. 짓밟히고 베일 때까지 자신의 삶을 쟁취한다. 루쉰은 들풀이 자기의 허물이며, 허물로밖에 이 땅에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알맹이를 보일 수 없는 시대를 개탄한다. 그럼에도 루쉰은 살아내고 썩어지기를 바란다. 나 자신을 위해서, 벗과 원수, 사람과 짐승, 사랑하는 이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가을밤>
“분홍꽃은 차가운 밤기운 속에서 잔뜩 움츠린 채 꿈을 꾼다.”
“나는… 등을 바라 이들 짙푸르고 정치(精緻)한 영웅들을 묵묵히 삼가 애도하였다.”
등장인물:
기괴하고 높은 하늘
하늘을 묵묵히 쇠처럼 곧추 찌르는 대추나무
차가운 밤기운 속에서 잔뜩 움츠린 채 꿈을 꾸는 분홍꽃(들풀)
까악 소리를 내며 밤에 노는 흉조
자기 웃음소리에 쫓겨 자기 방으로 돌아온 나
등피에 달려드는 작은 날벌레
<그림자의 고별>
루쉰은 쉬광핑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기의 작품이 너무 어두우며 늘 ‘암흑과 허무’만이 ‘실재’라고 느낀다고 고백한다.
그림자는 천당, 지옥, 미래의 황금세계, 동무를 거부한다. 무지(無地)에서 방황하길 원한다. 그러나 밝음과 어둠 사이에서 방황했다. 이제 때가 되었다. 사람이 때가 어느 때인지 모르고 잠들어 있을 때, 홀로 먼 길을 떠나 암흑 속에 가라앉으려 한다.
“내가 암흑 속에 가라앉을 때에, 세계가 온전히 나 자신에 속할 것이오.”
<동냥치>
사방이 먼지인 세상에 산들바람마저 일어 먼지를 불린다. 나는 동냥치조차 성가시고, 의심하고, 미워한다. 그리고 나도 다른 이에게 성가시고 의심받고 미움받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무위와 침묵으로 동냥하리라!……
나는 적어도, 허무는 얻을 것이다.“
<나의 실연
-옛것을 본뜬 신식의 통속시>
당시 실연시가 유행하는 것을 풍자하려 쓴 시라고 한다.
사랑하는 이를 찾아가지 못하는 이유: 산이 너무 높아서, 사람이 너무 붐벼서, 물이 너무 깊어서, 승용차가 없어서
그녀가 준 선물과 나의 답례:
-나비 무늬 수건 부엉이
-쌍제비 그림 사탕꼬치
-금 시곗줄 아스피린
-장미꽃 구렁이
나는 어떤 상황이든 실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상대가 어디에 있든 가지 못할 이유를 만든다. 그는 사랑보다는 실연의 아픔에서 쾌감을 느끼는가.
그녀의 선물 목록과 나의 선물 목록은 확연한 대비를 이룬다. 낭만적인 선물에 실용적인 답례품, 동문서답이다. 그들은 이루어질 인연이 아니다.